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의 나라 캐나다에
단풍이 묻히고 있습니다.
어제부터 내리는 비는 마지막 남은 고운 빛깔들마저
씻어 내리고 있습니다. 이제 긴 겨울이 다가올 것입니다.

경마 이야기가 아니라 웬 단풍타령이나고요?

그렇습니다.
경마문화신문 한 귀퉁이에는 이런 이야기도 있어야 할 거 같습니다.
온통 경마, 경마, 예상, 999, 하다가는
마치 돌아버릴 거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으니까요.

이런 유치 찬란한 변명을 접고 사실은 제가 통신원이면서도
경마에 대해 별로 쓸말이 없기 때문입니다.
통신원으로 귀한 자리를 주신 경마문화신문에 보답하기 위해선
무언가 경마팬들에게 유익한 선진경마이야기나
세계적인 마필 공급 수요 이야기 등등을 해야 할 터인데
제 직업이 말과 관계없는
것이어서 경마에 관해선 할 말이 별로 없다는 것이 진실입니다. 게다가 경마장을 찾아가 열심히 베팅을 할 만큼 이쪽 말에 대한 정보를 즐기는 것도 아니고요.
겨우 말과의 관계를 찾는다면 여행하다 지나치는 많은 말목장을 남들과 달리 보는 것과 토론토 경마장 방송팀에서 촬영 전문가로 일하는 친구가 유일한 끈 정도이니 이해 바랍니다.

그래서
먼저의 단풍타령이나 계속하고자 합니다.
여행을 무척 좋아하는 저는 캐나다에 5년째 살면서
제가 사는 토론토에서 반경 2천km 정도는 눈한번 깜짝하지 않고
자동차로 여행을 합니다. 2천킬로면 하루 반에 가는 거리죠.

캐나다 중부와 동부는 산이 없고 평지만 펼쳐집니다.
그렇다고 끝없는 지평선이 보일 것이라 생각하면 반은 틀린 것입니다.
왜냐 하면 높은 곳에 올라가 보면 끝없는 지평선이 둥글게 그려지지만
내가 선 위치에서 보면 그저 가까운 나무나 숲, 집들이 시야를 막기 때문이죠.
그래서 단풍도 한국의 내장산이나 설악산과 다릅니다.
눈앞을 가로막고 선 산이 온통 불타는 단풍을 보기는 어렵죠.
대신 바다처럼 펼쳐지는 단풍은 전망대에 올라가면 볼 수 있습니다.
물결처럼 일렁이는 단풍이 전나무나 소나무들을 포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늘 접하는 단풍은 길가나 주택가의 나무숲들이 만들어낸
화려한 색조화장 정도입니다.
그 색조화장은 참 환상적입니다. 은행나무가 없어 샛노란 단풍이 없을 것도
같은데 다른 나무가 그 역할을 대신합니다.
이곳에선 은행나무를 보지 못했습니다. 왜그런지는 식물학자나 식물도감을 찾아봐야 겠지만..

경마에 지친 경마팬 여러분과 관계자 여러분들이 제 글을 통해 잠시 쉬어가셨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사옥을 이전하고 새 인쇄 시설을 갖춘 경마문화의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빌겠습니다.
글 올려준 김택수 조교사님, 담에 다시 만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