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경마결산과 새천년 경마, 스포츠부문 첫 1천만명 시대 개막

20세기를 마감하는 99년 경마는 한국경마에 빛과 그늘을 동시에 던졌다. IMF를 벗어나기 시작한 경제회복과 맞물려 입장인원과 매출액이 동시에 증가했고, 국산마 능력 향상 및 국산마 관심 증대로 국산마 르네상스 시대 도래를 예견하는 목소리가 많아지고 있다. 더불어 익산 제2육성목장 건설이 시작돼 보다 폭넓은 국산마 생산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또한 대전지점이 오픈함으로써 경마의 전국화시대 부활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경남·부산경마장 건설사업이 정부 승인을 얻어 한국경마의 새시대를 예고했다. 반면 구조조정 한파에 밀려 많은 경마관계자들이 정든 직장을 떠나야 했고, 정부의 무리한 지침으로 경마관계자들이 대정부투쟁이라는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새천년을 맞아 대도약을 준비해야 할 경마산업은 그러나 결코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경륜의 폭발적인 상승세와 경마산업에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견되는 카지노 개방과 경정시행이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눈앞에 산적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모든 경마관련 종사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경마산업의 발전을 위해 노력을 해야만 한다. 어제를 돌아보고 내일을 준비하는 자세로 지난 99년의 경마를 돌아보고, 새천년 한국경마가 나아갈 바를 살펴보자.

1천만명 경마팬 시대 개막
99년 경마는 외형상으로 볼 때 전반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99년 한해 총입장인원이 1천1만2천9백11명을 기록해 대망의 1천만명 시대를 활짝 열었다. 또한 매출액도 증가했다.
99년 경마는 1월 9일 대장정에 돌입하여 12월 19일까지 총 91일간 1천60경주를 시행하며 마감했다. 시행규모면에서 98년 경마에 비해 경주수가 6회 증가하였다.
경마의 외형을 나타내는 총입장인원과 매출액을 살펴보면, 입장인원은 98년 9백56만5천6백18명보다 4.8%가 증가한 1천1만2천9백11명을 기록했고, 매출액 역시 98년 2조7천7백21억보다 14.7% 증가한 3조1천7백31억원을 기록했다.(표 참조)
한편 세기말에 대한 사회전반의 술렁거림이 경마장에도 영향을 미쳐 연말경주가 되면서 경마일마다 단일경주 최고매출액 신기록이 경신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단일경주 최고매출액 신기록은 12월 19일 제11경주의 61억9천만원이고, 당일 1일 최고매출액인 4백68억9천만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3년 입장인원·매출액〉
연도 경마일(경주수) 총입장인원 총매출액
97 94(1,078) 8백24만6천1백78명(11.8%↑) 3조1천1백10억(14.7%↑)
98 91(1,054) 9백56만5천6백18명(16.0%↑) 2조7천7백21억(10.9%↓)
99 91(1,060) 1천1만2천2백11명(4.8%↑) 3조1천7백31억(14.7%↑)

국산마 르네상스 도래
99년은 한국경마에서 국산마 시대 개막을 알리는 중요한 한해가 됐다.
우선 경주체계에서 국산마 우대정책이 강화되면서 국산마에 대한 마주 및 경마관계자의 관심이 증폭돼 국산마 마필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현상이 벌어졌다. 99년 3차에 걸쳐 개최된 국산마경매는 첫 시행년도인 98년 경매제도에 대한 이해단체간 이견으로 뒤뚱거렸던 것에 비해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또한 국산마경매가 정착되면서 국산 2세마의 경주로 데뷔가 빨라져 경주마 생산 활성화와 경주마 조기활용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되었다.
‘새강자’라는 걸출한 국산마 탄생은 99년 최고의 화제거리다. 경마가 한국에서 시행된 이래 국산마로는 처음으로 그랑프리 제패를 하면서 99년 한해 경마대회 4관왕에 오른 ‘새강자’는 국산마 르네상스를 10여년 앞당기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신기록 경신이 어려워 보이던 ‘가속도’의 11연승을 추월, 13연승으로 99년을 마감했다.
‘새강자’를 필두로 ‘자당’,‘무비동자’,‘만석꾼’등 국산 신예강자들의 상금이 외국산마 최다상금 마필인 ‘울프사일런서’를 능가하고 있어 이제 경마관계자들의 관심은 온통 국산마에 쏠리고 있다.
반면 외국산마는 IMF후 마필수급이 원활치 못했던 여파를 느끼게 해줬다. 세대교체가 빠르게 이어진 국산마에 비해 외국산마는 거의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고 누적된 현상을 보여 경주 박진감을 떨어지게 만들며 문제점을 드러냈다.
다만 지난해 도입된 뉴질랜드산과 호주산 마필이 약진을 하고 있어 조만간 외국산마 경주에서도 본격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질 전망이다.

