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가 농사 지어놓은 게... 다 떠내려 가버렸겠네...?"
하고 한 여학생이 더듬거리며 대답을 하자 종원이 손가락으로 버튼을 누르는 흉내를 내며
"삐- 네! 정답입니다. 봄부터 씨 뿌리고 김 메고 여름 내내 피땀 흘려가면서 농사 지어놨던 게 다 떠내려 가버려 개미는 졸지에 알거지가 되어버렸다 이 말입니다."
하고는 저 혼자 킥킥댔다.
"얘기가 묘하게 돌아간다. 그치?"
하고 한 여학생이 고개를 갸웃하며 다른 여학생들을 흘낏 보았다. 종원이 여전히 킥킥거리며 
"그동안에 베짱이란 놈은 말예요? 봄에는 봄바람 타고 여름에는 나무그늘을 찾아 유랑을 다니면서 기타나 치고 노래나 부르며 빈둥거리면서 세월만 죽이고 있었단 말입니다. 그러다가 가을이 되자 심심해서 지가 작사 작곡을 했던 노래들을 심심풀이 삼아 CD를 하나 딱- 냈는데 이게 그냥 빵- 하고 떴다 이 말입니다. CD가 억수로 팔리는 바람에 베짱이는 떼 부자가 되어서 어마어마한 저택에서 온갖 폼 다잡고 사는데 개미는 알거지가 되어서 겨울 내내 추위와 굶주림에 떨면서 베짱이 집에서 나오는 쓰레기만 뒤지고 있다고 어제 저녁 뉴스에 나오데요?"
하고는 익살스런 표정을 지으며 여학생들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여학생들도 서로를 때려가며 웃어댔고 지숙도 어이없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스토리가 좀 묘하게 되어버렸네?"
여학생하나가 여전히 웃음을 참지 모하며 말했다.
"그러니까...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지 말고 베짱이처럼 노래나 부르고 키타나 치면서 빈둥빈둥 놀면서 살아야한다 이 말이에요 지금?"
다른 여학생도 웃음기 가득한 표정으로 종원을 보며 물었다.
"삶이란 게 그렇게 오묘하다는 거죠. 뭐."
종원이 과장스레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빵- 하고 떴다는 노래가 뭐예요?"
다른 여학생이 물었다.
"아! 그 노래 말입니까?"
하고 종원이 건들거리며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데
"한 번 불러보세요."
하고 한 여학생이 종원에게 노래를 불러보기를 요구했다.
"여기서 말입니까?"
종원이 다시 과장스레 두 눈을 크게 떠보이자
"어때요?"
하고 다른 여학생이 맞장구를 쳤다. 종원이 흘낏 주위를 둘러보는 척 하다가 "아! 좋습니다."
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뒤로 밀치고 엘비스의 폼과 엘비스의 모성으로 ''스위트 캐롤라인''을 소리 내 부르기 시작했다. 지숙은 당혹스러워 어쩔 줄을 몰라 하는데도 종원은 아랑곳 않고 신이 나서 소리 높여 노래를 부르며 몸을 흔들어 댔고 다른 여학생들은 와-하고 탄성을 질러댔다. 째즈빠 안의 다른 손님들도 처음에는 불쾌하고 못마땅한 시선들로 바라보더니 차츰 종원의 노래와 춤에 동화되어 흥겨워했고 더러는 휘파람을 불고 박수를 치기까지 했다. 지숙은 더욱 난감한 표정이 되어갔지만 종원은 지숙이 그럴수록 온몸을 쥐어짜며 열정을 토해냈다. 종원이 한바탕의 헤프닝을 벌이고 째즈빠를 나선 것은 사방이 어둑해지기 시작해서였다. 세형에게서 호출신호가 왔기 때문이었다. 종원은 늘 그랬던 것처럼 지숙에게 다시 언제 나타나겠다는 말도 남기지 않은 채 달아나듯이 훌쩍 그녀 곁을 떠나버렸다. 락카페 팬트하우스에 들어서자 어둑하고 구석진 한 곳에 세형과 규태의 애인 영숙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이에요."
영숙이 그들 앞에 앉는 종원에게 먼저 나직한 음성으로 인사를 했다. 종원이 앉으며
"규태형 지금 어딨습니까? 알고 계시죠?"
하고 다급하게 물었다. 영숙은 잠시 머뭇하며 주위를 둘러보더니
"종원씨에게만 알려주라고 했어요. 여기 찾아오는데도 애먹었어요. 누군가 뒤쫓아 오는 것 같아서..."
하고 다시 불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종원이 다시 
"어딨습니까 지금...?"
하고 채근을 했다.
종원이 영숙에게서 알아낸 규태의 은신처는 서울외곽의 재개발지역에 있는 여인숙이었다. 여인숙은 음습한 골목에 있었다. 종원이 여인숙의 낡은 유리문을 밀치고 들어서자 안내실이라고 쓰여 있는 조그만 유리창을 열고 주인여자가 고개를 내밀고
"방 드려요?"
하고 물었다. 종원은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손가락을 펼쳐 2층을 가리키고는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갔다. 주인여자는 의아한 표정으로 여전히 고개를 내민 채 종원이 조심스레 계단을 올라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