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적 고액배당 왜 발생했나

휴장으로 인한 마필컨디션 변동
먼저 2주간의 혹서기 휴장으로 인해 경주마들의 컨디션 변동이 극심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휴장기에 집중호우가 내려 새벽훈련에 많은 차질이 발생했고, 각조의 휴가일정도 일정치 않아 조별로 경주마관리에 많은 차이가 있었으며, 보양식 등으로 집중적인 체력보강이 이루어진 경우도 있었다.
컨디션 변동은 두가지 방향에서 경주에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던 마필이 컨디션 조절에 실패해 악화된 경우와 부진한 컨디션을 보이던 마필이 정성들인 관리와 훈련으로 호전된 경우다. 그중 고배당의 주요인은 후자쪽이었다.
토요일 제4경주의 ‘가속왕’은 고질적인 늦발악벽이 교정된 모습을 보여줬고, ‘우리보배’는 보양식으로 체중이 14kg 증가하며 힘이 차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일요일 제3경주에 출전한 ‘셰이크앤고’도 역시 보양식으로 체중이 20kg이나 증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노장마들의 분투
노장마들의 분투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토요일 제10경주의 2위마‘금성’, 제11경주 2위마‘도도’는 모두 8세이고, 일요일 제6경주 1천5백1.2배의 주역 ‘실로’는 7세마다. 이중 ‘금성’과 ‘도도’는 최근 순위권이나 입상권을 넘나들며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었지만, ‘실로’는 10개월 동안 5위 한번외엔 순위권에도 들지 못하는 장기부진을 보여왔다.
이 세 마필이 고배당을 터트린 요인을 마령을 감안해 찾아본다면 우리나라에 도입돼 4∼5 차례 무더운 혹서기를 겪어왔고 그 적응력이 고배당을 발생케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우리나라의 혹서기 날씨에 익숙해져 있던 노장마들이 상대적으로 컨디션 호조세를 보였다는 해석이다.

소속조 변경기수들의 분전
고배당의 주역은 소속조 변경기수들이었다. 토요일 제4경주의 우승마 14번‘가속왕’에 기승한 권진환 기수, 제10경주 우승마‘천세’에 기승한 임금만 기수, 제11경주 고배당 주역 6번‘도도’의 하무선 기수와 일요일 제3경주 2위마‘천기절정’에 기승한 강병은 기수가 모두 기승계약을 변경해 새롭게 보금자리를 마련한 기수들이었다.
이와같이 소속조를 변경해 출전한 기수들이 부진마에 기승해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조교사로부터 신임을 얻기 위해 심기일전의 자세로 경주에 임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또한 기승계약 체결후 소속조 기수가 부진한 경주모습을 보이면서 점차 타조 기수를 기승시키는 회수가 늘어났던 예년의 추세도 기수들의 분전 동기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관련기사 8월22일 일요일자 8면 참조>

인기마들의 부진
고배당발생의 주역이 입상에 성공한 부진마라면 조역은 인기를 모으고도 입상에 실패한 마필이다. 토요일 제10경주에서 압도적 인기를 모았던 ‘나이트온더무브’는 1군의 부진마로 편성된 경주였기에 인기순위 1위를 기록했지 중위권 정도의 편성이었다면 인기순위 4,5위권에 해당하는 말이었다. 특히 이 말은 6세에 불과하지만 이미 미국에서 60전이상 실전경험을 갖고 있던 마필로 국내에 도입되어서도 30전에 가까운 연투로 최근 경주에서는 바닥을 드러내며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같은 날 제11경주에 출전한 ‘대견’도 마령 10세에 접어든 노령마로 과거의 명성에 걸맞는 주력을 이미 상실했음에도 인기순위 1위를 기록했었다. 특히 그경주에는 내로라하는 1군의 선행마가 대거 포진되어 있어 ‘대견’의 선행을 낙관키 어려웠고 따라서 입상을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또한 일요일 제3경주에선 도주형 마필인 6번‘스위치크래프트’가 인기1위를 기록했는데, 편성상 선행형 마필이 별로없어 손쉬운 선행작전이 예견되었기 때문이었으나 3번‘셰이크앤고’가 기습 선행에 성공함으로써 ‘스위치크래프트’의 전의를 상실케 했다고 볼 수 있다.
제6경주에선 98년 3차 뉴질랜드 도입마인 ‘새그리프스’와‘베인비바’가 압도적 인기를 모았으나 앞서 설명한 바와같이 우리나라에서 여름 혹서기를 한번도 겪어보지 않아 무더위로 인한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었다는 추정도 가능할 것이다.
전문가들의 오류

위와같이 지난 주 발생한 초고액배당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설명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냉철하게 성찰해보면 고배당을 낼 수 있는 제반요인을 사전에 탐지해 예상에 반영치 못한 전문가나 예상지들에게도 그 공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경마에서 배당판을 좌우하는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전문가나 예상지들의 예상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가지 덧붙여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지난주 경마에서 승부의지나 기승기수를 중시하는 경마예상 방법이 여실히 그 한계를 드러냈다는 점이다.
부진마로 편성된 경주에서 큰 전력차이가 나지 않음에도 인기기수가 기승한 마필들에게는 집중적으로 인기가 모아지며 상승작용까지 일으켰고, 뚜렷한 열세마가 아님에도 비인기기수가 기승한 마필들은 철저히 외면당함으로써 인기마와 비인기마간 배당편차가 지나치게 확대됐다고도 볼 수 있다.
즉 인기마로 조합된 마권의 배당은 지나치게 낮게 형성됐고, 비인기마로 조합된 마권의 배당은 지나치게 높게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배당판이 입상가능성을 적정하게 반영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많은 전문가와 팬들이 인기기수 기승시 마방의 승부의지를 높게 봐주고 적정수준 이상으로 그 마필의 입상가능성을 확대포장하는 소위‘기수경마’의 한계를 아직 극복하지 못하고 있음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경마는 기수가 뛰는 것이 아니라 말이 뛰는 것이다. 경주마보다는 기승기수를 보고 입상마를 가려내고자 하는 후진적 경마관이 결국 지난주의 초고액배당을 발생케한 진정한 주범이었던 것이다.

작 성 자 : 김현웅 ome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