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시즌 맞은 씨수말·씨암말, 짝짓기 한창

회복률 100% ‘디디미’, 밀레니엄 리딩사이어에 강한 자신감
올 상반기 리딩사이어에 오른 ‘디디미’는 현재까지 총 30여두의 씨암말과 교배를 갖고 제2의 씨수말 인생을 맞고 있다. 사실 지난해 산통으로 개복수술을 받았던 당시만 해도 씨수말로 생명이 다한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따랐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수의사들의 헌신적인 치료와 관리에서 힘을 얻은 듯 ‘디디미’는 정상 컨디션을 회복했고 이번 종부시즌에도 눈부신 활약(?)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씨수말에게 있어 개복 수술은 그 어떤 질병보다 치명적이며 외국 어느 경마장에서도 이같은 뛰어난 회복력을 자신하기는 어렵다고 이곳 관계자는 전하고 있다. 지난 94년 3억 8천만원에 국내로 도입된 ‘디디미’가 제주 육성목장에서 이곳 원당으로 온 것은 지난해. 이제 원당에서 자마배출 2년차를 맞고 있는 ‘디디미’는 원래 50두 가량의 씨암말과의 교배가 계획됐으나 조심스럽게 수술의 후유증을 우려하고 있는 수의사들은 35두 정도로 계획을 수정했고 대신 다른 씨수말들의 부담이 그만큼 커지는 셈이다.

칼칼한 성질을 보유한 ‘사일런트워리어’, 교배 때도 급한 성격 드러나
지난 95년 5억원에 국내로 도입돼 벌써 씨수말로서 6년차를 맞이한 ‘사일런트워리어’는 예민하고 칼칼한 성질을 보유해 평소에도 이곳 관리사들 조차 가까이 하기 어려운 ‘호랑이’로 불린다.
사람을 끄는 것은 보통이고 다리로 치는 경우도 상당히 많은 편. 이같은 칼칼함을 종부시에도 그대로 드러나 수의사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그러다보니 다른 씨수말보다 시간도 오래 걸리는 편이라고.
‘사일런트워리어’의 첫 자마는 지난해 데뷔해 올 해 신선한 활약을 보이고 있는 3세마 ‘합천’이다. 첫 자마부터 이렇게 우수한 성적을 기록하다보니 자연히 ‘사일런트워리어’의 다음 자마에게로 관심이 모아지고 향후 서울경마장의 리딩사이어로도 부각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올 해 ‘사일런트워리어’의 종부 계획은 총 50두로 현재까지 별 탈없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고 수의사들은 밝혔다.

말들의 교배, 어떻게 이뤄지나…
말들은 일반적으로 춘분기에 수태율 높은 발정을 시작하게 되고 이에따라 민간목장에서는 시정마(암말들의 발정을 돕기 위해 사용되는 말)를 이용해 발정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발정기가 온 것으로 확인되면 육성목장으로 씨암말을 데려가 수의사로부터 각종 검사를 받게 된다. 이때는 초음파 진단기를 이용해 생식기 검사는 물론 발정 유무를 최종 확인하고 난포가 언제쯤 배란될 지를 체크한다. 예정 배란일이 산출되면 그 하루이틀 전에 마침내 교배가 이뤄진다.
일반적으로 교배한 씨암말들의 임신률은 87%∼88% 정도인데, 이는 외국에 비해 전혀 속색이 없는 성공률로 평가된다. 교배를 했으나 임신하지 못하는 경우는 대개 자궁내 염증, 질환과 같은 질병을 보유하거나 생리적으로 난소 기능에 이상이 있는 씨암말에게 발생한다.
교배가 무사히 이뤄지게 되면 수의사들은 15일 후 임신여부를 검사하는데 이때도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한다. 수태한 씨암말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는 바로 교배 후 30∼45일간으로 이 시기에는 각종 사고위험이 가장 높기 때문에 이 고비를 무사히 넘긴 후, 자궁내 착상이 완전히 이뤄져 안정기에 접어드는 45일령에야 최종 임신진단을 내리게 된다.
말의 임신기간은 342일이며 보통 1개월 전후로 출산이 당겨지거나 늦춰지기는 하나 그 기간을 초과하게 되면 거의 사산 가능성이 높다.
말은 일반적으로 가장 분만이 쉬운 동물가운데 하나이며 간혹 분만이 어려워지더라도 제왕절개를 시술하지는 않는다. 이는 제왕절개를 단행했을 시 초유 공급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기 때문이며 초유에는 신생아가 각종 질병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면역 글로블린이 포함돼 있어 자마들은 반드시 초유를 섭취해야 한다.
분만을 끝낸 씨암말은 그 일주일 뒤 바로 발정기를 맞게되며 자궁에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으면 또다시 교배를 할 수 있다.
【이희경 기자 pinklady@krj.co.kr】

원당목장에서는 어떤 일들이 이뤄지나
현재 원당목장에는 총 4두의 씨수말이 있다. 상반기 리딩사이어 ‘디디미’를 비롯해 고가에 구입돼 기대치가 높은 ‘사일런트워리어’, 이미 숱한 자마를 배출해 검증받은 ‘프로포슈어’, 올 해 첫 자마를 배출해낸 ‘타임스타’등이 바로 그들.
원당목장은 지난 96년까지 시험 생산을 통해 ‘공로자’,‘골드카드’ 등을 배출, 내륙에서의 경주마 생산 가능성을 확인했고 이에따라 97년부터 내륙의 15개 민간목장에 씨수말을 대부, 교배를 위한 기술 지원을 맡고 있다.
현재는 자체 생산은 중단한 상태이고 종부시즌인 3월부터 6월까지 민간목장의 교배지원을 하고 있으며 시즌이 끝나면 수태한 씨암말들의 관리는 물론, 15개 민간목장을 일일이 순시하며 말들의 건강상태를 점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