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산마 경매, 과연 문제점은 무엇인가
제3회 코리안더비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더비에 경주마를 출전시킨 마주는 물론이고, 자신의 마필이 출전하지 않은 마주들 또한 국산마에 대한 한국경마의 전반적인 열기를 여실히 느꼈을 것이다.
국산마에 대한 경마관계자들의 열기는 한국경마의 자립도를 높인다는 점과 국적있는 경마시행과 더불어 한국경마가 세계속으로 나아가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점에선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현재 국산마에 대한 열기는 다분히 경마상금 획득을 위한 것이라는 데 염려를 낳고 있다.
지난 98년 역사상 처음으로 경매가 시행된 이후 경매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물론 시행 초기라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3년째를 맞고 있는 지금도 계속해서 경매에 대한 변화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본지에서는 3회에 걸쳐 경매를 둘러싸고 불거져 나오는 문제와 그 해결책, 그리고 앞으로 한국경마 발전을 위한 경매방식 변화에 대해 검토해 본다.

국산마 경매에 둘러싸고 파생된 문제들은 결국 경매일정 불확실이라는 결과를 낳았다.(본지 177호 4p 참조) 물론 경매가 지연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마필원가 보전을 둘러싼 이해단체의 반발이 시발점이 되고 있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경매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가 잉태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국산마 경매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선 한국경마의 국산마 정책에 대한 먼저 짚어봐야 한다. 한국마사회는 경마의 자립도 확충과 경마산업의 세계화를 위해 경주마생산농가에 대한 다양한 지원과 더불어 경매를 통한 조기 경마투입을 목적으로 국산마에 대한 우대정책을 대폭 확대했다.
꾸준한 국산마 우대정책의 결과 현재 국산마는 외국산에 비해 두배에 가까운 경주상금을 받고 있으며, 과거에 비해 늘어난 경주수, 그리고 외국산마 경주에 출전시 2kg의 감량 혜택은 마주와 조교사, 기수, 관리사에게 국산마를 선호하게 만들었다.
물론 때를 같이해 국산마로는 처음으로 그랑프리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최고 연승기록을 보였던 ‘새강자’와 외국산마에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최고기록 경신과 외국산마 경마대회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인 ‘자당’이 있었기에 국산마에 대한 열의가 손쉽게 확대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국산마에 대한 열의가 올바른 방향으로만 흐르고 있진 않다. 국산마에 대한 관심과 기대치가 높아질수록 비례적으로 경매가격이 높아졌고, 이는 경주상금에 책정된 마필원가를 뛰어넘어 이제는 3승 정도를 해야 비로소 경매가를 보전할 수 있게돼 국산마에 대한 열기가 적자마주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게 되었다. 이 때문에 5월에 계획됐던 2000년 경매가 아직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부풀어 오른 경매가격과 적자마주 양산은 마필을 직접 관리하고 경주에 출전시키는 조교사 및 기수, 관리사에게 심리적인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경마와 생산사업에 있어 가장 일반적인 마필 거래방법은 경매이다. 때문에 98년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경마관련단체들은 국산경매 시행에 원칙적으로 합의·시행하기에 이르렀고, 향후 외국산 도입마도 경매를 통한 도입을 추진키로 했다.
원론적인 경매는 다수의 구매자가 하나의 상품을 놓고 자유로운 가격경쟁을 통해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구매자가 취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98년 경매를 도입하면서 국산마 거래의 활성화를 위해 개별거래를 인정하고 있다. 경매방식은 취약한 생산기반과 수적 열세로 말미암아 다소 기형적인 방식인 호가경매와 법원식 입찰경매를 병행해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혼합 경매방식은 경주마 생산농가의 취약성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경주마생산의 필요성을 느낀 마사회는 신속한 국산마 생산을 위해 육성목장을 건립해 열악한 생산농가에 씨수말을 공급하는 한편, 생산된 망아지를 구입해 경주에 투입시키는 역할을 담당했다.
생산농가의 경우 경제력이 떨어지는 관계로 상당수의 망아지를 6개월령에 육성목장으로 팔게 된다. 물론 국산마 생산에 대한 열의를 가진 마주들이 생산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제법 경제력을 갖춘 생산농가들이 나타나면서 직접 경매가 가능한 2세까지 육성을 하거나 개별거래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생산농가의 호가경매가 보여준 문제점은 경매에 나서는 마필의 수가 적다는 것과 육성목장마에 비해 상대적인 질적 저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마필 수 부족은 그동안 생산농가의 열악한 경제력과 경매에 나설 수 있는 마필들이 2세가 되어야 한다는 조건으로 인해 경매시행전 이미 대부분의 망아지들이 육성목장으로 팔렸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올해부터는 사정이 다소 나아질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개별거래가 활발해 지면서 이미 어린 망아지에 대한 선매가 이뤄지고 있어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얘기다. 생산농가가 경매에 내보내는 마필의 질적 향상은 생산마필 증가와 더불어 상향되리라는 전망이다.
육성목장마 경매가 가지는 문제는 등급을 정하는 것과 경매방식에 있다. 아직 대다수의 구매자들이 마필의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안목이 미흡하다는 점과 대상마들간의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미리 등급을 매긴다는 것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겠지만, 이 경우 가격이 낮은 말보다 높은 말들의 능력이 더 우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증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러한 등급이 항상 옳은 것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마사회 육성목장은 비영리단체이기 때문에 평균가에 맞춰 최하가를 정하고 있지만 법원식 입찰경매에선 단한번의 가격제시로 낙찰이 정해지기 때문에 일정치 않은 경매가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2년간의 경매를 통해 나타난 문제를 다시한번 정리하자면 경매외적으론 과도한 국산마 열기로 인한 경매가의 급등과 그로 인한 적자마주 양산은 경마상금을 둘러싼 분쟁을 유발시키고 있으며, 경매자체에선 경매방식과 경매마에 대한 질적, 양적 문제로 생산농가마와 육성목장마간 불균형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경매제도에 대한 경험이 축적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의 실정에 맞는 경매제도를 찾아내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다음 호(제181호)에서는 경매에 대해 오랜 역사를 가진 선진 경마국과의 우리나라의 경매제도에 대해 비교해 보고, 나아가 경마산업발전을 위해 한국경매가 나아갈 바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하자.
【권순옥 차장대우 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