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마 어디로 가고 있나

한국경마 어디로 가고 있나
서생현 마사회장 경영 모토 “정직한 마음과 성실한 자세로 최선을 다하자” … 정책 수행 능력 전반적으로 “미흡”
소극적 집무 자세에 마사회 노조 반발, 한때 사임 요구하기도
경마중단 사태, 전산사고, 경매 불발 등 대형 사고 잇달아

취임 10개월만에 사임한 서생현 한국마사회장. 깨끗하고 정직한 조직 경영과 투명한 경마시행을 모토로 마사회장직을 수행하겠다고 약속했던 서회장에 대해 경마계 안팎에서는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사퇴를 결정한 서회장의 그동안의 업무수행 능력과 가시적인 성과, 그리고 총체적인 어려움에 직면한 한국경마 현주소를 진단해보자.
<편집자>

투명하고 합리적이며 경마팬 중심의 경영, 그러나…
-인위적 경마중단 사태 발생
-경매 무기한 연기로 생산 농가 막대한 피해 입어
-각종 사건·사고로 시행체에 대한 불신의 골 깊어져
-구조조정 미흡으로 언론에 집중타..고비용저효율 개선 자구 노력 따를 듯
서생현 마사회장은 지난 1월 5일 취임한 이후 ▲투명한 경영, ▲합리적인 경영, ▲경마팬 중심의 경영을 실천하고 ▲경마의 공정성 확보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임을 약속했다.
투명 경영을 위해서는 모든 계약을 경쟁입찰로 추진하고 기부금 집행의 공정성을 제고하는 한편, 외부 청탁을 배제함으로써 특혜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합리적인 경영을 위해서는 주요현안에 대한 실·처장의 의견수렴은 물론 하급직원이 직접 회장 결재를 맡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마팬 중심의 경영을 위해 매점·식당의 가격을 시중가와 동일한 수준으로 인하하고 각종 편익시설을 확충하는 등 포괄적인 서비스 개선 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가장 중요한 경마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서도 종합대책을 마련해 획기적인 개선을 이룩하겠다고 힘찬 포부를 밝혔다.
이렇듯 개혁적이고 합리적인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서회장은 지난 5월 경영혁신기획단과 경마발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가시적인 성과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쪽도 상당수다.
이러한 의문들은 서회장 취임후 경마산업의 전반적인 문제들이 한꺼번에 불거져 나왔다는 데서 기인한다.
마사회와 경마 단체와의 충돌로 인해 사상 초유의 인위적 경마중단을 겪으며 서생현 마사회장을 비롯한 시행체를 바라보는 경마계 안팎의 시각이 다분히 부정적으로 바뀐데다 전산사고 발생으로 배당률 게시대에 오배당이 게시되는 사고가 발생, 불신의 폭은 더욱 넓어졌다.
또한 합심해 경마산업의 발전을 이뤄야 할 시행체와 유관단체들이 각기 밥그릇 싸움에 열중하며 ‘제 살 깎아 먹기식’의 소모적 논쟁에 더 치중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특히 마주협회와 마사회 간의 갈등은 올 해 계획된 경매를 2차례나 무산시켰고 이로 인해 경주마 수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해 경마팬들에게 수준 이하의 경주편성을 감내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확정되며 경주마권세에 부과하던 교육세율을 현행 50%에서 60%로 인상한다는 방침이 알려지자 가뜩이나 환급률이 낮은 한국경마가 말살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높아지는데도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경마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러한 현안들이 눈처럼 쌓여있지만 한국마사회 경영진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마사회의 경영을 총책임지고 있는 서생현 한국마사회장은 경마계 내부의 문제들은 등한시 한채 경마산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극도의 억제 정책을 펴고 있는 정부쪽 관계자들의 논리에만 치중하는 경영을 펼쳤다는 것이 뜻있는 경마인들의 생각이다. 정부의 경마정책 입안자를 설득시키고 경마산업의 대외적 이미지 향상에 더 역점을 두어야 하지만 이를 관철시킬 경영철학이 없다는 뜻이다.
또한 국정감사를 앞두고 각 언론을 통해 불거져 나왔던 마사회의 고비용저효율 구조에 대해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효율적인 인력 배치와 조직 개선을 위해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마사회 관계자는 밝혔다.

이제라도 적임자가 나서 공격적인 경영을 해야한다
2003년부터 연간 2백억원의 감가상각비 발생
사업이익률 6% 지침 철회만이 경마산업 되살릴 것
지금 정부는 공기업의 군살빼기와 민영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전윤철 신임 기획예산처 장관은 공기업 민영화가 제자리를 걷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공기업은 퇴출시키고 정부 계획대로 완만한 민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마사회의 경영부실과 민영화에 대한 논의는 물론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현재 경마산업의 위축 양상으로 봐서는 2003년부터 마사회의 경영에도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우려된다.
마사회 한 관계자는 “제2관람대 증축이 완공되고 부산·경남 경마장이 개장하는 시기인 2002년에는 기존 시설 노후화 및 사업 확장으로 연간 약 2백억원의 감가상각비가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즉 지금과 같은 정부의 사업이익률 6% 지침이 2002년까지도 철회되지 않는다면 마사회는 매년 많은 적자폭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서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전등 끄기, 수돗물 아끼기, 대외 홍보비 및 행사 축소 등 예산 절약에 몰두했다. 작은 것부터 아끼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작은 것에 연연하기 보다 큰 틀 속에서 경마산업의 그릇된 구조를 개선함으로써 경마의 부흥을 이끌어 내는 공격적인 경영이 절실한 때라고 경마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사업이익률 6%는 경마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족쇄에 불과하다. 이제부터라도 마사회 경영에 대한 적임자가 앞장서고 모든 경마관련단체는 힘을 모아 정부의 사업이익률 6% 지침부터 풀어야 한다.
또한 현재의 환급률이 70% 정도인 것을 고려할 때 앞으로 더 이상의 세금 인상은 없어야 할 것이며 점차적으로 선진국 수준인 80%까지 환급률을 올려야 할 것이다.

