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저히 떨어진 구매의욕, 민간목장마 낙찰률 급격히 하락
- 심도있는 분석 후 제도 개선 목소리 높아…

지난 19일(수) 제주에서 열린 2003년 제1차 국산마 경매가 파행으로 치달으면서 모든 경마관련단체에 난제를 안겨 주고 막을 내렸다.
‘국적있는 경마시행’이라는 모토아래 98년부터 시작된 국산마 경매가 마냥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구매자들인 마주들의 경매 보이콧을 비롯해 우여곡절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처럼 모든 경마관련단체들이 목소리를 모아 국산마 경매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은 처음이다.
과연 2003년 제1차 국산마 경매가 파행으로 치닫게 된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1차 경매의 진행과정 속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짚어보고 그 해결책을 찾아보기로 하자. 【제주=권순옥 기자margo@krj.co.kr】    

〈썰렁한 경매장, 마주 구매욕 감소 현저〉
금번 경매의 큰 특징은 상장두수보다 적은 구매자 수다.
국산마 경매가 시작된 이래 거의 매해 첫 경매는 구매를 원하는 마주의 관심도가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금번 경매에서는 65두(71두 상장에 취소 6두)가 경매에 나선 반면, 구매 신청을 한 마주수는 46명에 불과해 시작전부터 경매가의 하락은 어느정도 예견되어 있었다.
경매 상장두수도 과거 어느 때보다 적게 형성이 되었는데, 부산경마장에 소요될 경주마를 준비하기 위해 한국마사회 육성목장(제주)에서 15두만을 상장시켰기 때문이다. 마사회(제주)는 생년월일이 빠르고 건강상태가 양호한 말을 선별해 상장했다고 밝혔다.
경매 당일 경매장에는 구매 당사자인 마주가 15명 정도 참여했고, 조교사들이 30여명 참가했다. 매년 1차 경매에 1백명이 넘는 구매자 신청이 있던 것에 비하면 반수 이상이 줄어든 상황이었다. 또한 경매에 참가한 사람들조차 호가가 2천만원을 넘어서면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낙찰가의 하락은 불가피했다.
결국 1차 호가에서 유찰된 마필들에 대해 재상장이 이뤄지던 도중 대부분의 구매자들이 경매장을 떠나는 모습을 보이면서 결국 34번 ‘론드’자마 이후 마필들에 대해 재상장이 취소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됐다.
2차까지 호가가 이뤄졌지만 생산자가 유찰시켰던 ‘론드’자마는 생산자와 구매자의 요청으로 2차 상장으로 한정되었던 경매절차가 무시되고 3차 상장을 해 금번 최고가인 4천5백만원에 극적으로(?) 낙찰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매열기 식힌 문제점은 무엇인가〉
경매에 대한 마주들의 구매욕을 급격히 감소시킨 원인은 크게 제도적인 측면, 사회적 영향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우선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한국마사회가 입사T/O제를 엄격히 적용하면서 경매를 통한 마필도 경마장에 우선 입사할 수 있는 특별한 혜택이 사라졌다. 그리고 경매마 하자 보상이 올해부터 없어지게 됐고, 경주마 재해 위로금 폐지로 인해 퇴사할 마필들이 퇴사를 하지 않고 남아있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마주들의 신마 구매의욕을 떨어뜨린 것으로 분석된다.
사회적인 영향은 불안정한 경제로 인해 마필 구입자금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또한 지속적으로 방송이나 언론매체 등에서 경마에 대한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면서 경마에 대한 인식 전환이 이뤄지지 않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밖에도 25일(화) 예정되어 있는 금악목장 자체 경매에 대한 관심도 1차 국산마 경매의 열기를 식혔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리고 경매도중 일부 마주들이 호가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생산자측에서 유찰시키는 사례가 몇 차례 반복되자 민간목장마에 한해 생산자들이 원하는 가격에서 호가를 시작하자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해 경매방식에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영 생산자협회장은 1차 국산마 경매을 파행으로 이끈 원인으로 마사회의 입사T/O제 시행에 따른 마주들의 우려와 경제 악화로 인한 구매욕 감소라고 밝히고, 마사회가 제시하는 최저가 940만원은 국산마 경매시행 초기부터 변함없는 가격으로 생산농가가 상대적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발전적인 대안 절실히 필요하다〉
국산마 경매는 통상 1년에 3차에 걸쳐 시행된다. 하지만 국산마 경매 초기부터 지난해까지 사례를 비추어 본다면 앞으로의 경매 또한 보랏빛 청사진을 그리기 힘들 전망이다.
경매는 경마와 생산사업을 하나로 이어주는 고리역활을 해준다. 최근 질좋은 외국산마의 도입으로 인해 외국산마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고, 개별거래를 통한 마필매매가 활발해지면서 경매가 점점 시들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까지 국산마 경매를 시행하면서 누적된 문제점과 국산마에 대한 혜택이 점차 줄고 있고, 외국산마의 자유로운 도입이 가능해지면서 국산마에 대한 마주들의 관심이 현저히 줄어든 모습을 보이고 있어, 국산마 경매에 에 대한 각 경마관련단체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각 경마관련단체에서는 국산마 경매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각종 규제를 대폭적으로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즉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한 철저한 자율경쟁이 확보되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번 경매의 파행을 경험하면서 각 경마단체들은 서로 한발씩 물러서 조금의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경마산업 발전을 위하는 적극적인 자세로 머리를 맞대고 발전대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표〉 2003년 제1차 국산마 경매 낙찰마 비고
부마 모마 소유자 낙찰가 구매자
퍼시픽바운티 론드 오공학 4500 김양호 3차 낙찰
피어슬리 세디베이비 김병현 2400 은희만 (거래후 계약 해지)
큐리아레기스 올모스트퍼스웨이디드 한국마사회(제주) 2250 김도윤 1차 낙찰
피어슬리 레스트리스패트리샤 한국마사회(제주) 2050 제주축협  1차 낙찰
큐리아레기스 투포원닥 한국마사회(제주) 2000 양재열 1차 낙찰
랜드러쉬 배봉산 이용대 2000 박영철 1차 낙찰
피어슬리 동틀무렵 한국마사회(제주) 1500 노환영 1차 낙찰
리비어 충남호 한국마사회(제주) 1500 이유환 1차 낙찰
해피째즈밴드 프라이돕마이라잎 한국마사회(제주) 1320 윤훈현 1차 낙찰
미스터아도라블 메이킨아이즈 한국마사회(제주) 1200 이선종 2차 낙찰
해피째즈밴드 커버트큐티 한국마사회(제주) 1150 이정무 2차 낙찰
로드오브워 티브이즈러피언 한국마사회(제주) 1100 이윤화 2차 낙찰
랜드러쉬 사린테이크잇 한국마사회(제주) 980 고영자 1차 낙찰
로드오브워 이마케이전 한국마사회(제주) 980 이상홍 1차 낙찰
글로리화이 오월의향기 한국마사회(제주) 960 나종웅 1차 낙찰
큐리아레기스 양지 한국마사회(제주) 950 신건호 2차 낙찰
랜드러쉬 스잔나 한국마사회(제주) 940 이윤화 2차 낙찰
큐리아레기스 그랜마헬렌 한국마사회(제주) 940 최명균 1차 낙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