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페이지 - ‘내가 거둔 첫 승’
돌아온 헐랭이, 윤기정 기수  
‘면류관’, 첫 승이란 면류관을 씌워주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들을 한두가지씩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런 추억중에서도 특히 가슴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처음’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서울경마공원에는 70명의 기수들이 매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승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년을 훌쩍 넘긴 고참부터 이제 2년차를 보내고 있는 신인까지 각기 경주로에서 보낸 시간들은 다르겠지만, 첫 우승에 대한 추억은 비슷할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6년여의 외도를 마치고 경주로에 복귀한 뒤 새롭게 기수생활을 하고 있는 윤기정 기수의 첫 승에 대해 들어보기로 하자. 〈편집자 주〉

윤기정 기수는 기수들 사이에서 우스개 소리로 19.5기라고 불리운다. 지난 94년 사표를 제출하고 경주로를 떠났다가 19기가 데뷔할 무렵에 경주로에 회귀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다른 별명이 바로 ‘헐랭이’다. 충청도 출신답게 사람좋기로 소문난 그의 성품을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언제나 넉넉한 웃음으로 사람을 대하는 그도 많은 역경을 지니고 있다. 94년 청년의 꿈을 키우던 경주로를 떠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결국은 기수의 꿈을 잊지 못해 경주로를 찾고 말았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개인사업체를 뒤로 한 채 기수의 꿈에 재도전을 한 윤기수의 복귀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아직도 윤기수는 가족이 있는 청주로 시간이 날 때마다 달려간다. 기수와 인쇄업, 두 가지 사업을 하고 있는 그에게 첫 승을 안겨준 말은 어떤 말일까?
홍대유 기수협회장과 함께 11기로 데뷔한 그가 처음 인연을 맺은 곳은 27조(당시 홍성범 조교사). 그러나 그에게 첫 승을 안겨준 마필은 36조 마필인 ‘면류관’이었다.
당시 신인기수인 윤기수는 훈련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새벽 3,4시에 출근, 남는 시간을 이용해 타조 마필훈련을 시켜주었다. 이런 이유로 타조 기승이 자주 있었던 것이다. 또한 당시에는 기승횟수가 하루 5두로 제한되어 있어 신인들에게도 기승기회가 자주 돌아왔다고 한다.
그에게 우승을 안겨준 ‘면류관’은 상당히 왜소했던 마필로 부담중량에 굉장히 민감했던 마필이라고 한다. 신인기수에게 주어진 감량이점이 크게 작용한 것이다.  
첫 승을 할 당시에는 크게 기뻤을 텐데 지금은 별다른 기억이 남아 있지 않다. 데뷔 이후 2년반동안 1백승이 넘는 승을 올렸기 때문에 당시 그의 인기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얘기하는 마필은 ‘늘푸른’이다. 이 마필은 선행력이 좋았던 마필로, 아무리 강한 편성에서도 편한 선행만 나서면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약한 편성이라도 견제마가 있으면 맥을 못추는 특이한 마필이었다.
윤기수가 복귀한 뒤 본격적으로 기승을 하기 시작한 2000년에 거둔 승은 28승이다. 장기간 기수와는 전혀 동떨어진 생활을 하다가 복귀한 그가 거둔 성적에 경마팬들의 박수가 끊이질 않았다.
지금은 잠시 주춤한 상태이지만 앞으로 그의 도약이 계속될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권순옥 기자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