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평가는 싫다!! 데뷔전을 기대하라!!
“체력적 한계 정신력으로 극복”「일기쓰기」로 하루 동안 쌓인 스트레스 해소
경마장에 여자 기수가 생길 것 같다.
지난해 5월 선발된 제20기 기수후보생 가운데 여자후보생이 무려 5명이나 끼어있어 세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로부터 8개월여가 지난 지금, 이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불편할 것만 같았던 숙소생활(이들 여자후보생은 기수협회 숙소에서 지낸다)도 이젠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휴식처라니 어느정도 적응은 마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된 훈련으로 인한 체력한계를 느끼고 이미 3명은 훈련복을 벗었고 이신영, 이애리 2명의 여자 후보생만이 꿋꿋이 버텨내고 있다. “우린 반드시 기수가 될 거에요!”라며 굳은 의지를 내비친 이들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약관의 나이에서 발돋움하고 있는 이들을 지켜보자.

체중 조절하는 게 가장 어렵다는 마산아가씨, 이신영(20세). “입소 전엔 60kg까지 나갔었는 걸요”라며 함박웃음을 짓는 그, 지금도 혹시나 다시 살이 붙을까 저녁식사는 아예 입에 대지도 않는다. 대신 책을 읽으며 혹은 줄넘기를 하며 일기도 쓰며 짧은 저녁시간을 마감한다. 줄넘기는 체중조절에 더할 나위없이 좋은 방편이며 “일기쓰기”는 그의 유일한 취미이자 그만의 독특한 스트레스 해소법이기도 하다.
“주로 안좋은 일이 있었던 날에 하고 싶었던 말들을 모조리 쏟아 부어요. 또 좋은 일이 있었으면 그 나름대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기도 하구요”
그에 대한 주변의 평가를 들어보자.
“신영이는 여자같지 않아요. 지지 않으려는 근성 때문에 주위 사람들에게 있어선 좋은 자극제가 될 때가 많지요”(20기 남자 후보생)
“취재를 하면서 (비록 여자로 태어났지만) 타고난 기수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인상이 강하게 남았어요”(마사회 방송팀 김수진 아나운서)
“아무리 노력을 해도 체력적인 어려움은 따르기 마련인데 신영이 한테서는 전혀 그런 모습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스스로의 노력이 그만큼 뒷받침되기 때문이겠지요”(기수교육팀 교관)
………
비교적 후한 점수를 받고 있는 모양이다. “이렇게 좋은 말씀들을 해주셨다니 무척 고마운데요… 저 사실은 그렇게 잘 하지 못해요. 점수도 엉망인걸요”
지난달에 처음으로 20기 후보생들에 대한 중간 점수가 발표됐다. 실기와 이론 점수가 고스란히 나왔건만 그에게는 영 개운찮은 모양이다. “1등과 2등은 모두 남자후보생”이라며 샐쭉한 표정을 잠시 드러냈다.
“이런 인터뷰도 아직은 때이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후보생으로 입소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교육을 무사히 마치고 경주로에 데뷔했을 때 남자들에게 뒤지지 않고 얼마나 활약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 아닐까요?”
고작 스무살짜리(?)인 것을 감안하면 속은 꽉 찼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금기를 깨고 첫발을 내디딘 이들 여자후보생의 미래를 낙관하기엔 아직 이르다. 벌써 그들 가운데 절반이 넘는 수가 스스로의 선택을 접었다보니 남아있는 이들에 대해서도 기대치가 많이 사그러든게 사실이다.
“훈련 자체가 고된 것은 아니에요. 여자라 체력적으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경마는 무턱대고 체력을 소모하는 스포츠가 아니라 말과의 호흡 여부가 무엇보다 중요한 스포츠잖아요. 하지만 그렇더라도 기초 체력은 가장 필수적인 요소라 할 수 있지요. 하고 싶다는 의욕과 무엇을 해야겠다는 목적의식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기도 하구요. 어떤 일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이제 8개월여를 이곳에서 보낸 이신영은 아직까지 경주로를 질주해 보지도 못한 그야말로 초짜다. 말 타는 게 더 이상 무섭지 않을 뿐인 자신에 비해 경주로를 시원스레 누비는 선배 기수들을 보면 부럽기 그지없다. 특히 ‘새강자’의 이성일 기수는 그의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라고….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키가 1m70cm나 되는데 그 체중을 유지할 수 있다니 얼마나 존경스러운지 몰라요. 최고참급인데도 늘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고 실제로도 최고의 기수잖아요. 그게 바로 프로정신이 아닌가 생각해요”

세인의 관심속에 입소한 여자기수후보생들. 이들은 여전히 많은 경마인들의 입방아 대상이다.
‘과연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이런 관심들을 낳는 모양이다.
하지만 내년 5월 쯤이면 이런 관심도 사그러들 것이다.
하루도 떨어져 지낼 수 없을 것 같았던 부모님과 언니, 오빠를 두고 이곳에서 오늘도 훈련받기에 여념이 없는 이신영이 분명 큰 일을 한 번 저지를 것이기 때문이다.
“전 꼭 기수가 될 거에요!!”
기수복을 입고 예시장에서 경마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낼 그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이희경 기자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