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란데 무신 놈의 예상지들이 4 잡아 논 예상지가 하나도 ？졌？ 예상전문가라는 놈들 다 뭐하는 기고? 이런 거 하나도 못 찾아내고?"
하며 괜스레 제각기 다른 예상지들을 뒤적이며 투정을 부린다.
"그런 말까지 다 찾아내는 재주 있었다면 아직까지 경마예상전문가 하고 있겠습니까? 벌써 한판에 모두 걸어 떼돈 벌어서 빌딩하나 사가지고 임대료나 받아내면서 신수 훤하게 살고 있겠죠. 그러니까 경마예상지의 예상들은 어디까지나 예상 일 뿐입니다. 들어오면 좋고 안 들어오면 할 수 없고."
하고 홍성만이 망연한 표정들로 있는 모두의 손에 음료수를 한 병씩을 쥐어준다. 모두들 여전히 씁쓸한 표정들로 음료수들을 홀짝이는데 홍성만이 엉뚱한 질문을 한다.
"경마가 말의 경주입니까? 아니면 기수의 경줍니까?"
모두들 뚱한 표정들로 서로를 바라보다가
"경마가 말경주지 뭐."
"그라제. 경마는 으디까지나 말 능력 싸움이제."
"아니여. 기수의 경주여. 말이 아무리 좋아봐라. 기수놈들이 장난치먼 못가는 거제?"
"그건 또 그러네?"
"그라먼 기수는 가고 싶어서 가능기요? 조교사가 다 시키는 대로 흉내만 내는기제?"
"그라먼 조교사는 마주들이 시키는 대로 허겄네? 결국 경마는 마주들 경주구만?"
하며 모두들 제각기 한마디씩 떠드는데 홍성만이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경마는 경마예상전문가들의 경줍니다."
홍성만의 엉뚱한 정의에 모두들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홍성만을 바라본다. 홍성만은 다시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우리가 모든 경주마의 능력을 어떻게 알고 그 많은 경주마의 관리상태나 조교과정들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모두 경마예상지를 봐야 알고 경마예상전문가들의 경주예상 평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베팅을 할 수 있지 않습니까? 우리가 베팅을 해야 만이 배당도 생기고, 배당이 형성되는 한, 경주도 계속 될 테고요. 그런데 배당이라는 것이 제각기 다른 경마예상전문가들의 제각기 다른 예상들을 선택한 사람들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므로, 결국 경마는 말의 경주도 기수의 경주도 아닌 경마예상전문가의 경주라는 겁니다."
홍성만이 나름대로 논리정연하게 얘기하자 모두들 침묵을 한 채 눈만 껌벅이는데
"거참 묘한 궤변으로 사람 햇갈리게 하는구만."
하고 김달오가 입맛을 다신다.
"아이라요! 일리 있는 얘긴기라요! 우리덜이 모다 책보고 베팅하제, 뺑뺑이 판에 돌려 아무 숫자나 찍어내는 거 아이먼 쥐뿔이나 뭐 안다꼬 말들에다 베팅하겠는교?"
하고 조용철이 홍성만의 논리에 긍정을 해보이자 그제서야 모두들 수긍하는 표정들로 고개를 끄덕인다.
"제가 예상전문가중에 김아무개 좋아하는거 아시죠?"
"알지."
"지난주 경마 끝나고 이 예상지 홈페이지로 들어가서 이 양반한테 장문의 글을 올렸습니다."
하고 홍성만이 펼쳐놓고 있던 예상지 한곳을 가리킨다.
"뭐라고?"
"한방 학실히 해달라꼬?"
하며 모두들 궁금한 표정들로 홍성만을 바라본다.

홍성만은, 지난주의 경마승부에서 비참할 정도로 참패를 했다. 토요일과 일요일 모두 합쳐 스물네 경주 중에 겨우 네 경주만을 적중시켰는데, 그중 한 경주는 겨우 1.7배당의 저배당 경주였고 다른 세 경주 역시 적중시키고도 돈을 잃은 지극히 환수율 낮은 경주뿐이었다. 다른 경마일이라고 해서 별 차이가 없었지만 지난주 경마는 특히 여간해서는 어느 누구도 적중시키기가 쉽지 않은 고배당들이 속출했고 그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많은 돈을 잃고 분개했던 날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