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곽 추입의 대명사 ‘블랙킹’

4코너 외곽으로 크게 선회하며 결승선에 접어든 다음, 용수철 같은 추입 탄력으로 강자들을 제압했던 경마대회 2관왕 ‘블랙킹’. 스태미너 좋은 흑갈색 암말로 방춘식 기수와 콤비를 이뤄 4코너 외곽 추입이라는 독특한 경주전개가 매우 인상적으로 기억된다.
98년 SBS배 경마대회 당시 통렬한 추입으로 우승, 경마가 주는 관전의 묘미를 안방에 생생히 전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99년 문광부장관배를 마지막으로 퇴역, 지금은 경주마 생산목장에서 씨암말로 활동하고 있다.
90년대 중반 ‘블랙킹’이 강자로서 주목받은 최초의 영예, 제5회 마주협회장배 경마대회를 소개한다.

1997년 3월 23일, 봄소식과 함께 그해 첫 경마대회로 치러진 제5회 마주협회장배에서는 총상금 1억2천만원을 놓고 C2등급 강호 14두가 열띤 경합을 펼쳤다. 2000m 레이스로 펼쳐진 이날 대회에서는 5연승의 신예 ‘킹벤쳐’, 일간스포츠배 우승마 ‘미금호’를 비롯하여 ‘능소능대’, ‘자생초’, ‘블랙킹’ 등,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신예강호 14두가 게이트를 꽉 채웠다.
경주추리의 난해함은 비단 편성두수의 많음에만 국한되지 않고, 대회전 치러진 직전경주에서 많은 기수들이 무더기로 기승정지를 당해 기수교체가 이루어진 아려움이 있었다.
게이트가 열리자 6번 ‘킹벤쳐’와 14번 ‘광속’의 선행경합으로 시작됐고, 2코너 초입부분부터는 7번 ‘남북통일’이 외곽에서 선두를 이끌었다. 그후 12번 ‘고천광’, 9번 ‘계룡산봉’, 11번 ‘능소능대’ 등의 투지 넘치는 선두권 가담이 3코너 중반까지 줄을 이었고, 4코너 돌아 직선주로에 진입할 즈음에는 후속권 마필들이 대거 뭉쳐 들어오는 혼전양상으로 치달았다.
그 가운데 경주 내내 후미에 머물다가 4코너 외곽으로 크게 돌며 결승주로에 접어든 8번 ‘블랙킹’이 순식간에 앞으로 치고 나왔다. 3번 ‘미금호’의 인코스 추입에 바깥쪽에서 선두로 진출한 ‘블랙킹’의 경합으로 우승권이 좁혀졌고, 결국 막판 탄력에서 앞섰던 ‘블랙킹’의 1마신 차 우승으로 레이스가 마무리됐다.

배대선 조교사
95년 6월에 조교사 데뷔한 배대선 조교사는 경주마 ‘블랙킹’으로 2년 남짓한 짧은 기간에 경마대회 우승의 영광을 안게 됐다. 경주전 선행형 상대마가 많은 점을 간파, 4코너 이후 추입작전을 지시했다는 배조교사는 2개월 후 스포츠조선배에서 ‘대해’로 다시 한번 시상식에 오르게 되는 겹경사를 연출했다.

방춘식 기수
94년 페케남컵에서 ‘통소문’에 기승, 경마대회 첫 승의 기쁨을 안은 방춘식 기수에게 ‘블랙킹’은 이날 우승을 포함하여 경마대회 2승의 영광을 안겨줬다. 방춘식 기수는 결승선을 통과할 무렵 고삐를 쥔 손을 치켜들며 우승을 자축했고, ‘블랙킹’은 추입형 말몰이에 눈을 뜨게 해준 잊을 수 없는 명마로 그에게 남아있다.        

【손성호 기자 ssh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