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승만 생각하면 날아갈 것 같아요”

지난 12일 일요일 제1경주에서 19기 김명근 기수가 생애의 첫 우승이라는 기쁨을 맛 보았다. 우여곡절 끝에 10월에서야 경주로에 데뷔한 뒤 동기생들이 하나 둘씩 승을 올리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그는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감격에 겨워 손을 번쩍 들어올리고 말았다. 그의 첫 승의 소감과 그동안의 희비,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뻐요”
첫 승을 신고한 김명근 기수. 첫 승의 기쁨이 채 가시지 않아서인지 한껏 상기된 얼굴은 여느 신세대와 다를 바가 없다.
30조에 둥지를 튼 김명근 기수는 자신은 동기생 중에서 그래도 행운아라고 생각했었다. 항상 상위권을 넘나드는 성적을 내고 있는 조의 특성상 자신에게도 많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그러나 그는 그동안 막내기수들이 겪는 과정을 실감나게(?) 겪어야만 했다. 처음 소속조 계약을 맺은 후 소속조 마필들 대부분이 이미 승군을 거듭 장거리에 출전하는 마필들이라 그에게 주어지는 마필의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또한 설상가상으로 훈련중 부상을 입어 한동안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 물론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기수생활의 어려움을 절실히 느꼈다고 한다.
자신의 첫 승을 위해 정지은 조교사가 배려를 해 기회가 몇 번 있었지만,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순위권에 만족해야 했다. 그때마다 자신의 무능함에 낙심하기도 했다.
기회가 찾아왔다. 아직 우승경험이 없지만 소속조에서 기대를 걸고 있는 ‘페이스풀’에 기승을 하라는 것이었다. ‘페이스풀’을 관리하는 관리사가 자신을 적극 추천했고, 아직 첫 승을 올리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던 정지은 조교사가 기승을 지시한 것.
특히 그동안 이렇다할 성적을 올리지 못한 김 기수를 위해 조교사는 “이 말로 1승을 못하면 우리 같이 한강에 빠져 죽자”라고 우스개 소리로 그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페이스풀’경주는 첫 승을 위한 경주였다고 김 기수는 생각한다. 의외로 경주가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고, 4코너까지 힘들이지 않고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4코너에서 그의 앞으로 진로가 뚫렸기 때문에 무리없이 막판 추입을 시도할 수 있었다. 여기에 대해 김 기수는“운도 많이 따라주었죠”라고 한다.
고등학교 체육선생님의 권유로 기수라는 낯선 생활에 도전하게 된 그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신세대의 모습 그대로다. 왼쪽 귀에는 반짝이는 귀걸이를 하고, DDR을 즐겨한다.
김명근 기수가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기수는 바로 이성일 기수, 이유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신체적인 불리함을 갖고 있기 때문이란다, 후보생시절부터 큰 키로 인해 체중조절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때문에 자신의 불리한(?) 신체에 대해 한탄을 하기도 했지만 이성일 기수를 보면서 자신도 핸디캡을 극복하고 충분히 좋은 기수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기승할 수 있는 마필이 한정되어 있어선지 자신과 가장 호흡이 잘 맞는 말은 의외로 ‘세이크앤고’라고 밝힌다. 이유는 체구가 작아서 귀엽고 성격이 자신과 비슷해 기승하기 편하기 때문이라고. 그러나 식욕이 좋지 않아 계속 체중이 빠지는 중이라 걱정이라고 한다.
이제 첫 승의 관문을 넘어선 김명근. 시작은 늦은 편이지만 빠른 시일내에 30전을 채워 수습기수의 제약을 덜 받고 경주에 임하고 싶어한다. 또다른 목표는 남들이 들으면 웃을 지도 모르겠지만 40승을 채우는 것이다.
기수로서 첫 걸음을 떼어논 김명근 기수는 ‘항상 바른 자세로 열심히 하자’는 좌우명을 가슴에 담고 경마팬들의 기억에 남는 기수로 남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권순옥 차장대우 margo@krj,co.kr】

‘화가 날 때면 마구 먹는 버릇이 있어요’

판단을 거부하는 신세대답게 김명근 기수의 스트레스 해소법 역시 특이하다. 스스럼없이 여자친구가 있다고 밝히면서, 스트레스가 쌓일 때면 여자친구와 과감하게 드라이브를 즐기면서 해소를 한다. 여기까지는 그리 특이할 게 없지만, 화가 나면 아무 생각없이 기분이 좋아질 때까지 마구 먹는다는 것은 체중조절에 민감한 기수로서 생각하기 쉽지 않다. 나중에 후회를 하지만 먹는 순간만은 모든 것을 잊게 되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김명근 기수가 밝히는 징크스도 있다. 바로 금요일에 여자친구를 만나야 한다는 것. 그의 이성상을 묻자 머뭇거림 없이 바로 지금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라고 답한다. “예쁘고, 귀엽고, 애교만점입니다. 나를 많이 이해해 줘 만나면 편한 마음이 생기거든요”

작 성 자 : 권순옥 pig2@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