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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비교한 한국 말산업, 많은 과제 산적해 있지만 지속적 지원 및 노력 필요
우리 농업의 미래를 이끌 ‘말산업’의 발전 계획을 담고 있는 제2차 말산업육성5개년종합계획이 12월에 발표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이에 우리 말산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며 제2차 말산업종합계획의 내용을 기대하고 있다.
곧 발표될 말산업종합계획을 기대하며, 우리나라가 요컨대 ‘승마 강국’ 중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지, 인프라는 얼마나 필요하고 어떤 방향으로 노력해야 할까에 대한 논의가 말산업계에서는 최대 화두로 손꼽이고 있다. ‘승마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 한참 멀었다’며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한편, ‘다음 세대를 위해 터를 닦겠다’며 더욱 기틀 마련에 매진하기도 한다.
지난 5월 한국마사회 말산업인력개발원은 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이해 ‘프랑스 승마 전문가 초청 강연회’를 열었다. 강연을 맡았던 엠마누엘 펠테스 프랑스승마연맹(FFE) 부회장은 강연 중 본인 소유의 ‘아하 드 자흐디(Haras de Jardy)’ 승마클럽을 소개하기도 했는데, 참석자들 대부분이 그 격차에 놀라움을 느낀 바 있다.
넓은 대지와 많은 승마 고객 수도 분명 놀랄만한 요소였지만, 연간 200일간 비공식 및 공식 승마대회를 치른다는 이야기를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참석자들 대부분은 실력 차도 절감했다. 엠마누엘 부회장이 프랑스의 기승능력인증제 ‘갈로’에 대해 소개하자 참석자들은 지금 현재 수준으로는 어디까지 딸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혀를 내둘렀다.
프랑스에서는 승마가 국민 인식 중 3번째로 중요한 스포츠로 손꼽히며, 여성이 가장 많이 즐기는 스포츠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 국립연구소(INRA)와 프랑스 승마 연구소(IFCE)에 따르면, 2010년 기준 150만명이 승마 인구로 추산됐으며 그중 7십만 여명은 프랑스승마협회(FFE)에 가입했다. 승마클럽은 약 5천여 개에 달하며 말 농장은 약 1천8백여 개 정도다.
여왕도 본인 소유의 경주마가 있을 정도로 말을 사랑하는 영국은 1만8천여개의 말 관련 회사가 운영되고 있을 정도로 말산업에 있어 강국임을 자처한다. ‘살인적인 물가’를 자랑하는 영국답게 승마 비용, 말 소유권 등이 굉장히 비싼 국가 중 하나이기도 하나, 승마를 학습 비용으로 생각해 학부모들이 아낌없는 투자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 말 네트워크(EHN)’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영국의 승마인구는 99만명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영국 인구의 6%에 달하는 350만명은 최근 6개월 동안 말을 타 본 경험이 있다고 조사됐다.
주로 유럽 국가들이 승마 강국이라 손꼽이는 이유는 승마를 ‘레져 스포츠’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으며 특히 어린이들과 젊은이들 사이에 매우 인기있는 레저 활동이기 때문이다. 유럽은 이를 인식하고 말산업 발전에 다양한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
한편, 유럽이 승마 강국임에는 인프라도 있지만, 다양한 컨텐츠와 연계한 프로그램도 다양하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내세울 수 있다. 유럽의 승마여행은 1950년대부터 개념이 시작됐으며 휴가에 집중적으로 말을 탈 수 있는 여행 상품도 다양하다.
헝가리는 유럽 승마여행의 대표적 국가 중 하나다. 레져로서 승마가 큰 인기를 끌고 있지 않지만 1960년대부터 승마여행을 위해 헝가리를 방문한 여행객의 수는 꾸준하다. 스페인이나 크로아티아도 해변 승마, 산악 승마 등 다양한 상품들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승마여행으로 가까운 몽골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말 관련 공연도 눈길을 끈다. 프랑스 아비뇽에서 매년 열리는 ‘슈발 패션(Cheval Passion)’ 공연은 30여년 간의 역사를 자랑한다. 화려한 불꽃쇼, 탄탄한 스토리 진행, 말들의 뛰어난 능력과 함께 공연에는 무려 말 1200두가 나와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공연은 말산업 비수기라 할 수 있는 1월에 개최되는데, 단순히 공연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많은 말 관련 업체들이 홍보를 나와 작은 규모의 ‘산업 대전’이 열린다.
유럽과의 격차는 분명 엄청나다. 구체적 수치로 따져보자면, 작년 전체 ‘말산업계’의 경제적 파급을 1천억 유로(한화 123조)로 추정한 발표자료가 유럽 말 네트워크를 통해 발표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FEI 8월 마장마술 부문 세계 랭킹을 살펴봤을 때, 이번 리우 올림픽에 참가했던 김동선 선수가 480위를, 정유라 선수가 568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말산업 태동기’다. 당시 강연회에서도 엠마누엘 펠테스 부회장은 한국과 프랑스의 격차를 절감한 참석자들에게 “프랑스도 승마 인구가 처음부터 많았던 것은 아니다. FFE가 지난 10년간 꾸준히 노력한 덕이다. 승마 문화 저변확대를 위해서는 단기적인 투자에 의한 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지속적인 지원과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변하며 산업의 근간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육성계획’을 만들어 국가적으로 말산업을 키우는 곳도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빠른 성과만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차근차근히 하다보면 ‘승마 강국’에 가까워져 있을 것이다.
▲프랑스 아하 드 자흐디 전경. (사진= 아하 드 자흐디 홈페이지 갈무리)
▲우리나라 선수들의 FEI 8월 마장마술 부문 세계 랭킹. 이번 리우 올림픽에 참가했던 김동선 선수가 480위를, 정유라 선수가 568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5 Cheval Passion 중 한 장면. 슈발 패션 공연은 화려한 불꽃쇼, 탄탄한 스토리 진행, 말들의 뛰어난 능력 등으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 공연으로 자리잡았다. (사진= 슈발 패션 홈페이지 갈무리)
▲엠마누엘 펠테스 프랑스승마연맹 부회장은 올 5월 ‘프랑스 승마 전문가 초청 강연회’에서 “승마 문화 저변확대를 위해서는 단기적인 투자에 의한 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지속적인 지원과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작 성 자 : 황수인 nius103@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