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벌에 새로운 여왕이 탄생했다.
8개월 휴양공백을 딛고, 경마대회에 처녀출전한 ‘캐실라베이’는 ‘캐디넷’,‘피커든’,‘클래시돌’등 기존 강호와 ‘보드카’·‘송도삼절’등 신예 세력을 모조리 꺾고 패권을 움켜쥐며 완전히 정상궤도에 올라선 면모를 과시했다.
시작전부터 ‘캐실라베이’·‘캐디넷’·‘피커든’의 한판승부로 관심을 모은 이번 대회는 ‘캐디넷’의 수성이 가능할 것인가와 ‘캐실라베이’의 완벽한 재기가 이뤄질 것인가에 초점이 모아졌다.
마권 발매와 함께 인기순위 1위를 마크했던 ‘피커든’을 비롯해 ‘캐디넷’과 ‘캐실라베이’가 근소한 차이로 엇비슷한 인기를 보여 이날 대회의 치열한 접전을 짐작케했다. 결국 단승식 2.4배로 ‘캐실라베이’가 최고 인기마로 떠올랐고 ‘캐디넷’,‘피커든’이 뒤를 따르며 발매가 마감됐다.
순발력 좋은 암말 강호들간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 이날 대회는 의외로 ‘송도삼절’의 선행, ‘보드카’의 선두 위협으로 시작됐다. 초반부터 신예마들이 난타전 양상으로 몰고간 가운데, ‘클래시돌’이 이들에 가세, 선두그룹을 형성했다.
관심을 모은 ‘캐실라베이’와 ‘캐디넷’은 각각 4위와 10위권에 자리잡으며 결승선 접어들기까지 최대한 힘을 아끼고 있었다.
승부처인 4코너를 돌자마자 선두그룹 마필들이 현격한 체력저하를 보이는 동안 숨 죽이고 있었던 ‘캐실라베이’가 안쪽을 파고들며 선두로 급부상했다. 경주내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캐디넷’도 외곽으로 진로를 잡고 돋보이는 추입력을 선보여 결승선 50여m 전방에서는 이들 둘의 싸움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졌다.
잡힐 듯 잡힐 듯 ‘캐실라베이’가 질주했고 정상 수성을 위해 온 힘을 쏟아부은 ‘캐디넷’은 결승선이 다가오는 게 안타까울 뿐이었다.
결국 ‘캐실라베이’가 ‘캐디넷’에 반마신차 신승을 거두며 새로운 여왕 탄생을 자축했고 각각 ‘캐실라베이’와 ‘캐디넷’에 기승, 동반입상에 성공한 장세한·김효섭 기수는 결승선 통과 후 하이파이브하며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이었다.
과천의 여왕, ‘청파’ 은퇴 이후 ‘캐디넷’이 그 자리를 메우는 듯 했으나 이에 도전하는 기존강호와 최근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신예마들의 전력이 만만치 않아 과천벌은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장기간의 공백도 무색케 하고 절정기의 기량을 보이고 있는 ‘캐실라베이’가 여왕에 등극, 새로운 국면에 돌입했다.
그러나 ‘캐실라베이’의 장기집권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낙관하기 이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번에 비록 ‘캐실라베이’가 난적들 사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고는 하지만 부담중량이 55kg에 불과, 향후 가중될 부담중량을 견뎌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그러나 경주마로서 편골제거라는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도 현재 마체에 이상없이 건재하다는 점이 향후 발전가능성에 청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최고의 암말이라함은 곧 은퇴 후 씨암말로의 활용을 의미한다. ‘청파’가 현재 임신에 성공함으로써 씨암말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지는 만큼, 금세기 최후의 여왕자리에 대한 도전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올 해 남은 암말대회는 동아일보배로 이들의 재격돌은 다시 한 번 과천벌을 뜨겁게 달굴 것이다.


작 성 자 : 이희경 wohaha3@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