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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 있다면 돈 없어도 승마할 수 있어’
[말산업저널] 황인성 기자= 국내 비인기 종목에 대한 지원이 절실한 가운데 정유라 승마특혜 논란에 휩싸였던 승마가 더욱 기업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승마와 관련된 ‘최순실 국정농단’이 나라 전체가 떠들썩할 정도의 사건이었던 만큼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기업들의 투자와 지원이 꺼려지는 것도 응당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정유라가 여러 종목 중 승마를 한 것이지, 승마가 정유라 개인의 전유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최순실 국정농단의 여파로 애꿎은 승마선수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여전히 정유라가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가 승마계를 뒤덮고 있는 현실 속에 촉망받는 한국 승마선수가 유럽 및 국내에서 개인 스폰을 받아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장애물 국가대표로 나섰던 전재희 선수로 현재 승마의 본고장 유럽에서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현재 벨기에의 한 마장에서 활동 중인 전 선수는 올해 8월 열리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선발전 출전을 위해 국내에 돌아와야만 했다. 하지만, 대회 출전을 위해서는 시간적·비용적 측면에서 많은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선수 몸 하나만 달랑 들어오는 게 아니라 함께 출전할 말도 들어와야 하고, 그 과정에서 말 검역을 거쳐야 하는 등 녹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을 들은 국내외 일부 기업은 개인 스폰을 자처하고 나섰다. 우선, 전재희 선수가 주로 활동하고 있는 벨기에의 지역 승마클럽 3곳이 한국을 다녀오는 말 운송비용 및 수반 비용 등을 지원했다. 아울러, 국내 ‘스티븐승마클럽’과, ‘케이토토’, ‘게스코리아’ 등도 스폰서로 나섰다. ‘스티븐승마클럽’과 ‘케이토토’는 훈련 보조금을, ‘게스코리아’는 현물 제공을 약속했다.
스폰서십 체결과 함께 선발전에 출전하는 전재희 선수는 각 스폰서의 로고가 박힌 안장을 갖고 대회장에 나선다. 유럽 승마에서는 흔한 사례로 뛰어난 실력을 지닌 선수에게 기업이나 말 생산농가에서 투자하고 지원하고 있다. 모든 승마선수가 충분한 재정적인 여건을 갖출 수는 없기 때문에 서로에게 도움을 가져다주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말산업의 기반이자 선순환 구조이기도 하다. 전문적인 말 순치·조련 기술을 지닌 승마선수가 기업이나 말 생산농가에서 후원해준 말을 잘 육성·조련시킨 후 각종 대회에 출전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면 말의 가치도 동반 상승하기 때문이다. 선수는 좋은 말을 갖고 대회에 출전해 대회 상금 등도 수입원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스폰 사례가 대기업에서 지원할 정도의 큰 규모는 아니지만, 정유라 승마특혜 의혹 이후 전무하다시피 한 국내 승마계에서 기업의 스폰서십 사례를 남겼단 점은 그 의미가 깊다. 아울러, 승마산업을 포함한 말산업 전체가 다소 위축된 상황에서 건전하고 상호 보완적인 스폰서십에 대한 긍정적 기류가 형성된다면, 새로운 타개책이 마련돼 국내 승용마 생산 농가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모은다.
또한, 스포츠에 대한 스폰이란 게 선수의 높은 의욕과 열정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단 점을 비춰봤을 때, 국내외에서 전재희 선수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승마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아시아의 한 청년 선수가 자국에서 열리는 선발전 출전에 전폭적인 지원을 한단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다소 이례적이다. 이는 전 선수가 승마에 있어 충분한 가능성을 지녔다는 방증이기도 하며, 또 다른 국내선수의 해외 진출 사례 기획이기도 하다. 승마계 후문에 따르면, 평상시 온화한 성격의 전 선수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냈을 것이란 추측도 있다.
이번 스폰을 주도한 박윤경 SHM(Stevens Horse Masters) 대표는 “정유라 사태 이후 승마 이미지 타격으로 인해 국내 승마계는 기업의 지원이 뚝 끊긴 상태이다”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번 스폰서십 사례를 통해 정상적이고 건전한 승마 역할 모델을 구축하고, 승마가 다시 대중에게 사랑받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재희 선수가 출전하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장애물 선발전은 5월 31일 1라운드를 시작으로 6월 2일과 4일 2·3라운드가 각각 경북 상주국제승마장에서 펼쳐진다.
▲여전히 정유라가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가 승마계를 뒤덮고 있는 현실 속에 촉망받는 한국 승마선수가 유럽 및 국내에서 개인 스폰을 받아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장애물 국가대표로 나섰던 전재희 선수이다.
황인성 기자 gomtiger@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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