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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산마의 경우 일괄구매를 통한 추첨으로 마주에게 배분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으며, 국산마는 지난 98년부터 경매, 99년부터는 개별거래와 경매 등을 통해 수급이 되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한국경마의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국산마 생산에 대한 장기계획을 마련, 육성목장 준공, 경주마 생산농가 지원 등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한편 국산마 생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생산농가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국의 경주마 생산기반은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경마선진국의 경우 경마와 생산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 생산에서 재생산까지 이어지는 그들의 시스템이 선진경마의 모태가 된 것이다.
과거 한국경마는 개인마주제 시행에서 추진의욕만을 앞세우면서 경마선진국과 달리 경주마 생산과는 다소 생소한 마주들을 구성하게 되었다.
그러나 개인마주제가 정착되면서 자연스럽게 마주들의 관심이 경주마 생산으로 모아지게 되고, 현재는 많은 마주들이 생산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본지에서는 이미 제주도에 위치한 많은 민간목장을 소개한 바 있다. 앞으로는 제주도보다 어려운 여건속에서 경주마 생산에 힘을 쏟고 있는 내륙목장에 대한 소개를 하고자 한다.
‘비봉목장’- 신화를 준비한다
경기도 안성시 사곡동에 위치한 비봉목장. 바로 일찍부터 경주마 생산에 남다른 열정을 가진 故 장천석 마주로부터 장재원 목장주까지 2대에 걸쳐 내륙목장의 신화를 준비하고 있는 곳이다.
15년간 사슴목장으로 운영되던 안성의 넓은 산자락에는 현재 씨암말과 어린 망아지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이만큼의 결실을 이루기 위해선 지금은 고인이 된 장마주의 남다른 열정이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비봉목장은 현재 씨암말 11두, 2세마 4두, 1세마 5두, 당세마(금년 출생마) 4두 등 총 24두의 마필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비봉목장에서 보유중인 씨암말을 살펴보면, 과천벌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렸던 ‘도롱이’, ‘가속호’, ‘계룡산봉’, ‘런포잇’, ‘지상젤’, ‘쇼샤니’ 등이 퇴역후 명마탄생을 위한 삶을 보내고 있다.
비봉목장 출생 마필로서 과천벌에서 활약하는 경주마는 ‘산삼’(4전), ‘송화’(1전), ‘늘충만’(장두천 조교사 소속의 마필로서 3월 17일 첫 데뷔전을 치른다) 등이 있다. 비록 경주마로 데뷔한 지는 얼마되지 않았지만 비봉목장의 명예를 짊어진 마필들이기에 그들에게 거는 기대는 결코 작지 않다. 그리고 2세마들이 곧 경주마로서 과천벌에 입성하기 위해 대기중이다.
현재 2세마 도입시기를 맞아 비봉목장을 찾는 조교사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바로 우수한 경주마 생산기술과 열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경주로 데뷔를 기다리고 있는 2세마는 총 4두에 달한다. 과천벌에 비봉목장의 명성을 널리 알리게 될 2세마들의 면면은 다음과 같다.
◆IS IT TRUE(父): 주요경력→G1 브리더스컵 Juvenile 우승마, 총상금 ＄819,999
CAN YOU CATCH ME(母): 노던댄서, 니진스키 부계혈통마
◆타임스타(父)와 지상젤(母)의 자마
◆글로리화이(父)와 도롱이(母)의 자마
◆BAGDAD ROAD(父)와 로레즈(母)의 자마
경주마 생산을 위한 아낌없는 투자와 계획
故 장천석 마주의 상속인으로서 선친의 마사랑을 잇고 있는 장재원(고려대 축산과 졸업)목장주는 아버지에게 배운 마주의 정의를 이렇게 내린다. “마주라는 직책은 결코 직업이 아니다. 경마 선진국의 경우, 오로지 상금을 벌기 위해 경주마를 소유하는 마주는 없다. 국민 대다수의 레저스포츠로 뿌리내린 경마에서 훌륭한 경주마를 소유함으로서, 경마팬들에게 박진감있는 경주를 보여주는 것이 그 본연의 역할이다.”
이러한 철학을 선친에게서 물려받은 장재원 목장주는 축산학도 출신으로서 경주마 생산, 육성 분야에까지 기여하는 새로운 마주상을 정립하고자 한다. 종빈마들의 순탄한 출산이 이곳 목장의 가장 큰 대사라고 중요성을 역설하는 그는 분만마사의 마방마다 CCTV를 설치해놓고, 출산예정일에 임박해서는 잠마저 아끼는 열정을 보이고 있다.
아동들의 조기 교육이 강조되는 요즘 세태에서, 장재원 목장주는 경주마에게도 조기 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훌륭한 경주마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출산 후 수개월 내에 망아지의 골육 발달에 도움이 되는 기초적인 훈련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그래서 앞으로 기초적인 훈련을 소화시킬 수 있도록, 최소 800평 이상의 규모를 가진 훈련 마장을 지을 예정이다.
단순히 경주마를 소유하고 즐기는 수준의 마주에서, 경주마 생산자로서 국산마 발전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장재원 목장주.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훌륭한 경주마로 성장할 수 있도록 훈련에까지 관심을 쏟는 비봉목장의 운영 철학을 보며, 경주마 자급자족의 한국경마 80년 염원이 결코 요원한 과제가 아님을 느낄 수 있다.
내륙 생산 목장의 현실적 난관과 개선점
지금까지 경주마 수입과 생산은 일부의 주도하에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국산마 생산이 차츰 민간목장을 중심으로 바뀌고 있으며, 앞으로 자율적인 외국산마 도입이 추진되고 있지만 극복해야할 과제들이 남아 있는 실정이다.
장 목장주는 제주도와 내륙의 원당 목장, 두 곳에만 중점적으로 투자를 한 것이 결과적으론 일반 농가와 뜻있는 마주들의 생산참여를 어렵게 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금년 말 완공 예정이었던 전북 익산의 제2 육성목장 건설이 부지매입의 어려움으로 사실상 계획 포기 단계에 들어갔음도 너무 아쉬운 부분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제2육성목장의 불발로 인해 제주도를 제외한 내륙의 마필 생산농가들은 지원센터가 있는 원당 목장에서만 전문적인 수의사나 장제, 기타 종부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내륙목장은 원당목장에서 상당한 거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급박한 상황에서 정말 필요한 도움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다.
경마 시행체인 한국마사회의 농림부 환원이 이뤄진 지금, 보다 거시적인 접근방법으로 경주마 생산 목장과 소수의 농가에 대한 종합적인 배려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장 목장주는 밝히고 있다.
경매시행과 더불어 도약기를 맞이하고 있는 경주마 생산에서 또다른 도약의 기폭제가 될 수 있는 것은 바로 내륙 민간목장의 활성화일 것이다.
비록 어려움이 산재하고 있지만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경주마 생산에 대한 열의라면 한국경마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그 시작은 아직 미미하지만 내륙목장의 신화를 준비하고 있는 비봉목장이 세계로 향해 달리는 한국경마의 초석이 되어주길 바라며, 향후 마사회와 농림부의 적극적인 경주마 생산정책을 기대해 본다.
【손성호 기자 notinell@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