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장탐방
‘자당’과 ‘핵돌풍’의 고향 건영농축을 찾아서…

98년 ‘자당’, 99년 ‘핵돌풍’으로 이어지는 명마들의 배출로 유명해진 건영농축(대표:김순건)을 찾았다.
지난 94년부터 남들보다 일찍 경주마 생산에 들어간 건영농축은 비록 시설은 열악하고 투자 규모도 적었지만, 해마다 꾸준한 능력마들을 배출해내 일약 주목을 받고 있다. 물론 그 동안 몇 배나 남들보다 노력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겠지만…
이곳은 김순건 목장 대표와 그의 두 아들, 그리고 관리원 1명이 지키고 있다. 특히 첫째 아들인 김광석씨는 수의사 자격증을 지닌 재원이라 말 관리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경주마에 관한 모든 업무를 도맡아 처리한다고 한다.
이번호에서는 ‘자당’과 ‘핵돌풍’이 태어난 건영농축을 찾아 그곳에서 태어난 경주마들 이야기와 육성에 대해서 들어봤다.

건영농축 김순건 대표와 일문일답
- 경매가 두 차례나 취소됐다. 이를 바라보는 생산자로서의 입장은
▲ 마사회와 마주협회의 대립 때문에 생산한 경주마를 팔지도 못하고 있는 생산자 입장에서는 허망할 뿐이다. 물론 아직까지 경매 제도가 정착되지 못한 과도기적 상태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마사회와 마주협회가 지혜를 모아서 하루빨리 정상적으로 경매를 시행해야 할 것이다.

- 올해 경매에 내보낼 2세마가 현황은
▲ 총 11두의 경주마중 6두가 팔렸고, 이제 5두가 남아 있다. 이 5두는 이미 개별구매로 팔린 6두 못지 않게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경매에 내보낼 것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뜻하지 않은 경매취소 때문에 아직까지 목장을 지키고 있다.

- 종부 시즌이 끝난 요즘의 근황은
▲ 평소와 마찬가지로 말관리, 목장관리, 초지관리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초지관리를 가장 중요시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 경주마를 생산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면
▲ 올해 경매가 열리지 못한 것이 물론 가장 안타까운 일이다.
생산을 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일은 얼마전 교통사고로 씨암말 ‘더리더’를 잃었을 때다. ‘더리더’는 ‘승리신화’와 ‘솔마루’ 등 해마다 좋은 경주마들을 배출해냈기 때문에 이번에는 가장 우수한 ‘라씨그니’와 종부를 시켰다. 그러나 특별 관리를 하던 도중, 뜻하지 않게 정문이 열려 버리는 바람에 ‘더리더’가 정문을 박차고 나갔고 때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차와 부딪쳐 즉사하고 말았다. 너무 애지중지 키우다가 오히려 큰 사고가 나는 바람에 가장 안타까웠던 일로 기억된다.

- 건영농축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다른 목장보다 규모도 작고 인력도 적은 건영농축이 해마다 우수한 경주마를 생산해냈던 이유는 무엇일까? 김순건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첫째, 꾸준한 방목의 결과다. 특별한 악천후가 아니면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방목을 하고 있다. 특히 한 곳에서만 방목을 하는 것이 아니라 4개로 나눠진 곳에서 철저하게 분산 방목하고 있고, 초지 관리도 정성을 들인다.
둘째, 망아지 시절부터 철저하게 순치를 해준다는 것이다. 이것은 경주마가 태어나면서부터 공을 들여 경주마에게 필요한 기초 과정을 익히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물론 말의 안전 관리와 시설 관리까지…
세 번째는 운이 많이 따랐다는 것이다. 첫해에 수입한 씨암말 ‘액틴크랏시’와 ‘스위프트디플로머시’, ‘더리더’ 등이 좋은 경주마들을 배출해 내준 것이 그의 말로는 상당한 운이 따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인기 만점, ‘액틴크랏시’의 자마
98년 ‘자당’, 99년 ‘자상’으로 이어지는 ‘액틴크랏시’의 자마들은 해마다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Bold Ruler’ 계열로 현지에서 21전 2승(수득상금: 5,135$)의 평범한 성적을 거둔 ‘액틴크랏시’는 94년 목장으로 왔을 때만해도 별다른 기대가 없었다고 한다. 더욱이 첫해부터 임신이 되지 않아 다른 씨암말들에 비해서 두 배 애를 먹었고, 결국 96년이나 돼서야 첫 임신을 성공했다. 힘들게 임신에 성공해서 첫 해 배출한 자마가 바로 ‘자당’.
힘들게 임신에 성공한 탓일까? ‘자당’은 데뷔하자마자 경주로를 휩쓸었고, 아직까지도 100% 복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자당’의 동생뻘인 ‘자상’ 역시 승승장구하며 얼마전 1군까지 승군한 상태다.
‘액틴크랏시’의 세 번째 자마는 바로 ‘자룡’이다. 계속된 ‘액틴크랏시’ 자마들의 선전으로 내심 경매에서 비싼 값에 팔 것을 계획하고 있던 목장측은 거듭된 경마 관계자들의 성화를 견뎌내지 못하고 끝내 2천7백만원이라는 가격에 팔았다고 한다.
그의 네 번째 자마와 다섯 번째 자마 역시, 목장에서 하루가 다르게 커나가고 있다. 특히 현재 1세인 ‘컨셉트원’의 자마는 기대가 더욱 크다고 한다.

- 건영농축,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 씨암말 30두(호주산 1두, 아일랜드산 6두 포함)를 보유하고 있는 건영농축은 2세마 5두, 1세마 12두, 당세마 27두가 목장을 지키고 있다.
물론 2세마 5두는 하루 빨리 경매가 열려 목장을 떠나 보내야할 경주마들이고, 1세마와 당세마들은 열심히 공을 들여 육성중이다. 이중 김순건 대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경주마는 ‘다우닝블랙킹’의 자마들. 캘리포니아 현지에서 직접 가져온 ‘다우닝블랙킹’은 현역 시절 우수한 성적을 거뒀는데 그만 구절에 무리가 오는 바람에 경주마로 꽃을 피우지 못하고 은퇴하고 이곳 목장으로 왔다. 현재 1세마와 당세마가 있는데, 앞으로 상당한 능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장담한다.
앞으로 국내 최고의 경주마를 생산해 ‘캔터키더비’에 출전시키는 것이 꿈이라는 김순건 대표. 그의 소망대로 앞으로 건영농축에서 수많은 명마들이 탄생하길 기원해본다.

【제주=김중회 기자 rin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