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간 경마계의 화두는 단연 ‘아! 기립환호’였다.
경주편성의 초라함 속에서도 이변은 계속됐고, ‘정복하기 어려운 경마’를 다시 한 번 느낀 한 주였다는 것이 경마문화 기자들의 평.
한 주간 소식들을 반추(反芻)하며 이번 주의 문을 활기차게 여는 경마문화 편집회의의 생생한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보자.

◆‘기립환호’의 장관배 우승… 아! 정말 놀랐습니다. 10여년 간 별별 경주를 다 봤지만 이번 결과가 가장 쇼킹하지 않았나 싶어요.
…우승 관계자들도 뜻밖이라는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한 바퀴만 무사히 돌고 오자”라는 심정으로 임했다는 임대규 기수의 우승 멘트도 기가 막히죠? 또 시상대에 선 최영주 조교사나 조교보도 얼떨떨한 표정이었구요, 양복도 빌려 입은 티가 많이 났습니다. 최조교사의 소매는 짧고, 조교보의 셔츠 깃은 서 있고… 아무튼 쇼킹 이벤트였습니다.
…저는 그 경주에서 가장 믿었던 말이 ‘무비한’인데요, 아무리 봐도 약점이 없었거든요. 패인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중반까지 계속됐던 ‘기립환호’와의 경합이 아니었나 싶은데, 예시장 인터뷰에서 박태종 기수가 추입작전을 밝혔었는데 레이스 전개는 왜 그렇게 이뤄진거죠?
…그 부분은 임대규 기수의 지능적 플레이에 박태종 기수가 말린 것으로 봐야겠죠. ‘무비한’의 경우 스타트가 무척 좋았어요. 그래서 선행 나간 ‘초산’ 뒤에 붙어 갈 계산이었을 텐데, 의외로 임대규 기수가 자리를 내주지 않았던 거죠. 더욱이 ‘기립환호’ 먼저 보내고 따라가게되면 임대규 기수는 페이스 조절을 할 텐데, 그렇게 되면 ‘무비한’은 추입 타이밍 잡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그걸 아는 박태종 기수가 어떻게 해서든 잡으려고 안간힘 썼던 거죠. 보기엔 쉬워 보여도 매 순간 감각적으로 판단해야하는 기수 입장에서는 별로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상황이라고 보여집니다.
…‘새강자’의 경우는 “최대한 참겠다”고 했던 작전이 오히려 미스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추입 타이밍을 좀 더 일찍 잡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작전보다는 핸디캡에 더 큰 아쉬움이 남죠. 60kg만 달았어도 우승이 가능했을텐데, 53kg의 ‘기립환호’와 61.5kg의 ‘새강자’는 너무 불공평해 보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기립환호’의 우승만 빼면 이번 경주 핸디캡은 크게 잘못된 게 없어요. 결승선 상에서 마필들이 뭉쳐 들어온 것도 그렇고, 최고 부담중량의 ‘새강자’가 ‘무비한’‘초산’등을 가까스로 제압했다는 것도 이를 입증하는 거죠.
…어쨌든 이변의 주인공, ‘기립환호’나 그 관계자들에게는 축하를 보내겠지만, 최근 1∼2년 동안 큰 대회에서 최고 부담중량마가 계속 우승을 놓치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지난 2000년 53.5kg의 최저부담중량마 ‘즐거운파티’가 그랑프리를 우승한 이후 이 같은 현상은 계속됐습니다. 2001년 그랑프리의 ‘다함께’나 지난해의 ‘보헤미안버틀러’도 마찬가지였구요. 그래서 앞으로는 적어도 장관배나 그랑프리만큼은 마령중량으로 대회를 시행했으면 좋겠습니다. 또 최저 출전두수 규정도 예외 조항을 둬 억지로 끼워맞추기식 대회라는 인상은 사라졌으면 하구요.
…주파기록의 측면에서도 이번 대회 결과는 납득이 어렵습니다.
제 타임을 낸 마필은 고작해야 우승마 ‘기립환호’ 정도고 나머지는 모조리 자기 기록도 못 냈거든요. 최근 주로가 무거워졌다는 설명도 전날 외산 1군 같은 거리에서 ‘위버스리틀빅슨’이나 ‘나인알람파이어’가 작성한 2분 4초 대 기록을 보면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새강자’나 ‘무비한’같은 말이 외산 중하위권 정도도 안 된다는 건가요?
…저는 그 경주를 생산자들과 함께 봤는데요, ‘새강자’를 생산해 낸 대천목장의 김병현 대표가 ‘무비한’을 놓고 ‘새강자’와 ‘초산’의 마권을 사서 한참 웃었습니다. 김병현 대표가 생산해 낸 말이 그 경주에 ‘새강자’와 ‘기립환호’였거든요. 44배의 복승식 배당을 보며 얼마나 후회했을지 상상들 해보세요.
…결과 외적으로 보면 명색이 장관배인데, 여러모로 격이 떨어지는 대회였다는 평입니다.
편성 단계에서부터 문제가 많았었는데, 시상자인 장관이나 수상자인 마주도 현장에 없어 도대체 누굴 위해 대회를 여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주협회 직원이 대리 수상했는데도 마사회는 이런 것조차 언급하지 않더군요.

