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진단, 종부제 무엇이 문제인가
-현행 추첨제 방식에 대다수 농가 불만
-혈통에 따른 효율적 교배 이뤄져야
-생산농가간 자유경쟁체제 도입돼 발전적인 방향 모색

3개월여에 걸친 2000년 종부가 지난 7일 막을 내렸다.
말은 사람과 달리 해가 길어지는 시점, 즉 3월에서 6월까지 발정기를 맞이함으로써 이 시기에 가장 효율적인 종부가 이뤄질 수 있다.
현재 국내에 있는 씨수말은 한국마사회 육성목장에서 보유하고 있는 23두와 민간목장 소유의 3두가 전부, 이에 따라 평균 80두의 씨암말을 보유하고 있는 90여개의 생산농가들은 좋은 씨수말과 자신이 보유한 씨암말을 맺어주기 위해 안간힘 쓰고 있는 실정이다.
경마는 혈통의 스포츠지만 무조건 좋은 혈통끼리 종부한다고 해서 훌륭한 경주마가 생산되는 것은 아니다. 특정 혈통이 갖는 메리트를 상호보완,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종부가 이뤄져야함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그렇지 못한 게 사실이다.
최근 민간목장과 마사회 육성목장이 추진하고 있는 좋은 씨수말 도입에 앞서 앞으로 종부제도가 어떻게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해야 하는지 짚어보기로 하자.
<편집자주>

-현행 종부제도 어떻게 이뤄져 있나
경주마 생산기반이 취약한 국내에서는 기본적으로 마사회 육성목장에서 보유하고 있는 씨수말과 민간목장 소유의 씨암말간 무상교배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국내 경주마 생산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제주의 경우, 80여개의 생산농가에서 총 800두의 씨암말을 보유했고 제주 마사회 육성목장에는 19두의 씨수말이 이들의 생산지원을 위해 활용된다.
무상교배를 원칙으로 하지만 내륙과 제주에는 그 방식에 있어 다소간 차이를 보이는데, 교배건수가 내륙에 비해 4배 가량 많은 제주는 추첨방식으로 짝짓기를 하는데 반해 내륙은 인덱스 데이터(index data)를 산출해 혈통과 적성이 적절히 어울리는 상대끼리 우선순위를 정해 교배시킨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즉, 4두의 씨수말로 내륙지역 15개 목장 197두의 씨암말을 종부시키는 원당목장은 상대적으로 제주에 비해 대상 두수가 적은 편이라 일일이 자료를 분석, 우선 순위를 매겨 혈통과 혈통간 효율적인 짝짓기를 하고 있는데 반해, 무려 8백여두에 달하는 씨암말과 한정된 수의 씨수말을 종부시키기 위해 제주에서는 부득이하게 추첨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올 해 열린 종부기간 동안 대다수의 민간목장으로 부터 가장 높은 인기를 모았던 씨수말은 지난 97년 사상 최고가인 10억 2천만원에 도입된 ‘라시그니’와 매년 리딩사이어 상위권에 랭크되는 ‘피어슬리’, ‘디디미’, ‘로스트마운틴’ 등이었다.
하루 평균 씨수말들이 종부에 임할 수 있는 회수는 고작 2회에 불과하지만 신청자가 한꺼번에 몰림으로써 이들의 불만을 해소시키기위해 육성목장은 추첨제를 실시, 당첨된 씨암말에게만 종부의 기회를 제공하는 실정이다.
<한국마사회 육성목장과 민간목장 보유마 현황>
제주육성목장                     씨수말 19
원당육성목장                     씨수말 4
제주민간목장(80개 농가)           씨암말 800
내륙민간목장(15개 농가)           씨암말 197


-외국의 사례는 어떠한가
해외 선진경마 시행국에서는 경마산업의 근간을 생산으로 간주, 최고의 경주마 생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일본만 하더라도 2200여개의 생산농가 가운데 연간 120여개 농가가 도산하는 실정인데 그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종부료 때문이다. 생산자들은 최상의 경주마를 탄생시키기 위해 값비싼 종부료를 지불하며 2∼3년간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이후 경주로에 데뷔해 이 말이 좋은 성적을 기록하면 그 정점에서 은퇴, 반대로 천정부지로 치솟는 종부료로 말미암아 투자한 금액 이상을 거둬들 일 수 있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수한 씨수말 도입이 선행돼야 하는데 이때 들어가는 막대한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일본에서는 5∼10인이 컨소시엄을 구성, 해외 유명 씨수말을 구입하고 있다.
이렇게 들여온 씨수말의 종부료는 평균 3만달러∼5만달러, 많게는 20만달러, 심지어는 1백만달러를 호가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올 해 전미(美) 리딩사이어 ?위에 오른 ‘댄지그’는 매회 15만불에서 20만불의 종부료를 거둬들이고 있으며 때로는 상대 씨암말마저 엄선하기까지 한다.

-어떻게 개선돼야 하는가
아직까지 생산기반이 온전치 못한 국내 사정을 감안할 때 민간목장으로부터 마사회가 고가의 종부료를 받는 것은 무리가 따를 전망이다.
하지만 인기 씨수말에게는 항상 다량의 수요가 집중되고 이에 따라 추첨제를 실시했지만 그 부작용이 가시화돼 육성목장에서는 내년부터 제도보완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테면 육성목장이 보유한 19두의 씨수말을 대상으로 민간목장의 종부신청을 접수한 뒤 상위 인기마 몇 두를 선정해 50만원에서 1백만원 상한선을 두고 종부료를 받는 것이 현행 추첨 방식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단, 육성목장은 종부료로 발생되는 이익금을 한시적으로나마 생산자협회에 기증해 생산기반 마련에 사용토록 유도해야 하는데, 그렇게 된다면 생산자의 부담도 크게 줄어들 수 있고 자연스럽게 자유경쟁시스템도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작 성 자 : 이희경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