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명승부-
선입형 준족의 표본 ‘아담’
1995년 12월 데뷔해 경마대회 4관왕의 위업을 이루며, ‘풀그림’과 함께 33조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아담’. 데뷔 후 연속입상과 함께 경마대회 출전을 반복하며 1군까지 오른 마필로, 전형적인 명마의 성장 루트를 밟았다. 1999년 9월 왼쪽 뒷다리 질병으로 경주로를 떠나기까지 1군 강자로 경마팬의 사랑을 받았던 ‘아담’. 항상 선두권에서 출발한 뒤 박빙의 경합을 벌이며 짜릿한 승부를 연출하곤 했던 이 마필이 차지한 최고의 영예, 제13회 한국마사회장배를 되돌아본다.

1군 강호들의 한판승부
1997년 4월 20일 경주거리 2000m 레이스로 펼쳐진 제13회 마사회장배 경마대회는 대회의 위상에 걸맞게, 그 당시 1등급의 내노라하는 준마 14두가 박빙의 승부를 벌였다. 전년도 문광부장관배 2위마로서 절정기를 맞고 있던 10번 ‘아침누리’와 해당거리 최고 주파기록을 보유한 힘 좋은 암말 11번 ‘금맥’ 등이 경주 전 인기마로 지목됐다. 발주 게이트가 열리자, 인코스의 선행형 1번 ‘강타’가 선두로 나섰고, 4번 ‘아담’과 2번 ‘첫발’이 뒤를 이었다. 추입형 7번 ‘블랙킹’이 의외로 발빠른 선두권 가담을 보이며 따라붙었고, 다소 늦출발했던 11번 ‘금맥’이 반대편 직선주로 뒷부분부터 거리를 바짝 좁혀 왔다. 3코너 진입과 동시에 선두 ‘강타’의 뒤를 ‘금맥’ 추월하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고, 치열한 선두권 경쟁은 결국 인코스로 곱게 따라 붙으며 적절한 선입을 구사하던 4번 ‘아담’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직선주로 진입과 동시에 막판 스퍼트를 시작한 ‘아담’의 질주에 선두마들은 맥없이 무너졌고, 최고 인기마 10번 ‘아침누리’는 59Kg의 중량이 힘겨운 듯 추입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결국 2위마 ‘강타’를 2와 2분의 1마신차로 따돌린 4번 ‘아담’의 승리였다.

김충근 조교사
1982년 25세의 이른 나이에 일찍 조교사 업무를 시작했던 33조 김충근 조교사는 ‘아담’을 만나기 전까지 경마대회 우승이 전무했다. 96년 6월의 스포츠서울배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이후, ‘아담’은 마사회장배 우승의 영광까지 안겨줬다. ‘풀그림’, ‘슬레잇런드레이크’라는 걸출한 명마를 연속적으로 배출한 김조교사는 현재 경마대회 10승의 관록을 자랑하고 있다.

안병기 기수
게이트 유리한 선행형 ‘강타’와 3코너 이후 선두권을 노리던 ‘금맥’ 사이의 힘 겨루기를 적절하게 역이용, 마사회장배 우승의 영광을 안은 안병기 기수. 현재 경마대회 최다승으로 대표되는 영예기수다. 대회를 앞두고 큰 욕심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임했다는 그는 치열한 선두다툼에 휘말리지 않는 노련한 기승술을 보여줬다.

【손성호 기자 ssh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