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명승부-제4회 뚝섬배 경마대회
800승 기수의 잊을 수 없는 애마 ‘케뷔’
경주마 ‘케뷔’의 전적을 살펴보면 그 엄청난 출전회수와 꾸준한 성적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92년 6월 데뷔전을 시작으로 98년 9월의 마지막 경주를 끝으로 경주로를 떠날 때까지, 59전 동안 총 23회의 입상기록을 남긴 명마다. 만 6년이 넘는 경주마 활동 기간동안 진료내역이 손에 꼽을 정도로 다부진 체격을 지녔던 ‘케뷔’는 리딩자키 박태종 기수의 경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애마로 통한다. 기수 데뷔 후 줄곧 38조 마방에서 보낸 박기수는 ‘케뷔’와 함께 무려 36회나 호흡을 맞췄으니, 특정 기수와 경주마 사이의 동반 출전 회수로 따지자면 보기 드문 기록이다. 박태종 기수와 함께 첫 경마대회 우승의 감격을 연출했던 제4회 뚝섬배 경마대회를 소개한다.
-경마대회 사상 최초의 1400m 경주
1989년 뚝섬 경마장에서 과천 서울 경마공원으로 이전을 기념하기 위해 시행된 뚝섬배는 92년 9월 20일에 제4회 대회가 치러졌다. 장거리 경주로 치러 온 경마대회의 관행을 깨고 이날 최초로 1400m 거리로 편성됐는데, 짧은 거리에서 맛볼 수 있는 숨가쁜 레이스로 대단한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이날 총상금 9백8십만원을 놓고 C6 등급 신예 12두가 각축을 벌였다. 게이트가 열리자, 팬들의 인기를 모은 3번 ‘통제사’가 선두로 나섰고, 곧이어 8B번 ‘대왕’과 7A번 ‘흑거미’ 등의 마필들이 뒤를 이었다. 경마대회 최초로 치러진 1400m 단거리 경주답게,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초반부터 치열한 스피드 게임이 벌어졌다. 4코너 이후 결승주로에 진입할 즈음, 후미에서 전열을 가다듬고 있던 박태종 기수의 8A번 ‘케뷔’가 스퍼트를 시작했고, 경주 초반 스피드 경쟁에 나섰던 선두권 마필들은 하나 둘 뒤쳐지지 시작했다. 결승선을 눈앞에 두고 선두마들을 앞서나가는 ‘케뷔’의 추입 장면은 마치 한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내며 ‘케뷔’는 3번 ‘통제사’를 1마신 차로 제치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박흥진 조교사
경주를 앞두고 박흥진 조교사는 선행마가 많은 점을 감안, 박태종 기수에게 경주 초반 선행다툼을 피할 것을 지시했다. 87년 스포츠서울배에서 ‘금세기’로 경마대회 첫 우승의 영광을 안은 박조교사는 90년대 초반 ‘순정호’, ‘케뷔’, ‘광대한’ 등의 명마를 발굴하며 해마다 시상식에 모습을 드러내는 38조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박태종 기수
그해 5월에 열린 무궁화배에서 ‘보은’에 기승, 멋진 추입으로 우승을 차지했던 박태종 기수는 넉 달 후에 ‘케뷔’로 다시 한번 시상식에 오르는 영광을 누렸다. ‘케뷔’가 결승주로에서 안쪽으로 기대는 습성이 있어 의도적으로 외곽 추입을 노렸다는 박기수는 95년 무궁화배에 애마 ‘케뷔’와 함께 출전하여 우승의 기쁨을 재현하게 된다.
【손성호 기자 ssho@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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