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페이지 - ‘내가 거둔 첫 승’
묵묵한 뚝심의 사나이, 문정균 기수  
시작점을 알려준 첫 승,‘코디와이어밍’

사람이 살아가면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들을 한두가지씩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런 추억중에서도 특히 가슴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처음’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서울경마공원에는 80명의 기수들이 매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승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년을 훌쩍 넘긴 고참부터 이제 경주로에 데뷔한 신인까지 각기 경주로에서 보낸 시간들은 다르겠지만, 첫 우승에 대한 추억은 비슷할 것이다.
이번 호부터 80명의 기수들이 기억하는 첫 승을 살펴보도록 하자. 〈편집자 주〉

기수양성소 18기 출신인 문정균 기수가 데뷔할 당시 주위에서는 그를 두고 두 가지 견해로  크게 나뉘어졌다. 바로 그가 첫 인연을 맺은 곳이 38조로 경마장의 거목(巨木)인 박태종 기수가 선임이었기 때문이다.
훌륭한 선배 밑에서 배울 수 있어 좋겠다는 입장과 선배의 활약에 빛을 볼 수 없다는 두 가지 견해였다.
아직은 어떠한 쪽이 옳았는가를 따지기에는 이르다. 그러나 문기수는 자신의 현재까지 과정을 돌이켜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얘기한다.
꿈많은 신인시절이지만 뛰어난 동기들을 바라보는 이들에겐 그 시절이 너무도 고달팠을 것이다. 문기수도 동기생에 비해 늦은 첫 승을 거두었다.
강태현, 김동균, 박을운, 이주용, 함완식 등 지금도 쟁쟁한 명성(?)을 날리고 있는 동기들이 승을 차곡차곡 쌓아갈 때, 그는 묵묵히 자신에게 기회가 주어질 때를 기다렸다.
첫 승은 정말 우연히 그에게 다가왔다. 데뷔후 4개월여가 지난 11월 8일 48조 마필인 ‘코디와이어밍’에 기승했다. 그 마필에 첫 기승이었던 그는 이전까지 크게 성적을 내주지 못했던 말이고 선행형 습성을 지닌 마필인데, 최외곽 게이트라 우승은 고사하고 입상도 기대하지 못했다.
그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주요했는지 출발부터 가장 앞에 서게 됐고, 1200m를 다 뛸 때까지 그의 앞에 나서는 마필은 없었다.
첫 승이었다.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가슴속으로 기쁨이 밀려왔지만, 한편으론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시작한 그는 정식기수로 꾸준한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감량이점이 있던 수습기수 때에 비교해 성적이 떨어졌다는 걱정어린 시선은 있지만, 문은 자신있게 말한다. 자신은 꾸준하게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중이라고…
최근 박태종 선배와 다시금 함께 운동을 하고 있다. 한동안 각자의 시간에 맞게 따로 움직였는데, 며칠 전부터 함께 운동을 하고 있는 중이다. 서로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조언을하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준다. 물론 그가 선배로부터 얻는 것이 대부분이다.
문기수는 고향의 논밭을 책임지는 황소마냥 듬직함을 지니고 있다. 앞으로 더 노력하는 길만이 자신이 살아남는 길임을 알고 있다.
미흡한 자신을 끊임없이 담금질하는 그는 기회가 자신을 찾아올 때를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기회를 만들겠다고 한다. 그리고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임을 다짐한다.    
【권순옥 기자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