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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값’ 묻는 질문에 “모르겠다”…모독죄까지 들먹여
피감기관·경마 특성 한계…매년 반복 ‘동네북’ 신세 극복 과제
2016 한국마사회 단독 국정감사가 끝났다. 다른 곳과 달리 한국마사회 국감은 여야가 대치하거나 입장을 달리하는 분위기는 전혀 없었다. 즉, 한국마사회에 대해서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김영춘)의 ‘공공의 적’은 여야가 아닌 경마, 즉 한국마사회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타 국정감사에서 “새파랗게 젊은 것들에게 이 수모를 당하고, 못해먹겠다”는 이기동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의 돌발 발언과 불성실한 태도는 물론 MS와 한컴도 구분 못하며 “사퇴하라”고만 고성을 지른 이은재 새누리당 의원의 황당 질의 사건, 국방부를 조롱했다며 연예인 김제동 씨를 증인으로 채택하라고 한 새누리당 백승주 의원 등 ‘국감스타’들의 맹활약이 이어졌는데 사실 한국마사회 국정감사 역시 정회되고 국회모욕죄가 언급되는 등 긴박한 순간들이 있었다.
사실 관계를 따져보자면, 피감기관인 한국마사회, 특히 증인 대표로 나선 현명관 한국마사회장은 홀로 의연하게 모든 질문에 답했다. 이른 아침부터 끝날 때까지 현장을 지킨 기자의 느낌은 ‘성실하게 답변하고자 했으나 시간도 없었고, 발언 기회도 적었다’는 말로 압축할 수 있다.
그런데도 김영춘 위원장은 현명관 회장에게 “피감기관의 장으로 그렇게 답변하지 말라”며, “감사장은 토론장이 아니다. 감사위원들의 견해에 동의하지 못하더라도 피감자 입장에서 경청하고 성실하게 답변에 응하는 태도를 견지하라”고 경고했다. 박완주 의원은 현 회장의 발언과 행동이 모욕적 언행이라며 ‘국회 모독죄’ 적용 여부를 검토해 달라고 요구, 정회까지 선포됐었다.
먼저, 무엇이 문제였을까. 오전 감사 내내 구체적 통계와 상황에 대해 막힘없이 자세히 설명하던 현명관 회장은 왜 갑자기 피상적인 답변, “모르겠다”를 일관했나. 문제는 바로 ‘기대값’이라는 정체불명의 단어 때문이었다.
렛츠런CCC 용산과 대한노인회의 이면 계약 추정 질의를 하던 김현권 의원은 “만 원짜리 마권의 ‘기대값’이 얼마냐”고 물었다. 일종의 환급률을 묻는 질문으로 73%에 그친 우리 경마산업계의 환급률이 낮기 때문에 ‘고객 중심 경영’도 아니고, 하루에 얼마를 쓰고 몇 회 배팅을 하며 몇 시간을 체류하는지 알아야 철저한 고객 중심 마인드가 될 것이라는 인식에서 나온 질의다.
하지만 현명관 회장이 답변했듯, 환급률과 적중률이라는 단어가 있고 배팅 방식이나 경주 수에 따라 달라지는 경마산업에 대한 이해도 없이 무조건 수치를 제시하라는 억지에 현 회장도 “모른다”고 ‘솔직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모르는 게 자랑이냐”는 김 위원장의 호통은 또 무언가. 게다가 환급률을 높여야 한다는 건 한국마사회와 경마산업계 종사자들도 늘 주창하던 내용이다. 이를 부연할 시간마저 계속 주어지지 않았던 상황. 마치 “왜 MS 오피스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샀냐”는 황당한 질문에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고 했다”는 어린 장금이의 대답처럼 우문현답인 걸 알았던 건 한국마사회 관계자와 경마산업 종사자들 그리고 전문언론뿐일 것이다. 이 ‘웃픈’ 상황에 대해 어떤 언론도 보도하지 않은 상황이 더 애잔할 뿐.
김영춘 위원장의 말처럼 감사장이 토론장은 물론 아니지만, 견해에 동의하지 못해 성실하게 답변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이기동 원장처럼 막말을 한 것도 아니다. 의원 당 주어진 10분의 질의 시간은 말 그대로 ‘질의’를 위한 시간이었지 답변하거나 해명하기에는 부족한, 아니 발언 기회도 제대로 주어지지 않은 물리적 한계에 현 회장 역시 왜 이런 상황이 됐을지 “잘 모를 수밖에 없는” 난처한 입장을 방증하는 건 아닐까.
