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 기수와 호흡, 멋진 역전승, SBS배 정복
제7회 SBS배는 ‘슬레잇런드레이크’와 경마대회 첫 출전한 지하주 기수의 품으로 돌아갔다.
올 해 들어 가장 치열한 난타전 양상을 띠었던 이번 대회는 각종 대회 우승마들이 대거 출전해 크나 큰 관심을 모았다. 총8두가 2000m 장거리레이스에서 자웅을 겨룬 이번 대회는 핸디캡 방식으로 펼쳐져 객관적 전력상 근소한 우위를 보이고 있는 ‘울프사일런서’가 59kg의 가장 높은 부담중량을 받은 반면, 국산마인 ‘용두레’는 53kg의 최저중량을 짊어졌다.
경마대회 2관마 ‘울프사일런서’와 재기에 성공한 ‘캐실라베이’, 연이어 준우승 아쉬움을 삼켰던 ‘슬레잇런드레이크’, 신예마의 저력으로 몰아붙인 ‘스트라이크테러’와 ‘그랜드슬래머’, 그리고 유일한 국산마로 관심을 끈 ‘용두레’등 출전마는 8두에 불과했으나 화려한 전적의 능력마들이 한 판 승부를 펼쳐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됐다. 다만 유력한 우승후보로 대두된 ‘샤이닝타임’이 경주 전 앞다리 질병으로 출전을 취소, 그의 시원한 선행력을 기대한 경마팬들에게 옥의티로 지적됐으나 우승컵의 향방에는 모든 관심이 집중됐다.
외국산 1군마 5두, 2군마 2두, 그리고 국산1군마 1두가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경주 전 ‘울프사일런서’,‘캐실라베이’,‘스트라이크테러’등이 우승권으로 좁혀지며 근소한 차이로 인기순위 1∼3위를 점유했고 ‘그랜드슬래머’를 비롯한 ‘디바인드롭’,‘루더레전드’는 이변연출을 기대케하는 복병으로 분류됐다.
특히 순발력 탁월한 ‘샤이닝타임’이 출전을 취소함에 따라 초반 선행싸움이 관건으로 떠올랐는데, 출발신호와 함께 순발력과 지구력 두루 갖춘 차세대 명마 ‘스트라이크테러’가 강력한 선행작전 구사로 선두에 나설 수 있었다.
그 뒤를 ‘그랜드슬래머’와 ‘루더레전드’등이 따랐고 역전 드라마의 명수 ‘울프사일런서’ 역시 일찌감치 선두권에 따라붙어 우승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4코너 까지 계속된 ‘스트라이크테러’의 선두는 이후 추입마들의 추격에 발걸음이 무뎌지기 시작했고 이 틈을 파고든 것이 ‘울프사일런서’와 ‘캐실라베이’였는데, 이들은 거센 말몰이로 선두를 빼앗을 듯 파워넘치는 대결을 펼쳤지만 결승선 100여m를 남기고 외곽에서 추입해 온 ‘슬레잇런드레이크’에게 속수무책 당하고 말았다.
올 해 열린 각종 대회에서 연이어 준우승에 그쳤던 ‘슬레잇런드레이크’는 현저하게 낮아진 부담중량 이점을 최대한 살려 인기순위 7위의 설움을 깨끗이 씻어 냈다. 특히 지하주 기수는 ‘슬레잇런드레이크’에 첫 기승한 것 뿐 아니라 경마대회 첫 출전이기도 했는데 이같은 역전 드라마를 연출해내며 경마대회 첫 우승과 수습해지라는 두 마리 토끼도 모두 잡아 생애 최고의 날을 맞이했던 것. 우승한 ‘슬레잇런드레이크’의 2000m 주파기록은 2분12초0.
기대를 모았던 ‘울프사일런서’와 ‘스트라이크테러’는 각각 2·3위를 차지, 간신히 체면을 지켰고 1군 승군 후 첫 도전이었던 ‘캐실라베이’는 거리적응이 완전치 않았던 듯 6위에 머물렀다.
내달 열릴 그랑프리의 전초전이라 불릴 만큼 가장 어려운 경마대회 편성으로 일컬어졌던 이번 대회는 짜릿한 역전 이변극 연출로 그 어느때보다 높은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 냈던 것으로 평가된다.

허건호 마주
―경주 전 워낙 상대들이 강해 우승을 기대하기 어렵지 않았는가
▲그동안 겨뤘던 상대에 비해 강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전력상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뿐더러 이번에는 마필 컨디션이 최상이었고 더욱이 부담중량도 그동안에 비해 낮게 책정돼 당연히 우승을 기대했다.
―기대했던 대로 우승을 차지하게 돼 기쁠텐데, 소감은 어떤가
▲당연히 기쁘다.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쁜데, 이것은 우리 33조의 김충근 조교사를 비롯해 관리사, 기수 모두의 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성원하고 지켜봐 주시는 경마팬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올리는 한편,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다.

김충근 조교사
―오랜만의 경마대회 우승이라 소감이 남다를 텐데
▲너무 기쁘다. 최근 마방의 마필들이 워낙 부진해 고민이 많았었는데 이번 우승을 계기로 상승세로 돌아서길 바란다.
―어느 지점에서 우승을 예감할 수 있었나
▲결승선을 50여m 남겨두고 ‘슬레잇런드레이크’가 추입하는 게 보였다. 조교사 대기실에서 얼마나 소리를 질렀는지 목이 아플 정도였다(웃음).
―우승을 차지할 수 있던 요인이 있다면
▲일단 경주 전개가 매끄러웠다. 4코너를 지나면 외곽으로 빠지려고 하는 마필의 습성을 기승했던 지하주 기수가 잘 파악해 외곽에서 승부수를 띄운 것이 맞아 떨어진 것 같다.

지하주 기수
―첫 출전한 경마대회에서 겁없이(?) 우승을 차지했다. 더욱이 이번 우승으로 수습딱지도 떼어버렸는데, 느낌이 어땠는가
▲하늘을 나는 기분이 바로 이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이렇게 우승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조교사님께 감사드린다.
―결승선을 통과하며 경마팬들은 정확히 어떤 마필이 우승했는지 가늠하기 어려웠는데, 지하주 기수는 바로 손을 번쩍 들며 환호하는 모습이었다. 우승한 지 알았나
▲당연하다. 준우승을 하고 그렇게 기뻐하는 줄 알았는가? 승부의 세계에서는 우승이 최고다.
너무 기뻐 나도 모르게 손을 흔들었나보다.

【이희경 기자】

작 성 자 : 이희경 jso0106@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