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병중의 복병, 신대전 기수  
‘베링’, 데뷔 첫 해에 거둔 유일한 승리

사람이 살아가면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들을 한두가지씩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런 추억중에서도 특히 가슴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처음’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서울경마공원에는 70명의 기수들이 매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승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년을 훌쩍 넘긴 고참부터 이제 2년차를 보내고 있는 신인까지 각기 경주로에서 보낸 시간들은 다르겠지만, 첫 우승에 대한 추억은 비슷할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최근 높은 배당을 자주 선사하고 있는 신대전 기수의 첫 승에 대해 들어보기로 하자. 〈편집자 주〉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신대전 기수는 자신을 ‘고배당 메이커’라고 칭하는 것에 대해 다소 언짢은 기색이다.
처음 그런 소릴 들었을 때는 자신에게 몰리기 시작한 관심에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도 계속해서 ‘고배당 메이커’범주에서 놓아주지 않는 것이 섭섭해서다.
앞으로 두 번만 더 기승하면 1천번을 경주에 나서게 된다. 동기중에는 벌써 1백승을 넘어 탄탄대로를 가고 있는데 반해 자신은 33승에 불과해 수습딱지조차 떼지 못했지만, 그는 그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기승해 왔다고 자부한다.
17기로 기수양성소를 수료한 신기수가 인연을 맺은 곳은 52조(박원덕 조교사). 그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은 데뷔후 4개월이 지난 10월이었다.
7등급 마필인 ‘베링’에 기승하게 된 것이다. 당시 ‘베링’은 4전째를 치르는 마필로 입이 짧아 체구가 410∼20kg대의 왜소한 마필이었다. 그러나 3전째 김옥성 선배가 1200m에 첫 출전해 4위를 기록, 가능성을 보였던 마필이다. 지금도 김옥성 선배에게선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 너무나 고마움을 느낀다고 한다.
기승전 박원덕 조교사로부터 마필상태가 좋으니까 열심히 타보라는 얘기를 듣고 설레임 반 우려 반이었다고 한다.
출발이 좋았던 마필이라 선행에 나설 수 있었고, 결국 그 여세를 결승선까지 몰고 갈 수 있었다. 결승선을 통과하고 나서 흥에 겨워 마필의 목을 수없이 두들겨 주었다.(기수들이 마필에 대한 애정표현으로 결승선 통과후 목을 두드려주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경주가 끝나고 기수대기실에서 선배와 동료들의 축하인사를 받고 나서 단승식 배당이 22.1배나 된다는 것을 알았다. 당시 최고 인기를 모았던 마필이 2위를 하면서 복승식은 18배 정도였으니, 아마도 이때부터 신대전과 고배당의 인연이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베링’에는 총 4번 기승을 했었는데, 그중 52조에 소속돼 있을 때 두 번 기승해 두 번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할 때는 인기 2위를 기록해 다소 걱정이 됐지만 우승을 안겨줬다. ‘베링’이 경주로를 떠날 때까지 우승한 횟수가 3번인데, 그중 2승을 신기수가 기록했으니 그 또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우승은 그리 많지 않지만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성실한 자세를 보이는 신대전 기수를 좋아하는 팬들이 상당수 있다.
이제 신대전 기수는 첫승을 하던 그때를 생각하며 제2, 제3의 ‘베링’을 만들고자 한다.  
【권순옥 기자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