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형이 
"오라고 안 해도 난 안가!"
하고 덩달아 짜증을 부리자 종원이 
"알았어. 알았어."
하고 과장되게 고개를 끄덕여준 후 담배를 꺼내 물어 불을 붙이고는 길게 연기를 뿜어내며
"돈 벌자! 내가 돈 많이 벌어서 너 폼 나는 주인공 시켜주고 저 새끼들 엑스트라로 출연시킬 엄청난 대작을 만들께. 야! 저놈들 이름하고 주소 알아둬! 나중에 영화제작 할 때 저놈들 꼭 불러서 엑스트라로 쓰게!"
하고 너스레를 떨었다. 세형도
"이름 알어! 블랙 원! 블랙 투! 주소는 메이드 인 유에스 에이!"
하며 과장되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종원이 다시 
"오케이!"
하고 어깨를 으쓱했다.
"근데 햄버거 안 먹을 거야?"
세형이 햄버거하우스를 가리키는데
"임마! 왜 저 새끼들 음식을 먹어?"
종원이 소리를 질렀다.
"저 새끼들 음식 우리가 다 먹어치워 버려야지 이 땅에 저 새끼들 음식이 하나도 안 남아 있지?"
"임마! 언제 그 많은 음식들을 다 먹어 치우냐?"
"그럼 이제 뭐 할 건데?"
"뭐하긴? 뭘 할 건지 생각을 해봐야지."
"뭘 해야 하는지 아직 생각도 안 해놨어?"
"시간 죽이고 있다 보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나겠지."
"네놈이 지금 어떤 입장인줄 알면서도 그렇게 여유부리는 걸 보니 역시 박종원 대단하다."
둘은 괜스레 너스레를 떨며 햄버거하우스를 지나쳐, 입구에 자갈들을 깔고 침목과 철로를 놓아 마치 외국영화 속에서나 나옴직한 한적한 마을의 작은 역사에라도 들어서는 것 같은 분위기를 내는 록카페의 문을 밀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록카페 안은 곳곳에 머리를 잔뜩 물들인 젊은이들이 무리지어 앉아 음악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며 떠들어대고 있었고 사방벽에 걸려있는 다양한 크기의 모니터들에서는 메탈리카의 공연실황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종원과 세형이 그들을 지나쳐 한구석으로 가 털썩 주저앉으며 그들을 돌아보고
"한심한 놈들 참 많네."
하고는 혀를 차는데 세형이
"제네들이야 부모 잘 만나서 저 지랄이라도 하지만 쥐뿔도 없는 네놈은 뭘 믿고 세월만 죽이냐?"
했다. 종원은 아랑곳 않고  
"너 언제까지 단역배우나 하면서 살아 갈 거냐?"
하고 되물었다.
"달리 할 것도 없잖아?"
"달리 할게 없어 네 인생 하나도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면서 남의 인생을 흉내나 내며 살아 가냐?"
세형은 잠시 눈을 껌벅이다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인생들인데 뭐... 사실 나 없어도 영화 흐름상 아무 문제없을 인물들이었잖아? 지금 우리가 없어져도 세상 돌아가는데 아무 문제가 없을 것처럼."
하고는 자조 섞인 미소를 짓다가
"야! 그래도 뒷골목이나 어슬렁거리며 살아가다가 거기서마저 쫓기게 된 네놈보다는 훨씬 낳아. 알아?"
했다.
"내가 이렇게 살아가는 인물일줄 알았냐?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멋있게 살다 가는 인물일줄 알았지..."
종원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세형이 그런 종원을 힐끗 보고 코웃음을 치고는
"꿈 깨라! 박종원! 지금 네 삶은 영화 속의 삶이 아니고 현실이다. 알아?"
하고 핸드폰을 꺼내더니
"규태형 형수 연락처를 저장해놓긴 해놨을 텐데..."
하며 핸드폰의 버튼을 눌러댔다. 종원은 그런 세형을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잘 찾아보고 규태형 형수하고 연결되면 바로 호출해!"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갈려구?"
"가볼 때가 있어."
"어딜 임마?"
"나중에 얘기 해줄게!"
"야! 그러다가 너 백태삼이 똘만이들 눈에라도 띄면 어쩌려고 그래?"
"걱정 마! 내가 누구냐?"
종원은 억지미소를 지어보이고는 몸을 돌려 어슬렁거리는 걸음으로 록카페를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