◆박태종 기수의 슬럼프도 화제죠. 지난주만 해도 ‘아미고’, ‘롬버스’ 등 인기마들로 입상에 실패했고, 무엇보다 ‘무비한’으로 연승식 1.1배도 지켜내지 못한 것은 큰 충격이었습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지요?
…자신감 상실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다소 서두르는 듯한 모습도 보이구요, 특히 결승선 전방에서 특유의 뚝심으로 안 되는 말을 억지로 끌고 들어오던 예전의 카리스마가 전혀 보이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어떻게 보면 박태종 기수와 34조의 행보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올 초만 해도 승승장구했던 34조인데, ‘위캔드글로리’‘지어지선’‘삼매경’‘야와와’‘자승가강’‘꿈마을’‘소향무적’등 인기마와 능력마들이 계속된 입상탈락으로 실망을 안기고 있죠.
둘 사이에 비슷한 점도 있고 일정부분 영향을 주고받는 함수관계도 있는 것 같습니다.
…꼭 부진한 것만도 아니에요. 지난주의 ‘낭자군’이나 ‘친구의기쁨’은 예상 밖의 수확이지 않나요? 신우철 조교사도 마찬가지구요. 인기마들이 줄줄이 못 들어왔는데도 마방 상금은 최근 두 달간 계속 1억 원에 근접하고 있어요. 그만큼 신예마나 기복마로 편성의 허점을 잘 노리고 있다는 거죠.
…모쪼록 박태종 기수가 하루 빨리 예전의 기량을 회복해 올 해 안으로 1천승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길 바라는 게 모든 경마인들의 생각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난주 일요일 2위 입상한 ‘블루투스’는 어떻게 된 거죠? 초반에 선행도 못 나가고 기수가 계속 제어했는데 막판 추입으로 올라오는 걸보고 속된 말로 ‘끌려들어온 것’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들었는데요.
…그건 오해에요. 스타트 후 등자가 빠져 이를 다시 끼우려는 오경환 기수의 모습이 마치 제어하는 것처럼 보였던 거죠. 이후 정상적으로 등자를 바로 잡은 오경환 기수는 멋진 외곽 추입을 선보였습니다. 박대흥 조교사는 오히려 “더 쉽게 우승도 할 수 있었는데…”라면서 볼멘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자당’이 열흘 전쯤에 죽었답니다. 길갈목장에서 씨암말로 활동하다 올 해 첫 자마를 배출해 냈는데, 예전에 관리했던 29조 강윤식 조교사 말로는 마방에서 성질을 못 이기고 쇼크사 했다고 합니다.
…‘자당’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시죠? 게이트가 열리자마자 미친 듯이 도주했다가 막판 결승주로에서 어이없게 잡히곤 했던 때 말입니다. 마방 관계자들 말로는 이미 그때 ‘자당’은 정신적으로 패닉상태였고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국산마의 질적 향상을 이뤘던 시기가 바로 ‘새강자’와 ‘자당’이 등장한 때였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숱한 국산마들이 나타났었지만 ‘자당’만큼 인상적이었던 마필도 드물지 않았나요? 거리 적성에 있어 확연한 특징이 있던 마필이었는데 그 자마들의 모습을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아쉽습니다.
…당시 강윤식 조교사에게 은퇴식을 치르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적이 있었는데요, 결과적으로는 그나마 서둘러 은퇴해 그 해 종부에 참여함으로써 한 마리지만 자마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주부터는 서서히 출전마가 다시 늘고 있습니다. 핸디캡 예정등록을 보니 중앙일보배에는 무려 18두나 1차 등록했네요. 지난주 편성과 비교하면 대조적입니다.
…왜 조교사들은 항상 월말에 몰아서 쓰고, 월초에 출전을 기피하는 지 이상해요. 어차피 월 단위 시행계획은 나와있는 상태에서 출전 계획을 세우는 건데, 4주 주기를 고수할 게 아니라 적당히 봐서 출전두수가 적은 주에 내보내고 한 주 기다리고 하는 식의 융통성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지난 2주 동안은 출전두수가 적어서 7∼8두 경주가 태반이었는데, 이번주에는 오히려 투표에서 떨어지는 말들이 부지기수일 것 같네요.
…화제(?)의 ‘주상’이 중앙일보배에 등록했습니다. 지난번 일반경주에서 입상탈락 후 ‘중앙일보배 출전을 위해 승군을 기피했다’는 의혹이 있었는데, 당시 김순근 조교사는 중앙일보에 쓰지 았겠다고 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떻게 된 거죠?
…조교사보다는 마주의 출전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봐야겠죠. 사실 ‘주상’이 이 대회 나온다면 우승 후보 중 하나인 것은 틀림없으니까요.
…현재로선 나올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해요. 6개월 간 조건상금으로 보면 커트라인에 딱 걸리는데, 그나마도 같은 상금의 ‘금돌이’보다 1년 상금에서 뒤지거든요. 결국 상금이 앞서는 마필들이 출전을 포기해야 기회가 오는 건데… 어쨌든 우여곡절이 많았던 ‘주상’이 출전기회를 잡게 되면 비상한 관심이 모아질 겁니다.

【정리=이희경 기자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