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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전기료 면제 지원만…현명관 때부터 임대료도 징수
말조련사 자격증, 이전 조련사에게는 자격 부여해야
말산업계 장인들 명예를 제도적으로 보장했으면”
[말산업저널] 황인성 기자= 경주마는 일반적으로 2세 때 데뷔전을 치른다. 사람으로 치면 성년기에 접어들기 전인 청소년기 정도이다. 그만큼 급격하게 성장하는 시기이고 최고의 전성기에 어떻게 활약할지를 점쳐볼 수 있는 때이기도 하다.
말 경매를 통해 마주에게 낙찰된 어린 경주마들이 서울과 부산에 있는 각 마방에 입사하기 전 거치는 과정이 있는데 그 과정에 활동하는 이들이 ‘경주마 조련사’들이다. 아직은 사람 손에 익숙하지 않은 경주마를 정성껏 길들이며, 경주마로서의 골격을 갖춰간다.
그런데 렛츠런팜 장수와 렛츠런팜 제주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현행 말 조련사 운영 정책에 대해 강하게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국내에서 본격적인 ‘경주마 조련사’ 양성 및 체계화에 대한 정책이 수립되면서 2007년부터 첫발을 디딘 이들은 지난 10여 년간 자신들의 노력을 통해 현재의 궤도까지 왔음에도 한국마사회의 급작스런 정책 변화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게 주장이다. 현재 렛츠런팜 장수과 렛츠런팜 제주를 중심으로 십여 명의 조련사가 활동 중인데 이들의 주장을 인터뷰로 엮었다.
-경주마 조련사들은 무슨 일을 하는가.
렛츠럼팜 장수와 렛츠런팜 제주에서 데뷔하기 전 경주마를 마주로부터 위탁을 받아 육성·순치·조련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2007년에 한국마사회가 경력 있는 조교사, 기수, 말 관리사 중 일부를 선발해 경주마조련사로 활동했으며, 10여 년간 경주마조련 시스템 구축에 힘써왔다.
-어떤 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가.
명확한 기준 없는 한국마사회의 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경마시행체이자 경마의 모든 정책을 만드는 마사회의 입장에서 마치 갑질 아닌 갑질을 하고 있다.
경주마조련사를 육성하던 초창기 당시만 하더라도 ‘임대차 대부 내규’라고 해서 A4 한 장 분량에 불과했다. 그런데 점차 하나 둘씩 규정을 늘어가더니 현재는 수장에 이른다. 경주마조련사가 지켜야할 덕목 정도 수준에 그쳤던 규정이 지금은 조련사업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파악하고 규제하려는 규정들로 가득하다. 경주마조련사 각자가 하나의 민간사업자임에도 불구하고, 민간 경영적인 부분까지 모두 다 보고 받을려고 한다.
물론 시간이 흐르고,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필요한 규정을 신설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다만, 그 과정에 현재 활동 중인 조련사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하지 않는 일방적 자세는 인정할 수 없다. 새로운 규정 신설과 관련해 형식적으로 공청회니 간담회를 열어 의견수렴이란 명복을 내세우지만 이미 만들어 온 내용을 통보하는 식에 그쳤을 뿐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문제인가.
‘정년 문제’와 ‘말조련사 자격증 필수 취득 요건’이 조련사들에게는 가장 큰 문제로 여겨진다.
우선, ‘정년문제’는 논의할 타당성조차 없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다. 우리에게 한국마사회가 면허를 준 적이 없다. 경마장에서 활동하는 조교사는 한국마사회로부터 면허를 받아 활동하기 때문에 마사회가 정년을 정할 수 있지만 우리는 엄연한 민간 사업자임에도 정년을 강요하고 있다.
현 규정에는 만 63세가 되면 경주마조련사로 활동할 수 없고, 그중 상위 30%는 65세까지 연장할 수 있다고 적혀있다. 경주마조련사 초창기부터 정년제도가 있을 거란 걸 알았다면 대부분의 조련사가 이 길에 들어서지 않았을 것이다. 조련사 대부분이 40·50대의 나이에 조련사의 길을 택했는데 단 10여 년만 활동할 수 있다고 했다면 아무도 쉽게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았을 거다. 3~4년 전 느닷없이 이런 ‘정년제도’ 만들어 놓고 나가라고 하니 억울한 측면이 있다. 정년 규정을 바꿔야 한다.
