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의 눈

한국경마 특수한 현실 무시한 상금 편성

2000년도 경마상금규모가 최근 확정됐다. 상금규모는 99년보다 5.5%인상된 5백56억여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이 상금을 일정 비율대로 나눠 갖는 마주와 기수, 조교사, 마필관리사들은 “올해 상금규모는 현실이 완전히 무시됐다.”고 주장한다.
특히 마주에게는 심각한 문제다. 마주의 올해 상금증가분은 2억5천여만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올해 경주수가 44회나 늘었고 외국산마 경주보다 상금이 높게 책정되는 국산마 경주가 316개에서 463개로 늘어나 이들 증가분에 의한 상금 상승액수만도 25억에 달한다. 내용면에서 보면 마주에게 경마상금은 오히려 내린 셈이다.
이미 경주마로 손해를 보고 있는 적자마주들이 50%가 넘어 일년에 30명정도의 마주가 경마장을 떠나고 있다. 남아있는 마주들도 국산마경매에 불참하겠다는 분위기다. 마주들이 경주마 구입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경마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뻔한 일이다.
이제 올해 상금규모를 올리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상금편성은 다소 수정할 필요가 있다.
현행 상금편성은 한국경마의 특수한 현실이 무시됐다는 지적이 높기 때문이다. 상금편성에 따라 경마운영이 어렵게 될 수도, 쉽게 풀릴 수도 있다.
잘하는 경주마에게 더욱 많은 상금을 주는 우승열패(優勝劣敗)원칙이 무리하게 강조됐다.
일반경주 상금은 지난해 대비 13∼23%를 삭감한 채 경마대회 상금은 지난해보다 2억원을 늘렸고 상하위군간의 상금격차도 크게 벌려놨다. 일반경주와 특별경주의 상금격차는 더욱 늘어났다.
미승마(未勝馬)경주를 실시하자는 마주들의 건의는 묵살됐다. 아직 성숙되지 않은 2세마 경주의 신설도 시기상조다. 그래도 시행해야 한다면 1400m가 아니라 1000m이하의 경주거리에서 2세마 경주가 시행되야 한다.
모든 경마관계자들이 상금편성에 있어서 경쟁의 원리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승열패(優勝劣敗) 원칙을 도입하려면 상금을 올리고 경주마의 자유구매가 가능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추첨으로 배정되는 외국산마, 터무니없이 낮은 경마상금등 현재의 경마환경을 무시한 상후하박(上厚下薄)의 원리는 적자마주의 속출만을 가져올 뿐이다.
경마선진국에서나 적용할만한 경마이론을 우리에게 도입하면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마필의 자유거래(개별거래와 경매)가 활성화된 미국, 영국, 호주등 경마선진국에는 상금편성에 있어 우승열패를 강조할수록 경마산업이 발달한다. 마주들은 좋은 말을 사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생산자는 질 높은 경주마를 생산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경마시스템이 추첨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경주마 추첨운이 없는 마주는 조교사와 함께 아무리 열심히 자신의 경주마에 공을 들여도 우승의 기회는 없는 게 우리의 경마현실이다.
10%의 소수마주가 마주 총상금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10%내에 드는 것은 오로지 추첨운에 의해서다. 이런 현실에선 무리하게 경쟁의 원리를 적용하다간 다수의 불만자만 생길 뿐이다.
출전료를 대폭 삭감해 능력부진마의 조기 퇴마를 유도한 것도 다시 한번 고려해 볼 문제다. 원가성 상금(경주마의 구입비)은 증액하되 여기에 필요한 재원을 마주 재투자준비금(마주수익) 10억원 삭감으로 충당해 올해는 적자마주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경주마 교체부진, 출전두수 감소등 경주질의저하가 우려되고 마주 경영악화의 가중 및 국내산 경주마의 능력부진으로 국내산 경주마 구매의욕이 저하될 것으로 보인다.
마필관리사들도 불만이 커져있다. 지난해 22.49%의 임금삭감을 단행했으나 경기가 회복된 올해 이에 다른 보상은 하지 않고 5.5%인상에 그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것이다.
올해 경마상금에 대해 마사회측은 당초 24.8%의 인상계획을 세웠다가 인건비는 지난해 대비 5.5%범위내에서 책정하라는 정부방침에 따라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정부의 방침도 좋고 마사회의 입장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경마유관단체의 핵심을 이루는 마주들과 경마의 최일선에서 일하는 마필관리사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상금규모와 편성으로는 경마산업을 이끌어 갈 수 없다. 이로 인해 경마의 질이 떨어진다면 그 피해는 결국 경마팬에게 돌아간다.

작 성 자 : 서병기 violet@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