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명승부 -제10회 한국마사회장배 경마대회-
450Kg 암말의  ‘한계돌파’

90년대 초, 중반에 ‘대견’, ‘지구력’, ‘경지’, ‘케뷔’, ‘거창’ 등으로 대표되는 체구 좋은 거세마들이 득세하던 시절, 전통과 권위의 경마대회인 한국마사회장배 우승을 차지하며 최강 암말로 군림했던 ‘한계돌파’. 총 전적 26전 7승 2위 7회의 기록에서 알 수 있듯이 동시대의 강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주 막판에 매서운 추입력을 발휘하던 마필이었다. 1996년 2월달 1400m 레이스에서 종자골 골절로 경주마 생활을 접어야만 했던 ‘한계돌파’가 차지한 유일한 영예, 1994년 마사회장배 경마대회를 회고한다.

외곽 추입 돋보인‘한계돌파’
1994년 4월 17일 제8경주로 치러진 제10회 마사회장배는 2200m 핸디캡 레이스로 2등급 마필 14두가 도전장을 던진 대회였다. 총 상금 7천만원을 놓고 자웅을 겨룬 경주마는 그 해 8월 마주협회장배 우승마로서 절정을 과시하게 되는 상승세의 ‘거창’을 비롯해서, 데뷔 후 연대율 100%의 최고 인기마 ‘폰다’와 ‘비진도’, ‘동해’, 등의 쟁쟁한 신예 건각들이었다. 그 해 첫 경마대회로 치러진 만큼, 6만 8천 여명의 그 당시 역대 최고 입장객이 운집한 가운데 사물놀이 패와 고적대 공연으로 흥겨운 축제분위기였다. 출발신호가 떨어지자 선두를 점한 것은 외곽게이트의 13번 ‘비진도’였다. 2200m 장거리 경주를 소화한 경험이 있는 우승후보 ‘비진도’의 선행에 이어 11번 ‘동해’가 뒤따르는 레이스 전개가 2코너까지 계속됐다. 반대편 직선 주로에서 ‘동해’가 ‘비진도’를 추월하여 4코너까지 선두권을 이끌 무렵에도, 중위권에서는 큰 변동 없이 장거리 경주답게 차분한 레이스 양상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윽고 4코너를 선회해서 결승주로에 접어들 즈음, 3번 ‘태극진’, 6번 ‘좌랑’, 4번 ‘외포리’, 7번 ‘폰다’ 등의 중위권 마필들이 선두권에 속속 가담하기 시작했다. 이때 경주 내내 후미권에서 머물다가, 큰 원을 그리며 4코너를 선회하던 2번 ‘한계돌파’가 결승주로에서 일시에 선두로 치고 나왔다. 결승선 전방 150m 지점에서 3번 ‘태극진’과 공동선두를 형성한 ‘한계돌파’는 치열한 각축을 벌인 끝에, 반 마신 차이로 결승선을 먼저 통과하는 짜릿한 승부를 연출했다.

박덕준 조교사
1970년 농림부 장관배 우승 이후 무려 25년여만에 경마대회 우승트로피를 차지하게 된 박덕준 조교사는 그 당시 서울신문사 정치부장으로 활약하던 이중호 마주와 함께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한계돌파’로 오랜 불운을 털어 낸 박 조교사는 이듬해 ‘법왕’으로 AJC트로피 경마대회를 우승하는 기쁨을 이어 나갔다.

정주상 기수
2200m 장거리 레이스에 대비해서 선행형 각질의 ‘한계돌파’를 추입 작전으로 유도해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낸 정주상 기수. 그는 시상식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친누나의 결혼식에 불참하고 얻어낸 승리라며, 이 영광을 모두 누나에게 드리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손성호 기자 ssh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