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명승부 -제3회 SBS배 경마대회
90년대 최고부담중량(64Kg) 우승마 ‘핵탄두’

뚝섬 경마장 시절, 희대의 명마로 회자되는 ‘포경선’과 ‘차돌’이 각각 65, 67Kg이라는 엄청난 등짐을 짊어지고 그랑프리 우승을 차지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경주마의 양과 질적 수준이 받쳐주지 못했던 과거의 풍토에서 가뭄에 콩 나듯 출현한 극소수의 명마가 보여준 상대적 우위였다. 90년대 과천시대에 접어들며 나타난 경주마의 질적 평준화는 과거와 같은 상상외의 부담중량으로 우승하는 장면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94년 10월 데뷔와 함께 특별경주와 경마대회만 골라 뛰며 파죽지세로 1등급까지 올랐던 ‘핵탄두’. 90년대 최고부담중량 우승마로 기록되는 ‘핵탄두’가 우승했던 경마대회 가운데 절정의 기량을 뽐냈던 SBS배 경마대회를 살펴본다.

최초의 공중파 방송 생중계 SBS배 경마대회-
1995년 11월 19일 제7경주로 펼쳐진 SBS배 경마대회는 2300m의 최장거리 레이스로 2등급 마필 14두가 각축을 벌였다. 그해 페케남컵과 스포츠서울배 우승의 여세를 몰아 도전장을 내민 5번 ‘핵탄두’는 직전 마주협회장배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순위강등으로 우승컵을 안지 못한 아쉬움도 있어서 남다른 각오로 출전한 대회였다. 경마팬 사이에서는 경주 전부터 우승마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떠오르는 추입 명마 1번 ‘아침누리’와 ‘핵탄두’의 각축으로 경주가 마무리되리라는 전망이 가장 우세했다. 출발 신호가 떨어지자, 역시 ‘핵탄두’가 인코스를 점하며 선행으로 나섰고, 바로 뒤를 이어 ‘아침누리’와 최 외곽에서 발빠르게 합류한 14번 ‘황금어장’이 따랐다. 3코너 진입지점까지 큰 변화 없는 레이스 속에서, 후미에 머물던 3번 ‘까망이’와 2번 ‘광통교’가 마지막 스퍼트를 위해 선두권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윽고 결승주로에 접어들자,‘핵탄두’를 앞에 두고 출전마들이 대거 뭉치는 혼전양상으로 치달았으나, 초반 선행에 이은 적절한 체력안배에 성공한 ‘핵탄두’의 승리로 레이스가 마무리됐다.

이인호 조교사
출전마 가운데 선행마가 없는 점을 파악하고 선행으로 승부수를 띄웠다는 이인호 조교사는 경주 당일 경주로가 흠뻑 젖을 정도로 비가 내려, 선행작전에 이은 손쉬운 낙승을 예감했다고 한다. 직전 마주협회장배에서 순위강등 당한 아쉬움을 이번 우승으로 깨끗하게 씻을 수 있어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고, 그해 연말에 ‘대견’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한 그랑프리 경마대회에 관해서도 밝은 전망을 내비쳤다.

이성일 기수
현역기수 중 가장 안정적인 기승자세를 바탕으로 선행마 말몰이의 일인자로 불리는 이성일 기수는 그해 ‘핵탄두’와 함께 일궈낸 경마대회 2승으로 잊을 수 없는 1995년을 보냈다. 2300m 장거리 경주인 점을 감안해서 적절한 체력안배에 주안점을 두고 ‘핵탄두’를 결승선까지 유도했다고 경주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고, 단 한번의 추월도 허용하지 않으며 선두를 고수한 끝에 값진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손성호 기자 ssh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