마동식의 얼굴이 붉게 열이 솟구쳐 올라 오를 즈음에 샤워실의 문이 열리고 종원이 나왔다. 종원은 아직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어내며
“기다리게 해서 미안합니다.”
하고는 마동식을 흘낏 보고
“마반장님이라고 하셨죠? 웬일이신가요? 여기까지 찾아오시고...”
하며 화장대의 거울 앞으로 가 스킨병을 집어 들었다. 마동식은 거울속의 종원을 잠시 바라보더니
“뭐 좀 알아볼게 있어서 왔었는데... 됐소.”
했다. 봉주가 부러 소리를 높여
“어제 끝발 좋다가 종원형헌티 마지막 판에 당헌 거이 좀 억울하셨던 모양이요. 어제부터 종원형헌티 달려오자는 걸 겨우 말렸었소.”
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것 때문에 찾아온 것 아니라니까?”
마동식도 소리를 높였다. 그의 가는 두 눈이 파르르 떨리는 것으로 봐서 그가 지금 애써 감정을 삭이고 있다고 종원은 생각했다. 종원은 다시 로션병을 집어 들고 태연히 마사지하듯 얼굴에 발랐다.
“그일 아니먼 마반장님이 종원형을 꼭 봐야 헐 일이 뭐 있는디라우?”
봉주가 들고 있던 리모컨으로 TV의 전원을 끄고 테이블 위에 놓으며 말했다. 마반장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둘의 동정을 살피면서 전날의 침입과 돈가방도난에 대해 은근히 알아볼 생각이었는데, 오히려 자신이 두 놈에게 당하는 꼴이 되었다. 마동식은 심기 불편한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는
“이왕 말이 나왔으니 한번 물어봅시다.”
하고 거울 속의 종원을 보았다. 종원은 로션바르는 것을 끝내고 몸을 돌리며
“예. 말씀하세요.”
했다. 마동식이 잠시 뜸을 드린 후
“사실... 나도 노는 것 좋아해서 카드 즐겨하지만... 어제 같은 판은 처음 봤는데... 어떻게 된 거요?”
하고 물었다. 종원이
“뭐가요?”
하고 부러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이자 마동식은
“어떻게 한판에 다섯 명 모두가 족보를 쥘 수가 있고... 7집에 2포카에 스티플이 한꺼번에 나올 수 있는 거요? 더욱이 당신이 쥐었던 그림들은 내가 쥐고 있던 플러시하고 똑 같은 그림이었는데 말야.
하고 가는 두 눈을 껌벅여 보였다. 종원은
“그러니까 게임 아닙니까?”
하고 특유의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마동식은 다시 두 눈을 껌벅여대며
“혹시 손장난 한 사람이 있었던 것 아뇨?”
하고 목소리를 깔았다. 종원은 이내
“다른 분들하고는 자주 치셨으니 그분들에 대해서는 잘 아실 테고... 제가 혹시 그런 재주를 가졌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하고 다시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마동식의 가는 두 눈이 움찔하는 것 같았다. 종원은 대수롭지 않게
“역시 날 의심하신 모양인데... 제게 그만한 손재주가 있었다면 이렇게 건달생활이나 하고 있겠습니까?”
하고 다시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마동식도 더는 어쩌지 못하고
“됐소. 그만둡시다. 이 친구 말대로 점심이나 먹으러 갑시다. 나도 회사 나가봐야하고...”
하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봉주도 뒤따라 일어나
“얼릉 옷 입고 나오시오. 입구에 차 대놓고 있을팅게.”
하더니 종원은 보지도 않고 앞서 방을 나가자 마동식은 쭈삣한 걸음으로 봉주를 뒤따랐다.
마동식은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는 곧장 서울로 올라갔다.
“개자식이 전혀 낌새를 못챘구만이라. 종원형 말대로 다시 내려와서 알리바이도 맹글고 아무 일 없었던대끼 여그서 자기 잘했소.”
봉주가 멀리 사라져가는 마동식의 차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직 안심하긴 일러. 놈이 우리를 흘낏흘낏 보는 눈길에서 여전히 의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어.”
종원이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래봤자. 제 놈이 벨 뾰족한 수가 있겄소. 우리가 딱 잡아떼분디...”
봉주가 어깨를 으쓱 해보이며 자신의 차 문을 열었다.
종원과 봉주가 하우스로 들어서자 오상구가 위층에 있다가 고개를 내밀어보고는 손짓으로 둘을 불렀다. 둘은 오상구 앞에 앉았다. 오상구는 몸을 숙여 낮은 소리로
“마반장놈하고 같이 나갔다며?”
하고 봉주에게 물었다.
“예, 점심 같이 먹고 좀전에 서울 올라갔구만이라.”
봉주가 고개를 까닥했다. 오상구가 다시
“놈이 돈가방 털린 걸 알아냈던 모양이지?”
하고 묻자 봉주가
“성님이 그걸 으찌케 아시오?”
하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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