그래서 그는 “끝까지 (제 설명을) 들어달라”며 질의에 대한 설명 기회를 자주 요청했지만, 묵살됐다. 의원들의 칭찬이나 사업 방향 제시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 “저희의 고민과 같다. 감사하다”, “네, 사실입니다”라며 끄덕이는 순간이 더 많았을 뿐이다. 경마는 도박이라는 항간의 편견과 인식처럼, 그는 이 순간에 얼마나 답답했을까. 잔여 임기 2달여를 앞둔 현명관 회장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될지 아닐지는 모르지만, 진지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답변하며 이번 국정감사의 ‘스타’였던 그의 발언을 맥락에 따라 정리했다.
“국민이 마사회를 보는 시선은 부정적이다”
마사회를 둘러싼 사업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고객과 국민이 만족할 수 있도록 마사회 이미지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질책할 게 있으면 충고를 지원이 필요한 부분은 지원을 부탁드린다.
“강한 처벌을 시행토록 하겠다”
경주마 도핑은 중요하다. 도핑은 기술적인 부분이다. 그간 도핑센터에서 적출된 건 중 고의성이 있는 건은 한 건도 없었다. 처벌 규정이라든가 과태료 정도가 아니라 강한 처벌을 시행토록 하겠다.
“저도 그렇게 해서 임기를 끝냈으면 좋겠다”
(렛츠런CCC 용산 문제가) 아직 수습 단계에 접어들지 못했다. 무조건인 영업 중단과 이전이 아니면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다. 학습권이 침해되고 애들 교육에 지장이 있으면 폐쇄할 것이다.
“부임하자마자 진심으로 설득했다”
부임하자마자 제일 먼저 만난 분들이 (렛츠런CCC 용산) 반대 측 위원회 공동대표 5명이다. 여러분 주장이 맞는지, 마사회가 맞는지 현실을 보며 공동 운영해 평가해 봅시다, 문제가 되면 용도 변경하겠습니다라고 제안하며 진심으로 설득했다. 이것이 형식적이고 진실 없는 대화인가.
“공기업은 참 문제가 많다”
재임 기간 동안 두 가지를 하려고 했다. 하나는 조직의 경쟁화고 둘째는 고객 중심 마인드 실천이다. 둘 다 점수를 매긴다면 후하게 평가해서 60~70점이다. 갈 길이 멀다. 공기업은 참 문제가 많다. 사기업과 비교해서 경쟁력 측면에서 상당히 떨어진다. 같은 분야에서 같은 상품을 놓고 경쟁하면 공기업은 백전불패한다고 생각한다.
“사회 공헌 확대할 것”
매출이 7조 7000억 원인데 73%는 바로 고객에게 환원한다. 실질적으로는 순매출 2조원에서 기부하는 퍼센티지는 0.8%다. 타 기관과 비교해 적은 부분 아니다. 사회 공헌 활동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지역 명소화 돼야 국민이 기피하지 않아”
장외발매소가 배팅만하는 장소에 그치지 않고 그 지역의 명소화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노력해왔다. 앞으로 3~4년 후에는 많은 변화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직원들이 노력 많이 했다‘
(가장 성공적인 변화 질의에) 고객 만족도는 1등을 했다. 마사회가 공기업 부분에서 1등했다는 사실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직원들이 많이 노력했다. 경쟁 원리 도입해서 정부보다 먼저 성과연봉제를 실시했다. 국민이 기피하는 기관은 망한다는 사실을 직원들이 공유했다는 사실도 큰 성과다. 국민이 기피하지 않는 공기업이 되는 것 그리고 불법 사설 경마를 해결해야 한다.
“준비 많이 했다”
(오후 국감 속개 후) 평소 국감이 도움이 된다. 여러 방면에 걸쳐 열심히 준비했다, 오해가 있고 태도가 의도와 달리 불성실하게 비춰졌다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재능기부, 중독예방 마사회만이 할 수 있는 일”
과거 황금마차 사업이 성공적이었지만 부작용도 있었다. 힐링승마나 재능기부, 중동 예방 등은 마사회만이 할 수 있는 일로 우선 순위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지난 국감 발언 기억한다”
(이군현 의원이) 지난해 국감에서 말씀해 주신 내용 기억한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과학 분야 인재 활용 건을 검토했었다. 한국에서 일하기 어려운 게 모두 법적이 제약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담는 방법을 배우도록 해야 하는데, 마사회법에는 말산업, 축산발전으로만 정해져 있다.
