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 가속화, 국산1군이 무너지고 있다

국산1군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국산1군으로 갓 승군한 마필들이 승군 첫 도전에서 거침없이 우승을 차지하는 등 과거에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현상들이 최근 속속들이 진행되고 있다.
‘1군 벽’이란 1군 마필들의 실력적 우위를 지칭하는 말로 갓 1군으로 승군한 마필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부담으로 작용해 단숨에 뛰어 넘기에는 무척 어려움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국산마 판도는 ‘1군 벽’이 무용지물이 된 상태다.
이유는 국산1군 기존마들의 노령화와 맞물려 지난해부터 시행된 코리안더비로 능력있는 신예마들이 서서히 국산1군으로 승군하면서 첫도전을 입상으로 장식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 국산 신예마들이 외국산 신예마들보다 주파기록에서 우위를 보이며 질적인 향상이 이뤄졌음을 보여줬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국산 신예마들이 외국산 경주에 출전해 종종 입상을 했으며 더 나아가 레이스 흐름을 주도하는 지배 세력으로 돌변했다.
이런 질적 향상이 기존 국산1군 마필들에게도 통하는 가에 이목이 집중된 시점에서 1라운드는 신예마들의 KO승으로 판가름났다.
그래서 예전에 지배적이었던 ‘국산1군 데뷔전 = 입상 실패’가 이제는 ‘국산1군 데뷔전 = 입상 가능’으로 변모되며 특히 경마팬들에게 많은 혼동을 주고 있다.
걸출한 신예마 ‘새강자’가 이미 국산마 세대교체를 단행한 지는 오래다.
그러나 ‘새강자’와 같은 시기에 데뷔한 동기들이 쟁쟁한 기존 1군 강호들을 국산1군 데뷔전에서 누름은 세대교체 이상의 의미를 준다.
바로 국산 신예마 수준의 전반적인 향상.
이와 때를 같이해 과거 국산1군이 위용을 과시했던 시기에서부터 현재의 붕괴된 시점까지 그 과정을 되짚어 보자.

1세대 (1996년) 국산1군이 정립되지 않았던 시기

1996년 국산마와 외국산마의 비율이 2대8 정도를 형성하며 국산마 경주와 외국산마 경주를 분리 시행하는 제도적 변화가 오게 된다. 이때를 국산1군의 1세대라고 할 수 있다.
당시 국산1군을 형성했던 마필들은 ‘봉정암’, ‘상승군’, ‘화초장’등이다. 국산1군으로 갓 승군했던 마필들은 ‘당대제일’, ‘우먼’, ‘이화령’등. 이중 지난해까지 최고의 국산마로 군림했던 ‘당대제일’은 국산1군 데뷔전에서 3위를 차지했다. 반면 ‘우먼’과 ‘이화령’은 각각 준우승, 우승. 그러나 시기적으로 국산마와 외국산마의 경주 분리 시행이 채 1년도 안된 시점이었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

2세대(1997년) 국산1군 벽이 형성되기 시작

2세대는 1세대 마필들과 합세하며 본격적인 국산1군 벽이 형성되었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당시 활동했던 마필은 1세대와 1세대에게 도전했던 마필들 즉 ‘봉정암’ ‘상승군’ ‘당대제일’ ‘이화령’ ‘우먼’등. 이에 도전했던 세력들은 ‘연승환호’, ‘골드카드’, ‘해동제일’, ‘공로자’등이었다. 이때는 국산1군이 정립된 시기(1997년)였기 때문에 도전 세력들은 ‘1군 벽’을 실감했어야만 했었다.
이들의 국산1군 데뷔전 성적은 순서대로 3위, 3위, 9위, 5위. 이중 ‘연승환호’와‘공로자’만이 데뷔 2전째 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그외 마필들은 최소 3∼4번의 경주를 치른 후에야 입상의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3세대(1998년) 코리안 더비 창설로 국산1군 벽 서서히 붕괴

3세대는 지난해인 1998년을 말한다. ‘공로자’,‘골드카드’,‘해동제일’이 국산1군에 가세하며 1군벽은 더욱 두터워졌다. ‘국산1군 데뷔전 = 입상 실패’란 공식이 성립할 정도로 승군전을 치르는 마필들에게는 고통이 따라야만 했다. 그 상승세는 지난해 상반기에 극에 달했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다소 주춤, 코리안더비 시행으로 그 이전보다는 다른 능력있는 신예마들이 하반기에 국산1군 벽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먼저 ‘용두레’와 ‘푸르미’가 문을 두드렸다. 결과는 4위와 3위. 1군 벽의 두께를 실감했어야만 했다. 그러나 ‘노더너파이’와 ‘자부심’은 양상이 달랐다. 모두 데뷔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실로 크나큰 사건이라 할 수 있었다. 그동안 굳게 닫혀 있었던 1군 벽이 드디어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대통합’, ‘천하영웅’등이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여전히 1군벽이 강세라는 지배적 성향은 남아 있었다.

4세대(1999년) 세대교체 단행을 시작으로 국산1군 벽 완전히 붕괴

4세대는 더비 1세대 마필들이 1군벽에 가세해야 될 시점이었다. 그러나 더비 우승마 ‘우승예감’의 퇴사를 비롯, ‘용두레’의 부진, ‘푸르미’의 함량 미달등으로 다소 벽이 정체된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도전 세력들은 역대 최강을 이룬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발군의 실력으로 1군벽을 두드렸다. 먼저 ‘새강자’는 10연승이란 기록이 말해주듯 가볍게 1군벽을 돌파하고 신예마로서는 최초로 지존으로 군림했던 ‘당대제일’마저 따돌리고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제2회 더비 패권마 ‘만석꾼’도 비롯 ‘새강자’에게는 밀렸지만 역시 입상으로서 자존심을 지켰다. ‘자당’, ‘무비동자’, ‘승리신화’도 1군벽이 무색할 정도로 한수위 기량을 선보이며 당당히 1군 강자로 군림해 있는 상태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신예마중 중간급으로 평가되었던 ‘가을들녘’과 ‘당대발복’이 1군 강자들을 물리치고 우승했다는 점이다.
몇몇 엘리트들에게만 국한될 것이라는 지배적 관념이 이들에 의해 붕괴됨은 사실상 1군 벽이 허물어 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 이상으로 국산1군 벽이 붕괴된 과정을 살펴보았다. 지난해 창설되었던 코리안더비와 그 사전작업이었던 국산마 경매제도의 시행으로 국산마 판도에 커다란 변화가 온 것이 현 시점이다.
이런 제도적 개선은 국산마 수준의 질적인 향상을 유도했고 ‘새강자’와 같은 외국산 최정상급 마필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경주마를 배출시켰다. 그 부산물의 하나가 바로 국산1군 벽의 붕괴다.
최근 이와같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올해까지는 ‘비더비마 vs 더비마’였지만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더비마 vs 더비마’의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본다.
【김대유 기자】

작 성 자 : 김대유 violet@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