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매를 통해 한국경매의 내일을 본다

한국의 경매시장이 난항을 겪고 있다.
경매를 둘러싸고 각 단체간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쉽사리 그 해결방안이 떠오르지 않고 있다. 과연 한국경매는 어떠한 방법으로 실마리를 풀어가야 할 것인가?
누구도 정확한 답을 낼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본란에서는 경마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미국의 경매시장을 살펴보면서 미국의 경매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살펴보기로 하자

78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경마는 99년 한국혈통서 발간을 시작으로 세계로 향한 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세계로부터 서러브렛 경마시행국으로 인정을 받게 되었다는 것은 경마의 세계화 뿐만아니라 국산마의 해외진출이라는 물꼬를 개척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경마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생산기반은 모든 면에서 초기단계라고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외국의 경우 생산과 경마, 경마와 생산은 하나의 순환고리로 엮여 있어 서로간 원활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순환의 중심에서 각 신체에 혈액을 공급하는 심장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바로 경매시장이다.
영국을 경마발생지라고 한다면 경마부흥기를 주도한 나라는 바로 미국이다. 비록 현재는 타경쟁산업에 밀려 점차 쇠퇴기를 맞이하고 있지만 경주마 생산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힘은 아직도 거대하다.
그러면 과연 미국의 경매는 어떠한 종류가 있고, 어떻게 시행되는가 알아보자.
미국의 경매시장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경매시장은 바로 ‘혼합경매’(Mixed Sale)로 이유마(Weanling)로부터 종빈마(Broodmare)에 이르기까지 모든 마필을 거래대상으로 하는 경매다. 경매마의 대상이 폭넓은 만큼 규모가 가장 큰데, 조그만 경매회사는 말 종류별로 경매시장을 열 수 없기 때문에 이 혼합경매만 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혼합경매는 매년 11월 켄터키주의 렉싱턴에서 열리는 케니랜드(Keeneland)사의 ‘11월 혼합경매’로, 이 경매에서는 약 3천여두의 말이 거래된다고 한다.
경매시장의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1세마 경매’다. 이 경매는 1세마만 거래되는 경매이며, 1세마이면 어떤 말이든 나올 수 있다. 거래규모는 ‘혼합경매’다음이지만 경매시장중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경매 역시 케니랜드사의 ‘9월 1세마 경매’가 가장 규모가 크며, 약 3천두가 거래된다.
경주에 투입되기 전의 2세마(Juvenile)를 훈련시켜 경매를 하는 경우도 있다. 바로 ‘훈련마경매’(Training Sale)라고 불리는 경매로, 경매 2∼3일 전에 일정한 장소에서 경매 참가자들에게 공개질주를 보여주고 이를 비디오로 담아 경매당일 경매장에 방여해 준다. 이 경매는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OBS(Ocala Breeders’Sale co.)사의 ‘4월 훈련마경매’가 가장 큰 규모지만 중저가 마필이 많다.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하는 경매는 선별경매(Selected Sale)로 먼저 경매신청을 받은 1세마중 경매회사에서 지명하는 몇 명의 혈통전문가들이 일정 수의 경매대상마를 고르고 마격(Conformation)전문가들이 다시 대상마를 절반정도 선별하여 경매에 내놓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이 엄선하는 말들인 만큼 전통적으로 거래가격이 가장 높은 경매시장이다. 매년 렉싱턴에서 열리는 케니랜드사와 패싱-팁톤사의 ‘7월 선별경매’가 가장 유명하며 이 경매는 평균가가 무려 두당 5∼6억원에 달한다.
선별 훈련마경매(Selected Training Sale)는 선별된 2세마 경매로 훈련을 중요시하는 경향으로 인해 각광을 받고 있는 경매다. 이 경매에서 핀후커(Pinhooker, 일종의 말브로커)들이 이유마나 1세마들을 되팔기 위해 경매마를 대거 내놓으면서 일본인들이 많은 말을 구매하고 있다.
이밖에도 ‘이유마경매’(Weanling, 혹은 당세마), 2세이상마 경매(Racing Age Sale) 등이 있다.
미국의 경매시장 종류에 대해 살펴보았다. 물론 미국의 경매시장은 필요에 의해 긴 역사속에서 탄생해 자연스럽게 시장경제 원리에 의해 발전해 왔다.
공급자와 수요자에 맞게 다양한 경매시장이 열리고 있으며, 전문적으로 경매를 주관하는 사기업이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미국의 경매시장이 반드시 옳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3년째를 맞이한 한국경매로서는 우리의 실정에 맞는 경매시장을 구축하기 위해 미국경매시장에서 배울 것이 많을 것이다. 다양화된 경매와 경마시행 자체를 위한 경매가 아니라 경마와 생산이 혼합적으로 순환되는 시스템은 한국경마에서도 지향해야할 방향일 것이다.
【권순옥 차장대우 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