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튀는 럭비공, 경주로 종횡무진 누려
요즘 경마장엔 어린 기수들의 반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경마대회 처녀 출전이라는 말도 무색하게 지하주 기수가 지난주 토요일 사상 최고의 혼전이라 불리던 SBS배를 거머쥔 것. 지난 몇 주간 연이어 18기 박을운 기수와 17기 양희진 기수가 경마대회를 휩쓴 것으로 모자라 16기 지하주 기수까지 기라성같은 선배들을 제치고 반란에 성공해 또다른 화제를 낳고 있다.
이날의 결과를 두고 경마팬들은 ‘언젠가는 터트릴 줄 알았지…’라는 당연한 반응과 함께, ‘그래도 그렇지…’라는 엇갈린 반응을 드러냈다.
우리 나이로 스물여섯, 데뷔 5년차의 지하주 기수가 느낀 생애 최고의 날을 들어본다.
“하늘을 나는 기분이 어떤지 아세요?”
누구도 기대치 못했던 ‘슬레잇런드레이크’로 첫 출전한 경마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난 후, 그는 자신의 기쁨을 이렇게 표현했다.
1만피트 상공에서 스카이다이빙 하는 기분을 말하는 걸까… 무사히 고공낙하를 마친 지하주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하다. 지난해 겪었던 허리부상으로 6개월여간 공백을 가졌던 아픔이 싹 가신 듯 하다.
지난해 12월 31일, 1년을 마감하는 그날 지하주는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병상에 누워 재야의 종소리를 듣는 기분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며 피식 웃지만 나름대로는 초조함도 답답함도 느꼈으리라.
지하주의 생활신조는 ‘바르게 살자’다. 하지만 순박한 충청도 사투리 속에 담긴 고집은 얼마나 센지 그를 아는 사람이면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고집이 너무 세다고.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자신을 두고 ‘착한 남자’라는 표현을 서슴없이 한다. 다만 단순하고 고집이 조금 셀 뿐이라며….
그의 이런 고집이 완벽한 프로로서의 자세를 요구하는 기수 세계에서 빛을 발하길 기대한다.
지하주는 재치있고 재미있는 사람이다. 마르지 않는 샘처럼 그의 입을 타고 나오는 얘기는 밑도 끝도 없다. 뜬금없이 화제를 꺼냈나 싶다가도 어느새 말꼬리는 다른 곳으로 가있다. 스스로를 두고 내성적이라지만 그가 보여주는 성격의 단면들은 보는 이를 즐겁게 한다.
155cm의 키에(사실은 153cm정도일 듯) 48kg의 체중. 기수로서 이상적인 조건을 갖췄다. 충남 논산의 강경산업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이정표 기수의 9년 후배이기도 하다.
이정표 기수를 담당했던 체육교사의 눈에 띄어 지하주 역시 기수로서의 진로를 택하게 됐는데 아직까지는 자신의 성적표가 초라하게만 느껴지는 모양이다. “저도 욕심 많아요. 지금은 승률도 그렇고 복승률도 형편없잖아요. 꾸준히 노력하고 또 노력해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습니다”
지하주 기수의 월평균 수입은 1백50여만원. 그러나 기승회수나 승수에 따라(당연하겠지만) 매 달 차이가 큰 편이다. 이번 우승 덕에 다음달에는 4년여 기수생활 가운데 처음으로 5백여만원이 넘는 월급을 탈 수 있을 것 같다. 논산에 계신 부모님께 모처럼 효도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은 벌써부터 흐뭇하기만 하다.
경마팬이라면 지하주를 데뷔 첫 날 2승을 거머쥐며 돌풍을 일으킨 주역으로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지하주 본인은 지난 7월 모처럼 나선 경주로에서 ‘아담’으로 ‘신세대’를 꺾었던 게 더욱 기억에 남는다. “무척 기뻤어요. 그동안 40여 승을 거두면서 그때처럼 기뻤던 때가 없었던 것 같아요. 결승선을 통과하며 처음으로 손을 흔들어 봤지요”
이번 SBS배에서도 지하주는 결승선을 통과하며 손을 번쩍 들었다. 인코스에서 접전을 벌이던 ‘울프사일런서’와 ‘스트라이크테러’만 보느라 외곽에서 번개같이 추입해 온 ‘슬레잇렌드레이크’를 미처 보지 못했던 경마팬들로서는 과연 어느 말이 우승했을까 궁금했지만 해답은 지하주 기수의 환호였다. 꼬리처럼 달고 다녔던 수습딱지를 시원스레 떨쳐버린 멋진 승부로 기억될 것 같다.
요즘 지하주는 배가 나와 고민이다. 병원을 다녀온 이후 체중도 조금 늘었고 무엇보다 배가 나와 예전의 날렵한 몸매(?)를 되찾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프로는 아릅답다지만 멋진 비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도 보기 좋다.
새 천년에는 지하주가 어떤 모습으로 팬들 앞에 다가설 지 기대해 보자.
“부럽다, 하주야!”
충격이다. 우리 동기 중에서 네가 제일 먼저 경마대회 우승 기수가 되다니(웃음)…. 진심으로 축하하고… 사실은 정말 부러워 죽겠다. 더욱이 이번 우승으로 수습해지까지 하다니…, 멋지구나!
널 보면 타고난 기수같다는 생각이 든다. 네가 앞으로 더 나은 내일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다만 쓸데없이 고집 부리는 그 성격은 조금 고쳤으면 좋겠다.
더 분발하고 노력하자! 잘 먹고 잘 살아라, 임마! 다시 한 번 축하한다.
- 16기 동기 김동철
【이희경 기자】
작 성 자 : 이희경 jso0106@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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