“경북 영천시민 기대에 실망 안 드리도록 준비할 것”
(렛츠런파크 영천 관련 법적 문제로) 설계와 시공 등 당초 19년도 개장보다 1~2년 더 지체될 것으로 전망한다. 2020년도 쯤 될 것 같다. 경북 영천시민 기대에 실망 안 드리도록 준비할 것이다. 3자 공동으로 T/F팀 만들고 1~2개월 바짝 해서 행안부에 얘기하고 서로 불신 쌓인 문제도 풀도록 하면 풀릴 문제라고 본다.
“국민들이 레저로 생각 안 할 것”
현재 국민들은 장외발매소를 ‘레저’로 생각 안 할 것이다. 장외발매소를 문화 장소로 어떻게 만들지 노력하고 있다. 부족하지만 도박장이 아닌 문화공간장으로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고 앞으로도 하겠다. 마사회가 경마장이 아니라 1년 365일 시민이 찾는 레저 문화 기업이 됐으면 한다.
“현재 마사회 구조로는 오래 못 간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1개 상품 가지고 30~50년, 심지어 마사회는 90년이 됐는데 1개 상품으로 버티는 기업, 독점과 사행 기업으로는 마사회뿐이다. 1개 상품으로 버텨온 것이다. 이런 구조는 오래 못 간다. 따라서 경마만을 위해 고객이 오는 경마장이 아니라 가족 단위로 1년 365일 와서 즐기는, 그러면서 국민이 기피하지 않고 인정하는 기업으로의 이미지 변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사회가 부끄러운 점”
(이양수 의원의 동물 복지 관점에서 퇴역 경주마, 복지 대책을 묻는 질문에) 지적하신 부분은 마사회가 부끄러운 점이다. 한라마는 퇴역 후에 승용마로 조련하려는 계획은 있지만, 서러브레드는 사회 이익이나 복지 차원에 대한 관리 체계는 수립이 안 되어 있다. 죄송하게 생각한다. 대책을 마련하겠다.
“경마 관계자, 직업에 대한 자존감 가져야”
결국 문제 귀결은 경마 관계자들의 윤리 의식과 직업관과 프로정신이라고 본다. 제도로 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처벌한다고만 되는 것도 아니다. 어떻게 하면 경마 관계자들이 직업에 대한 자존감과 프로의식을 가질까, 불법 사설 경마나 여타 조직으로부터 유혹받지 않게 할 장치 마련이 핵심이라고 본다. 심리 상담 등을 통해 유혹을 차단하고 프로의식, 자존감 위한 해외 연수 등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거라고 아직 확신이 서는 건 없다.
이번 국감을 지켜본 경마 팬 김병홍 씨는 “경마 고객을 위한 제도 개선과 경마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제고 방안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고 몇 년째 거론되고 있는 환급금 인상 문제 등에 대한 언급은 맹탕, 헛탕으로 결론 난 국정감사”라며, “마권의 기대값이 무엇이냐는 질문 때문에 2시간 정회가 됐다니 웃지도 울지도 못할 코미디”라고 지적했다. 또 “창을 휘두른 농림위 의원들의 경마에 대한 전문성 부족…국정감사는 기대 이하다”라며, “의식 있는 경마 고객들의 정확한 제보가 제대로 전달이 되었다면 더욱 알찬 국정감사가 됐을 것이다. 경마 고객부터 의식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경마는 도박이라는 오명 속에서 베팅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농해수위는 13일 목요일 국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종합 감사 일정을 마지막으로 앞둔 상태다. 김한정 의원의 요구에 따라 위니월드 테마파크 관련 관계자들 5명을 일반 증인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한국마사회에 대한 추가 질의를 앞두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피감기관인 한국마사회 증인 대표로 나선 현명관 한국마사회장은 홀로 의연하게 모든 질문에 답했다. 장시간 이어진 일정, 고령의 나이에 피곤하고 지칠 법도 했지만, 현 회장은 꼿꼿했고 모든 질의에 성실히 답변하며 국감을 잘 마무리했다는 평가다.
작 성 자 : 이용준 cromlee21@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