인터넷 베팅 도입해 경마지방화 앞당겨야
과천과 제주의 경마장 본장을 비롯해 서울과 수도권 일원에 분포한 각 지점은 총 25개다.
지점 1개를 설립할 때마다 투입되는 예산은 무려 7백억원에 달한다.
경마장 지점을 설립하는 이유는 경마팬의 편익을 도모하기 위해서지만 시설 투자가 미흡하고 지점마다 이미 포화상태에 달해 나날이 증가하는 경마팬을 모두 수용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보다 효율적인 경마 지방화를 위해서는 지방 경마장 건설, 지점 설립 등도 중요하지만 전 국민에게 보급된 인터넷을 이용해 실시간 경마중계 및 베팅을 유도한다면 지점 설립과 시설 보완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아낄 수 있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경마인구를 흡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쟁산업인 경륜은 창원에 돔 경륜장을 건설함으로써(11월 중 완공) 이미 지방화와 연중 경륜 시행을 이룩했다. 이에 뒤지지 않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을 통한 공격적인 경영을 시도해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경마상금제도 개선으로 제2의 도약 이뤄야
현재 각 경마단체들의 가장 큰 불만사항은 경마상금체계에서 출발한다. 98년 IMF 여파와 함께 경마상금 규모 역시 23% 삭감, 아직까지 회복되지 않고 있어 마주를 비롯한 조교사, 기수, 관리사들까지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마주들은 상금에 반영되는 마필가가 실제 거래가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 경매마저 보이콧하고 상금체계의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경마상금은 매년 문화관광부와 마사회의 협의에 의해 물가인상분 등을 고려한 후 결정된다. 문제는 경마산업 자체를 두고 정확한 상금 규모가 얼마여야 하는가를 고려하지 않고 모든 공기업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가이드라인을 경마산업에도 똑같이 적용한다는 데 있다.
마사회는 현행 경마상금 책정방식의 문제점을 자세히 알고 있다. 경마발전위원회를 구성한 것도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발족한 경마발전위원회는 경마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마사회는 모든 경마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해 가장 합리적인 경마상금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경마상금을 단순히 마필 관계자의 임금으로 치부해버리는 발상은 경마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 뿐이다.
따라서 합리적인 경마상금 책정 방식이야말로 위축된 경마산업을 일으킬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이희경 기자 pinklady@krj.co.kr】

이제는 경마발전을 위한 적임자 필요할 때

서생현 회장이 사퇴함으로써 그 동안 많은 경마소비자의 비난이 집중되어온 마사행정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특히, 개혁의 칼자루를 쥐고서도 제대로 휘둘러보지 못한 그가 사임함으로써 “경마발전을 위한 적임자가 부임하기를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은 늦은 감이 있으나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가 그에게 10개월 전 바란 것은 공직자가 갖추어야 할 도덕적 자질이 아니었다.
21세기를 여는 첫 회장으로서 경마중흥과 제도의 개선을 위한 개혁 그리고 경마소비자의 권익과 편익을 도모해달라는 부탁이었다.
하지만 그는 거대 공기업인 마사회 최고경영자의 위상에 어울리지 않았다. 지난 10개월 간 그는 전혀 경마를 공부하지 않았고 이해조차 거부했다는 게 내부의 지적이다.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증거이다.
청렴과 정직이 경영이념이 될 수 있다고 믿었던 그가 이면지 활용과 전등불 끄기를 지시하고 점검할 때 전산기에 장애가 발생하여 경마고객은 오류 배당률을 그대로 믿고 경마를 계속하는 어처구니없는 인재사고를 당해야만 했다. 또한 내부의 문제 해결을 위해, 집에 온 손님을 도중에 내쫓은 그는 한국 경마사에 길이 남을 인위적 경마중단 사태의 장본인으로 기록될 것이다.
역대 회장의 평균 재임 기간에 훨씬 못미치는 기간이었음에도 그의 10개월은 다사다난(多事多難) 했다. 부하직원들로부터 사임 요구를 받은 최초의 회장이었으며 정치자금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다.
통솔력의 부재를 증명한 것이며, 보안이 몸에 밴 장성출신의 경거(輕擧)였다.
또한, 그가 최대의 역점 사업이라 했던 고객제일의 경영실천은 무엇이었던가?
획기적인 경마팬 서비스 개선 등 일련의 개혁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덧붙인 자화자찬은 홍보의 상투적 수사에 지나지 않았다.
서비스 개선 종합대책을 수립하여 총 26개의 과제를 추진중이라지만 화장실에 꽃장식을 설치한 것말고는 별개 없다. 시중가격과 동일하게 인하했다는 식당 매점의 가격은 못 미치는 단속의 손길을 조롱하고 있으며 시민공원화 한다는 경마공원은 아직도 청원경찰의 위압적인 태도아래 있다.
퇴임 후 가는 길에 늘어선 경마인의 박수를 받는 마사회장을 우리는 바랬지만 다음 기회로 미뤄야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후임 마사회장에 주목한다. 20세기 경마팬이 19세기 경마장에서 18세기 경주마를 상대로 경마를 즐기는 공원에 21세기형 회장이 필요한 때이다 .이제는 임명권자의 결단이 필요한 때다.
정부는 현재 거론되고 있는 인사들의 공정성과 능력을 재고하고, 경마계의 의견을 바탕으로 납득할 수 있는 인사를 단행해야 할 것이다.
2000년 11월 6일 공정경마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