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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산업저널] 황인성 기자= 한때 한국마사회가 야심차게 준비했고 기대를 모았던 ‘위니월드’가 평생 가족과 직장을 위해 헌신해온 한 가장을 죽음의 길로 내몰았다. 애물단지를 넘어 사회적인 파장까지 몰고 온 현 사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지난 9월 13일 오전 위니월드 내 건물에서 한국마사회 이모 부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의 유서에는 “28년 근무한 직장에 환멸을 느낀다”는 한 줄의 말과 함께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메시지가 남겨져 있었다.
유족은 14일 고인의 명예회복과 철저한 진상규명을 한국마사회에 강하게 촉구했다. 마사회 비상대책위원회와 면담을 통해 고인의 명예회복과 함께 철저한 감사 전후사정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으며, 진상조사 결과에 한국마사회장, 부회장, 노조위원장의 서명을 받아 전 직원에게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억울한 죽음을 당한 고인이 평온하게 눈을 감기 위해 필요한 절차이며,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장례식을 무기한 연기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고인이 안치된 장례식장 입구에는 “한국마사회 임직원의 조문은 정중히 사절합니다”란 문구가 붙여져 있었다. 가족의 죽음 앞에 한국마사회에 대한 유족들의 분노가 얼마나 큰지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유족은 고인의 내부문건 유출은 조직을 위한 사업 추진 과정 속 실수였지 비리와 관련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제대로 일하려는 사람의 실수를 꼬투리 잡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에 큰 분함을 느끼고 있었다. 직위해제와 동시에 고소·고발을 한 한국마사회의 행보에 대해 강한 의문점을 제기했다. 일반적으로 회사에 업무상 피해를 끼쳤다면 결과가 나오고 난 뒤에 고소·고발을 해도 충분한데 너무 급작스럽게 모든 게 이뤄졌다는 것이다.
“내부 정보가 외부로 유출이 돼 피해를 끼쳤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전후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파악하고 결정을 내야 되는 게 아니냐”며, “직위해제 된 날 바로 고소·고발이 들어간 걸로 알고 있다. 그리고 징계위원회는 2달이 지난 후에나 열렸다. 조직의 중대한 사안으로 시급을 다투는 경우라면 납득이 가겠지만 그런 경우는 아니기에 유족의 입장에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 결과가 19일 나오는데 만약 마사회가 승소한다면 고인의 죽음은 더욱 억울하지 않겠나”고 덧붙였다.
고인은 내부 문건을 외부로 유출했다는 객관적 사실에는 일부 잘못을 시인한 걸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업무 추진 중 발생하는 실수이며, 전후 과정 및 상황에 대한 소명 자료를 사측에 제출하기도 했다. 제출된 소명서는 최종결재권자인 마사회장에게 전달되지도 않았다는 게 유족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모 부장은 연대를 통해 테마파크를 점유하며, 유치권을 행사하던 협력업체의 연대를 해소하고, 소송을 통한 문제 해결로 이끌어 내기 위해 애를 썼다고 전해진다. 전임자로부터 인수인계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이해관계자의 침묵 등으로 업무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가운데 이모 부장은 불가피 협력업체 등과의 대화를 통해 관련 상황 파악에 주력할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 속에서 일부 내부 자료가 외부로 유출됐다.
또한, 유족은 마사회 내부 감사의 공정성 및 객관성에 의문을 품었다. 유족은 14일 한국마사회 비상대책위원회와의 면담 자리에서 감사결과 보고서를 받아봤지만, 형식적인 결과 보고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내부 자료가 유출됐다면, 어떠한 전후사정이 있는지 충분히 파악하고,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게 상식인데 이러한 것들은 간과하고 표면적인 자료 유출 사유만을 들어 고소·고발을 결정한 것은 공정한 감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끝으로 유족은 평생을 직장을 위해 헌신해온 고인의 명예회복은 꼭 필요하다고 전했다. 고인의 죽음을 다룬 각종 보도를 보면, 내부문건 정보 유출로 징계 받다가 압박감에 사망했다고만 전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다.
“지금 나온 보도들만 보면, 고인은 직장에서 비리를 저질렀다가 징계 압박감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이로 비춰진다. 사실과 전혀 다르고 평온하게 눈을 감기 위해서는 진상규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명확하고 공정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고인의 감사에 참여했던 인사들의 업무 배제가 우선돼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감사에 압박감으로 마사회 직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한국마사회의 감사 체계에 분명 문제점이 있으며, 일부 관계자들은 내부 감사가 외부 감사보다 공정하지 않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의견을 내고 있다.
▲지난 9월 13일 오전 위니월드 내 건물에서 한국마사회 이모 부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의 유서에는 “28년 근무한 직장에 환멸을 느낀다”는 한 줄의 말과 함께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메시지가 남겨져 있었다. 유족은 14일 고인의 명예회복과 철저한 진상규명을 한국마사회에 강하게 촉구했다. 28년간 직장을 위해 헌신해온 그가 환멸을 느끼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고, 억울한 측면이 크다는 이유 때문이다.
황인성 기자 gomtiger@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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