-민간사업자라고 했는데 어떠한 측면이 그런가.
우리는 한국마사회 소속이 아닌데다가 마사회로부터 어떠한 면허나 자격을 받은 게 없다. 그리고 처음 5~6년 동안은 우리가 사비를 털어서 경주마조련을 유지를 해왔다. 초창기 한국마사회가 지원해준 것은 임대료와 전기료 면제뿐이었으며, 그마저도 현명관 회장 때부터는 임대료를 받았다. 지금은 경주마조련이 일반화됐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말이 없었고 관리비도 두당 80~90만 원에 불과해 직원들 월급 주기도 벅찼다.
초창기 멤버는 지금도 실정은 똑같다. 마이너스 통장을 쓰지 않으면 직원들 봉급 주고 운영하는 거 자체가 어렵다. 많이 쓰는 사람은 7~8천만 원 가량이 마이너스 상태이다. 기반이 닦아져서 나중에 진입한 사람들은 처음만 조금 어렵고 회복하는데 초장기 멤버들은 계속 어려움이 누적돼 지금도 힘들다.
-말조련사 자격증을 필수로 취득하라고 했다던데.
경주마조련사로 활동하려면 오는 2022년까지 말산업 국가 자격인 ‘말조련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2007년부터 고생 고생해서 경주마조련 시스템을 현재의 궤도까지 올려놓았는데 향후 4년 내에 자격을 못 따면 활동하지 못하게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말 조련사 자격증 있는 사람을 우선 채용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작년까지는 2024년 12월 31일까지 취득하라던 규정이 올해 와서는 갑자기 2022년 12월 31일로 2년 앞당겨졌다.
우리는 한국마사회가 낸 공고를 통해 자격요건을 갖춘 이들 가운데 선발됐다. 기수나 조교사, 말관리사 경력 몇 년 이상씩 갖춘 이들 중 스물 몇 명이 면접을 봐 16명이 선발됐다. 마사회가 자격요건을 갖춘 사람을 뽑아놓고 다시 자격증을 따라고 하는 것은 모순이 아닌가.
-말조련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되지 않나.
물론 그렇다. 현역 조련사들이 ‘말 조련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노력 중이고 앞으로 몇 년간의 기간이 남았다. 하지만, 문제는 ‘말 조련사 자격증’이 우리의 주 분야인 경마만을 다루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말 조련사 자격 취득을 위해서는 승마의 마장마술같은 종목도 거쳐야 하는데 경마와 승마는 기본 프로세스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현역 경주마조련사들이 어려움을 겪는다. 적지 않은 나이에 자격 취득이 쉽지 않은 게 아니다.
-어떠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말조련사 자격증이 생기기 전부터 활동해 온 경주마조련사들에게는 자격 취득 요건을 면제시켜줘야 하지 않겠나. 주택관리사 같은 경우는 자격이 생기기 전부터 기존에 활동하던 사업자에게는 자격시험 없이 자격 권한을 줬다고 알고 있다. 주택관리사처럼 조련사도 ‘조련인’이라고 평하고, 자격증을 딴 사람은 ‘조련사’라고 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또한, 말산업도 타 산업처럼 인재를 사장시키지 않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타 업종은 명인, 명장이라는 것을 만들어 대우하고 있는데 말산업계는 오히려 정년제도를 만들어 기존에 있던 인재와 인력들을 밀어내고 있다. 경마장에서 활동하는 조교사들도 마찬가지이다. 명인, 명장 대우하듯이 말산업계 장인들의 명예를 제도적으로 보장했으면 한다.
▲렛츠런팜 장수과 렛츠런팜 제주에서 활동 중인 경주마조련사들이 한국마사회의 일관성 없는 정책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정년 문제’와 ‘말조련사 자격증 필수 취득 요건’이 주요 현안으로 전폭적인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황인성 기자 gomtiger@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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