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무가 경찰을 따라간 곳은 병원의 응급실이었다. 응급실 한구석 병상에 어머니가 누워계셨다. 병원으로 오는 동안, 경찰은 어머니가 무단횡단을 하다가 달려오던 차에 치셨는데 어머니를 친 차는 그대로 도주를 해버렸고 한참 뒤떨어져 오던 택시의 기사가 길가에 나동그라져있는 어머니를 발견하고 병원으로 후송을 해왔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손영무는 경찰에게서 이미 사고에 대한 얘기를 들었으면서도 막상 병상에 누워있는 어머니를 보자 왈칵 눈물부터 나왔다. 어머니는 사고후유증 때문인지 약 기운 때문인지 눈을 꼭 감은 채 가는 숨소리를 내며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이제야 보호자와 연락이 되셨나보네요?"
하며 차트를 겨드랑이에 낀 간호사가 손영무 곁으로 다가왔다.
"아드님 되세요?"
간호사가 손영무를 보고 물었다. 손영무가 엉거주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머리를 다치거나 골절되거나 하지 않은 것으로 봐서는 다행히 크게 다치신 것 같진 않은데요 아무래도 연세가 있으셔서 정밀검사를 해봐야하니까 우선 입원수속부터 하세요."
"예."
"경찰아저씨가 보호자 찾아내느라고 고생 많이 하셨어요."
간호사는 조금 떨어져 서성이고 있는 경찰을 턱 끝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손영무는 그제야 어색한 미소로 경찰에게 꾸벅 해보이며 수고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경찰은 윗옷앞주머니에 접어 꽂아두었던 사고경위서를 꺼내 손영무에게 내밀었다.
"여기 서명 좀 해주실래요?"
손영무는 경찰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에 서명을 했다.
"크게 다치시지 않았다니 다행이네요. 아무한테도 연락이 되지 않아서 애먹었습니다."
경찰은  어깨를 으쓱 해보이며 손영무가 서명을 끝낸 사고경위서를 접어 윗옷앞주머니에 다시 꽂았다. 
"새벽에 목욕하러 가신다고 나가셨다면서요?"
하고 물었다.
"예."
손영무가 멋쩍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목욕하고 바로 볼일 보러 나가신 모양이죠?"
"예."
"아침 내내 기다리시다가 안 오신다고 목욕탕엘 찾아 가시다가 사고를 당하신 것 같습니다. 아드님 핸드폰번호만 알려주셨어도 쉽게 연락이 되었을 텐데 연락하겠다고 핸드폰번호를 가르쳐달라고 아무리 물어도 말씀을 안 해주셔서 사고 난 곳에서부터 물어물어 겨우 집을 알아냈었습니다."
경찰은 약간 원망이 섞인 말투를 하며 응급실을 나섰다. 손영무는 몇 번이나 꾸벅하며 미안함을 표시했다. 경찰이 돌아가고 입원수속을 끝내자 어머니는 곧바로 병실로 옮겨졌다. 병실로 옮겨지는 동안 링거를 꽂은 채 이동침대에 누워있던 어머니는 한참이 지난 후에야 살며시 눈을 뜨고 침대 곁에 구부정하게 허리를 꺾고 궁색한 모습으로 앉아있는 손영무를 한참동안 바라보더니
"말 타러 갔다왔제?"
하고 물었다. 손영무는 마른침을 삼키며
"예."
하고 대답했다.
경마장의 예시장에서 오늘 경마가 왜 안 되는지를 생각해냈을 때, 그 이유가 이혜진때문이라고 생각을 했을 때, 밤새 어둑한 거실 한구석의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계시다가 목욕 갔다 오겠다고 현관문을 나서는 손영무를 바라보며
"참말로 목욕만 하고 바로 올끼제?"
하고 물었던 어머니를
"그라먼 퍼뜩 다녀 온나. 니 올 때까지 밥 안 묵고 기다리고 있을 끼다."
하고는
"니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끼다."
했던 어머니를 잊고 있었다는 것을 기억했다. 아! 그랬었구나. 오늘 매 경주마다의 분석과 추리와 베팅에 실패를 했던 것이 이혜진 때문이 아니라 어머니 때문이었구나. 밤새 어둑한 거실 한구석의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있었을 어머니의 모습이 하루 내내 눈앞에서 어른거리는 것을 애써 지우려했기 때문이었구나. 손영무는, 목욕하고 오겠다고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찾아 나섰다가 사고를 당하여 병원의 응급실에 누워있으면서도 기어이 말 타러 갔을 것이 뻔한데도 아들이 하는 일에 방해가 될까봐 경찰에게 아들의 핸드폰번호를 가르쳐주지 않은 채 아들이 돌아 올 때까지 망연히 기다리고만 있었을 어머니를 내려다보며 자학하듯 신음을 삼켰다. 어머니는 가는 숨을 길게 내쉬더니
"또 말 타러 갈끼가?"
하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