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마의 발자취(5)-70년대 경제발전과 함께 한 한국경마의 도약기

경마사업 주체의 변천상-
이 땅에 경마가 처음 시행된 1922년, 남북한 9개 경마장을 중심으로 한 개별적인 ‘경마구락부’의 형태로 경마개최권이 분산됐었다. 그 후 태평양 전쟁 말기인 1942년에 일제에 의해 ‘조선마사회’라는 총독부 산하의 단체로 기존의 경마구락부가 통폐합면서 현재와 같은 단일시행체가 된 것이다. 하지만 6.25전쟁 후의 경마산업 위축은 기본적인 운영비조차 뽑지 못하는 적자상태를 초래했고, 결국 민간자본의 수혈을 통한 시행체의 2원화 시대를 맞게 된다. 즉 한국마사회와 (주)덕마흥업과의 공영형태로 1966부터 1972년까지 경마산업 육성을 위한 과도기를 보냈다. 1970년대 초 경제발전의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면서 경마가 레저수단으로 국민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외형적인 성장은 마사회와 (주)덕마흥업 사이에 심각한 갈등을 유발시켰다. (주)덕마의 투자로 경주마를 조달키로 하였으나 미흡했고, 결국 마사회의 자체수입으로 마주는 (주)덕마와 마사회의 2대독점마주가 되어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매출액은 해마다 신장해서 활기를 띠어갔으나, 시설과 경주마 임대료로 (주)덕마측에 상당한 이익금을 분배한 결과, 마사회 운영에는 큰 발전이 없었으며, 여전히 빚더미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이러한 답보상태를 탈피하고자 1972년에 마사회는 결국 (주)덕마 인수를 추진하게되고, 그 후로 현재와 같은 마사회 단일운영체제로 뿌리를 내리게 된다.

유신헌법에 버금가는 마사회단일체제 출범-
1972년 박정희 정권의 유신헌법 선포로 강력한 독재가 시작되던 그 무렵, 한국경마사에서도 유신이라 불릴 만한 사건이 있었다. 1960년대 재정난으로 허덕이던 마사회와 한국경마를 수렁에서 구출했다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지대한 공헌을 한 (주)덕마흥업을 인수한 마사회 단일체제의 출범은 운영체의 단일화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1942년 조선마사회의 출범으로 우리나라의 경마개최권은 통합됐지만, 경주마의 소유권은 개인마주제의 형태로 운영체와는 분리된 상태였다. 하지만 (주)덕마의 재산을 인수함으로서 경주마의 소유권까지 거머쥐게 된 1972년의 마사회는 그야말로 ‘마사회의 유신’이라 불릴 만큼 강력한 것이었다. 개인마주제는 전세계 경마계의 공통된 제도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상반된 경마체계를 갖추게 된 우리 경마는 막대한 이익금을 발판으로 해방이후 수십년동안 누적된 채무를 청산하고 70년대 이후 흑자경영의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

흑자 경영을 향한 강행군
경마개최권 독점에 경주마 소유권까지 장악한 마사회가 1972년 이후 성장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보인 행보는 자뭇 눈부신 것이었다. 경마고객의 증가로 적자운영을 탈피한 마사회는 6∼7부 이자의 고리채를 농협빚으로 대체시켜 과중한 이자부담을 벗어나는 것으로부터 개혁을 시작했다. 1960년대 얼마나 경마사업이 불황이고 전망이 없었으면, 마사회가 은행에서 돈을 빌릴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그 비싼 사채 빚으로 운영비를 충당했으랴. 1922년 경마가 시작된 후 반세기 가까운 1972년까지 동절기인 1∼2월에는 경마가 열리지 않았으나, 이때부터 경영난 타개를 위해 4계절 중단없이 연중무휴.전천후 경마로 전환됐다. 요즘은 금요경마 부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격주로 주4일 경마의 강행군을 그 무렵에 시행했을 만큼 흑자경영을 향한 마사회의 노력은 눈물겨운 것이었다. 1974년에는 연간 158일의 사상최다 시행일수를 기록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72년에 순이익 1억4천만원을 올려 최초의 흑자경영으로 돌아섰고, 76년에 이르면서 비로소 해묵은 부채를 일소하고, 해방후 처음으로 빚없는 마사회로 면모를 일신하게 된다. 이런 성장은 결국 경주마까지 소유한 강력한 마사회단일체제 아래에서만 가능했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마팬의 증가와 함께 늘어난 대형사고
경마인구의 증가로 1970년대 흑자경영으로 돌아선 마사회는 경마팬 소동사건의 증가라는 또 다른 고민거리로 시달리게 된다. 69년부터 70년대 말까지 경찰이 출동하여 진압한 대형사고만 24건이 넘을 정도로 경주결과에 불만을 품은 소요사태는 늘어만 갔다. 한국경마 사상 최초의 순위판정 번복사건이 70년 9월4일 1경주에 있었다. 경주결과를 3-2번으로 게시했다가
사진판정 결과 3-6번으로 바뀌면서 소동이 벌어졌는데, 처음 게시한 3-2번 복승식 마권이 엄청난 인기마권이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결국 경찰의 출동과 함께 3-2, 3-6마권 모두를 환급해주는 조치를 취하게됐다. 또 71년에는 폭우속에 강행된 경주에서 낙마사고가 발생, 대형사고로 번지게 된 경우도 있었다. 1800m 경주에서 발주직후 1코너를 돌 즈음, 선두마가 발을 헛디뎌서 주춤하던 순간에 후속마들이 연쇄충돌하여 넘어지고 결국엔 최후미의 2두만 남게되었다. 마지막까지 외롭게 달린 2두가 복승식 마권으로 확정되었는데, 경주 자체를 취소하라는 비적중자들의 요구와 환급금을 달라는 적중자들 사이에 첨예한 이해관계가 대립하게 됐다. 마사회 측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는데, 최재홍 마사회장은 경주 자체를 취소할 것을 지시했으나, 채일묵 재결위원장은 공정하게 성립된 경주라는 주장으로 맞서게 된 것이다. 결국 최회장이 경주취소를 발표해버리자, 적중마권 소지자들이 마사회로 난입했고, 직원들을 구타한 끝에 환급받는 바람직하지 못한 귀결로 이어졌다. 이것이 악습으로 남게됐는지, 무슨 사고가 생길 때마다 팬들은 마사회 기물을 부수고 환불을 요구하는 사태가 반복됐다. 이렇듯 70년대는 마사회 직원들이 출근해서 첫 일과로 관람대 앞의 돌을 주워낼 만큼 경마 팬들의 사건.사고로 얼룩졌다.

TV방송에 경마중계하던 시절
요즘 CATV 방송중계가 방송위원회의 징계로 고초를 겪고 있는데, 한때는 공중파 방송채널의 뉴스에 전경주가 녹화방영 되기도 했었다. 7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부터는 경마가 사회에 여가문화로 소개되면서 매스컴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는데, 75년에 MBC-TV 스포츠뉴스 시간에 1∼12경주 전체를 방송했다. 그 당시 마사회 김윤식 업무부장의 해설로 중계가 이뤄졌고, 일반 국민들에게 경마라는 스포츠를 소개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 이후 가요시간대에는 경주마의 질주장면이 배경으로 방영되는 경우도 잦아졌는데, 이렇듯 흑자경영을 위해 발벗고 나선 마사회가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적극적인 홍보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보인다.

【손성호 기자 ssh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