한국경마 전국화시대 부활
99년 7월 한반도의 중심부에 위치한 대전에 장외발매소가 개장되며 경마의 전국화, 지방화 시대를 열었다.
지방거주 경마팬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한국경마의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추진해 왔던 지방 장외발매소의 첫 오픈이었던 대전지점은 깨끗한 시설과 경마팬 우선의 편의시설 제공으로 좋은 호응을 얻었다.
한국경마 초기에 해당하는 일제시대에는 군사적인 목적에 의해 각 지방에 경마장이 설립돼 경마를 시행했었다. 해방이 되면서 적자를 면치 못하던 지방 경마장은 이내 폐쇄가 되었기 때문에 순수한 한국경마를 놓고 볼 때 전국화 시대는 이제 첫 발걸음을 시작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문화재 발굴 등을 이유로 아직도 경마장 건설이 확실치 않은 경주경마장 대신 2002년 아시안게임 승마경기 개최를 위한 경남·부산경마장 건설사업이 정부의 승인을 얻어 본격적인 건설을 앞두고 있어 경마의 전국화, 지방화에 가일층 빠른 진전을 기대할 수 있는 초석을 다졌다.

99년 한국경마의 명암
99년 경마를 평가할 때 외형상으로 나타난 결과는 98년에 비해 증가세를 나타냈으나 경마전반에 대한 여건은 오히려 염려할 만한 수준으로 악화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99년 한해를 보내면서 한국경마에 희망을 던져준 것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사회전반의 경기가 회복되면서 경마전부분에 걸쳐 증가세를 보였다는 점과 한국경마의 장래를 책임질 국산마 활성화, 그리고 지방화·전국화의 초석을 다졌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한국경마의 앞날을 어둡게 하는 면도 있다. 우선 경마계에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었던 기획예산처의 사업이익률 6% 달성 지침에 대응해, 경마관련단체가 경마역사상 하나로 뭉치는 단결력을 발휘, 지침철회에 대한 희망을 갖게 했으나 결국 정부지침을 따르는 것으로 마무리되고 말았다.
이문제는 정부의 공기업 압박과 맞물려 앞으로 많은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편향적인 경마산업 죽이기에 나선 정부부처의 강경입장은 경마산업의 앞날에 거대한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여기에 경마의 경쟁산업으로 대두될 수 있는 경륜산업의 활성화와 2000년 전면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는 카지노사업과 경정시행도 경마산업의 발전을 위협하고 있는 장애물로 등장하고 있다.
이미 많은 경마선진국들이 타 경쟁산업에 밀려 성장세는 불구하고 오히려 하향세를 감수하고 있는 것이 세계경마의 현실이다. 99년 한해는 희비가 교차되며 다시한번 한국경마를 생각케한 한해였다.

새천년 경마산업 전망
올해는 경마계가 경쟁산업에 진지하게 관심을 기울이고 대응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 경마선진국의 경마싸이클을 토대로 한국경마는 아직 성장기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너무 안일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새천년 경마산업 전망은 상당히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IMF를 거치며 한국경제가 체질개선에 노력 저성장·고효율을 지향하고 있고, 경마외적 증가에 대한 정부의 견제가 심화되어 급격한 성장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또한 경마의 가장 강력한 경쟁산업이 될 카지노와 여타 경쟁산업도 거센 도전이 예상된다.
최근 모업체가 인터넷경마를 위한 주주모집을 했다. 물론 법적으로 허용이 되지 않지만 앞으로 한국경마가 살아남기 위해선 다양한 방안이 모색돼야만 한다.
쇠퇴기를 맞고 있는 경마선진국의 개방압력도 한층 거세질 것이다. 비록 그동안 국산마 우대정책으로 국산마에 대한 관심과 호응도가 높아졌지만 아직 경마선진국에게 한국 경마산업 시장을 열기에는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다.
한국경마는 열악한 환경속에서 꾸준히 성장을 거듭해왔다. 그만큼 경마계의 피와 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또다시 경마계에 많은 출혈을 요구하고 있지만 2000년 한국경마의 모습은 결코 어둡지 않다. 바로 경마산업 발전을 위해 최일선에 뛰고 있는 경마인들과 경마를 아끼고 사랑하는 저변확대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권순옥 차장대우 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