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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도 기수가 되기 위해 섬나라(?) 제주를 처음으로 벗어났던 강종헌 후보생이 수석졸업이라는 영예를 안고 졸업장을 받을 날을 기다리고 있다.
아직 면허시험을 치르지 않았지만 경주로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20기 후보생으로 입학했지만 지난해 허리부상으로 1년이란 세월을 기다림속에서 보내야 했다. 다행이 아팠던 허리가 완쾌됐고, 마침내 졸업을 하게 된 것이다.
고향 제주를 떠나 서울경마공원에서 기수로서 첫 발을 딛게될 강종헌 수석졸업생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형의 아르바이트가 인연되어 기수 지원’
강종헌 후보생이 기수가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은 형의 아르바이트에서 시작된다.
5남매중 막내인 그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대학생활을 1년으로 중도에서 짧게 끝내고 사회생활로 눈을 돌렸다. 그런 그에게 어느날 제주경마장 예시장 아르바이트를 하던 형이 기수가 되어보지 않겠느냐는 얘기를 한 것이다. 체격조건이 맞는다는 이유였다.
처음에는 그런가 하고 생각했던 것이 어느순간 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아 서비스업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그에게 기수라는 직업은 후일을 보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이다.
집이 있는 제주도에서 기수생활을 할 수도 있었지만 이왕 기수가 되려면 서울기수가 되겠다고 생각했고 눈이 좋지 않았던 그는 기수후보생이 되기 위해 라식수술을 받았다.
‘말은 태어나면 제주로 보내라’말이 있듯이 다른 지역은 사람들은 제주도 사람이면 누구나 말과 친하다고 생각하지만, 솔직히 강은 기수후보생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말에 기승했다.
“둔한 내가 수석졸업이라니…”
강은 아직도 자신이 수석졸업생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이제는 제법 단단한 몸매를 보이고 있는 그는 처음 후보생이 되어서는 체력적인 열세와 둔한 운동신경 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달리기를 해도 가장 뒤에 처지게 되고, 기승훈련을 할 때도 다른 동기들에게 뒤처지는 자신을 발견했기 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부족함과 쓸쓸한 서울생활은 더욱 그를 외롭게 만들었지만 한편으론 그를 단련시키는 좋은 약이 되었다.
특별히 의지할 곳이 없던 그는 월,화요일에 꼬박 꼬박 산으로 발길을 행했고, 차츰 체력이 쌓여가면서 그럭저럭 동기들과 어깨를 맞댈 수 있었다.
교육기간중 허리를 다치면서 어쩔 수 없이 1년을 쉬게 되었는데, 그는 허리치료를 하면서 체력보강에 주력했다.
아직은 전문적인 등산장비 하나 없지만 산에 대한 매력을 느낄 정도로 이제는 등산은 그에게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 되었다.
형제 같은 11명의 동기들
부상을 털고 기수양성소로 돌아왔을 때는 21기생들이 주축이었다. 물론 후보생 신분으로 군복무를 마친 19기생이 두명 함께 했고, 그와 함께 20기로 시작했던 여자후보생도 있었지만 서먹서먹함을 떨칠 수 없었다.
그런 그에게 동기라는 연대감을 깊게 새겨준 것은 바로 극기훈련이었다. 지난해 강원도 홍천에서 있었던 극기훈련를 통해 나이차와 입학시기를 떠나 모두가 하나라는 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힘든 훈련과 자신을 이겨야 하는 극기훈련을 거치면서 서로 도와주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그는 자신감을 가지게 됐고, 이제는 함께 졸업하게 될 11명의 후보생 모두가 형제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특히 지난 1년 함께 방을 쓴 룸메이트인 서도수는 그에게 평소 많은 도움을 주었다. 19기로 입학했다가 군복무로 인해 함께 교육을 받게 된 서는 그와 동년배로 복학 초반 적응을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던 그에게 심적인 위안을 주었다.
‘기대반 우려반’
26일(금) 기다리던 졸업식을 마치고 나면 본격적인 기수생활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한다. 그는 지난 6개월동안 21조(강종문)에서 실습을 했다.
기본적인 사양관리부터 마방청소에 이르기까지 실경주가 펼쳐지는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것이다.
후보생으로 그저 경주를 바라볼 때는 빨리 실제 경주에 참여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참 많이도 했다. 그리고 함께 생활을 하던 20기들이 경주를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부럽고 속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신이 뛰게될 경주로를 꿈꾸었지만, 막상 실제 경주마를 관리하고 새벽훈련을 하다보니 약간은 두려움이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한다.
후보생들에게 주어지는 교육용 말은 대부분 순한 편인데, 실제 경주마를 대해보니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란다.
하지만 어린 새가 떨어질 것이 두려워 날개짓을 하지 않는다면 완전한 새가 되지 못하듯 그도 완전한 기수로 태어나기 위해 그동안 배운 것을 총동원하겠다고 한다.
“기대반 우려반이에요. 하지만 남보다 늦은 만큼 최선을 다하는 노력으로 승부해야죠”라고 각오를 밝히는 그는 선배들이 그랬듯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껍질을 깨고 힘차게 비상할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권순옥 기자margo@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