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로시] (윤한로詩) 봄
봄
윤 한 로
계획서, 이수증 따위
시집 나부랭이
마치 봄이 그리운 씨앗처럼
압정만 잔뜩 들어있는 종이컵
몇 년째 때려치지 못한다
지저분한 책상
나도 울퉁불퉁한 돌 하나
들이고 싶다
떡보다도 밥보담도
시작 메모
‘잔서완석루(殘書頑石樓)’는 ‘세한도’와 ... [취재 : 서석훈 기자 2015.0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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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시] (윤한로詩) 길
길
윤 한 로
가막산 툭 불거진 산날가지
초군(樵軍) 자욱 길 아마득하다
한물간 늙다리 나무꾼들
옆탱가리 비스듬 지게 지고 올랐다
종종 나물 뜯는 용한 여편네들서껀
고사리 캐랴 갔다
아마 옛날 임꺽정이, 배돌석이 같은 큰 도적
양반 털고 내뺐다지
새들만 똥 찌그리... [취재 : 서석훈 기자 2015.01.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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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시] (윤한로詩) 반달
반달
윤 한 로
돌 성모님 귓가에
반에 반달 떴네
노상 귀 앓고 다리저시던
오종종, 어머이 쪽박 마음
이제사 흘러나왔네
꽁꽁 언 하늘
반에 반에 반달로
시작 메모
아아, 국민학교 4학년 마음이여. 나 요즘 성모님께 의탁하지 않네. 나이 먹어 게으르고 고집도 늘고, 걱... [취재 : 서석훈 기자 2015.0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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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시] (윤한로詩) 오리
오리
윤 한 로
닭보다 크지만
거위보다 작아
거위보단 착하지만
닭보단 무서워
작고 착하고
게, 크고 무섭당
왠지 기뻐 우리 오리
나한테는 선생뻘일레
뒤뚱뒤뚱
십리 절반 오리
나무
* 십리 절반 오리 나무 : 민요 시 나무타령에 나오는 구절
시작 메모
장... [취재 : 서석훈 기자 2015.01.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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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시] (윤한로詩) 겨울나기
겨울나기
윤 한 로
꿀꿀이죽 먹고
타마구 주워다 불 때면
등 따습고 배 불렀네
빵에 갔던 형도 나오고
누나들 와리바시 깎으며
‘내 빤스 이 두 마리’
이딴 노래 부르며 즐거웠네
팔번지 날망 바람에 훨훨
루핑 지붕 날아가던 밤
단칸짜리 뜯긴 하늘엔 맨몸 들키듯
화들짝 놀란... [취재 : 서석훈 기자 2015.01.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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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시] (윤한로詩) 귀거래사(歸去來辭)
귀거래사(歸去來辭)
윤 한 로
들,
나보러 철밥통이라고 하던데
이제 나는 가야 하리
사라져야 하리
나보다 훨씬 젊고
나보다 훨씬 똑똑하고
나보다 훨씬 재미있고
나보다 훨씬 잘 놀고
나보다 훨씬 꿈 많고
나보다 훨씬 잘 가르치고
나보다 훨씬 업무 잘 보고
그런데도
나보다 훨... [취재 : 서석훈 기자 2015.0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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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시] (윤한로詩) 첫눈
첫눈
윤 한 로
안양 시내 하늘 다 덮으며
올 들어 처음 눈이 나리는군
모퉁이 개버즘나무
비산동 고주망태 술꾼 하나이
가다
멈추공
오줌을 눈다 밑둥 돌쳐
오줌을 준다
딴엔, 나무에 눈
녹으라는 게다
글씨 몇 자 쓸 만큼 길고
뜨겁고 굵어
나쁜 사람 같으니
다 나오라... [취재 : 서석훈 기자 2014.12.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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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시] (윤한로詩) 묵주 기도
묵주 기도
윤 한 로
하루에 이백 단씩, 오백 단씩
밭 매면서도 바치고
장에 가면서도 바치고
아리고 쓰린 맴
아궁이 불 때면서도 바치고
굶으면서도 바치고
이불 속에서도 바치고
아플 때도 바치고
자면서도 바치고
봉금이, 아기, 조이, 음전이 이런 꼬부랑 할매들
이따금 어떤 할... [취재 : 서석훈 기자 2014.12.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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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시] (윤한로詩) 씨름
* 씨름
윤 한 로
사촌이 땅을 사 배가 아픈감
처갓집 복 지지리도 없는가
염생이 낯을 한 자들에
애숭이들까지 덩달아 올챙이 배 걷어붙였다
지게작대기며 고리짝이며 괭이서껀 팽겨치곤
씨근덕대는 불두덩 쌍놈 씨름에
겨운 시름 몽조리 잊었구나
산네끼 댓발은 빠져들었구나
... [취재 : 서석훈 기자 2014.12.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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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시] (윤한로詩) 잡시(雜詩)
* 잡시(雜詩)
윤 한 로
첫눈이 내린다, 설렌다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더라
퇴직할 생각을 하니
기원에 가서 바둑도 두고
아무려나 읽고 싶을 때 읽고
쓰고 싶을 때 쓰고
때려치고 싶을 때 때려치고
마누라 손잡고 날마다 산도 다니고
가자, 눈 오는 날은 무궁화 기차 여행도 떠... [취재 : 서석훈 기자 2014.12.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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