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페이지 - ‘내가 거둔 첫 승’
역경속에 핀 인동초(忍冬草), 하무선 기수  
1년만에 찾아온 첫 승,‘서곡’

사람이 살아가면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들을 한두가지씩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런 추억중에서도 특히 가슴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처음’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서울경마공원에는 80명의 기수들이 매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승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년을 훌쩍 넘긴 고참부터 이제 2년차를 보내고 있는 신인까지 각기 경주로에서 보낸 시간들은 다르겠지만, 첫 우승에 대한 추억은 비슷할 것이다.
이번 호부터 80명의 기수들이 기억하는 첫 승을 살펴보도록 하자. 〈편집자 주〉

기수양성소 15기로 입소를 해 무려 8년만에 16기로 기수양성소를 수료한 하무선 기수는 말그대로 인고(忍苦)의 시간을 보내온 기수다.
15기로 기수양성소에 입소를 했으나 군입대로 인해 공백기가 있었다. 그러나 제대를 하고 보니 기수모집을 하지 않아 복귀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농협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한데 17기 후보생을 모집해 다시금 기수생활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이 생겼다. 당시 자신과 같은 처지였던 박복규 기수가 알려준 것이다. 갈등도 많이 했지만 결국 기수의 길을 선택했다.
그러나 그의 기수데뷔는 결코 순탄치 않았다. 졸업을 앞두고 허리를 다친 것이다. 그 여파로 제대로 말을 탈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았고, 성적이 나오지 않으니 ‘말 못타는 기수’로 낙인 찍힐까봐 내심 답답함을 떨칠 수 없었다.
그에게 첫 승이 찾아온 것은 96년 11월, 데뷔하고 1년이 넘은 뒤였지만 경주 출전은 50전정도가 되었을 때다.
2경주에 출전한 하기수가 기승한 마필은 ‘서곡’, 50조에 소속되면서 이전까지 3번 기승한 경험이 있는 마필로 감량이점을 살려 5위 2번과 7위를 기록했던 마필이다.
선행형 마필이었지만 그다지 빠른 마필은 아니었다. 때문에 당시 단승식 74.3배를 기록할 정도로 비인기마였다.
하지만 2번 게이트라는 이점과 편한 레이스가 겹치면서 꿈에도 그리던 첫 승을 달성하게 된 것이다.
“생각지도 못했다. 완전히 얼떨결에 우승을 했다”고 얘기하는 그는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만감이 교차하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손을 들어서 경마팬에게 보여주고 싶은데, 몸이 아파서 팔을 올릴 수가 없었고, 8년만에 수료한 기수양성소 생활과 이후 부상과 싸워온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는 것이다.
첫 승을 거두었다는 사실에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서글픔을 느꼈다고 한다. 그만큼 고난으로 얼룩진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하무선 기수는 그리 유명한 기수는 아니다. 하지만 ‘고배당제조기’로 경마팬의 뇌리에 기억되어 있을 정도로 배당에 관해선 일가견이 있다. 물론 인기마에 기승할 기회가 적고, 부상 등으로 인해 출전이 적었기 때문이다.  
하무선 기수는 그러나 지나온 날들을 후회하지 않는다. 다만 좀더 노력할 수 있던 것을 못한 것을 아쉬워할 뿐이다.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고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는 인동초(忍冬草)처럼 수많은 고난으로 단련된 하무선 기수는 결국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보다 값진 결실을 보여줄 것이다.
【권순옥 기자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