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페이지 - ‘내가 거둔 첫 승’
경마장 삿갓시인, 조용배 기수  
‘은진미륵’, 우승의 희열 가르쳐 주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들을 한두가지씩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런 추억중에서도 특히 가슴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처음’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서울경마공원에는 70명의 기수들이 매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승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년을 훌쩍 넘긴 고참부터 이제 2년차를 보내고 있는 신인까지 각기 경주로에서 보낸 시간들은 다르겠지만, 첫 우승에 대한 추억은 비슷할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직업과는 동떨어져 보이는 시인으로 불리고, 결승선을 앞두고 일명 ‘풍차돌리기’라고 불리는 거센 몸짓으로 사랑받는 조용배 기수를 만나 그의 첫 승에 대해 들어보기로 하자. 〈편집자 주〉

조용배 기수가 첫 승을 달성한 것은 신인 데뷔시 인연을 맺은 14조(김일성 조교사)에서다. 당시 최상식 기수(현 28조 조교사)가 선임으로 있을 때였다. 15년의 기수생활을 하면서 당시의 인연이 이어져 김일성 조교사, 최상식 조교사와는 누구보다 돈독한 친분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 경마의 최고 기수그룹으로 평가받는 13기의 한 멤버인 조기수는 87년 데뷔후 24전쯤에 첫 승을 거두었다고 기억한다.
소속조 마필이던 ‘은진미륵’이 바로 그에게 첫 승을 안겨준 마필인데, 일본산 마필로 당시 5∼6세였던 것 같다고 한다. 마필 자원이 그다지 풍부하지 않았던 뚝섬시대 경마에는 일본산 마필이 상당수 있었는데, 많은 마필들이 구절이 항상 부어있는 등 그다지 좋은 마필은 없었다고 회상한다.
‘은진미륵’ 역시 구절이 좋지 않았지만 첫 우승을 차지했을 때 스타트를 엄청 빨리 받으면서 평소보다 3초정도를 앞당기며 여유있게 결승선을 통과했다고 한다.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여유가 있었고, 기승전에 어느정도 가능성을 생각했기 때문에 남들처럼 인상적인 기분은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승리하는 순간만큼은 짜릿함과 더불어 한편으론 허탈한 기분도 들었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2등,3등을 하면서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신인이라 정신없이 기승을 하다가 막상 우승을 하고 나니까 ‘아! 바로 이게 말타는 기분이구나’라고 느꼈다고 한다.
14조에서 2년여를 있으면서 ‘은진미륵’에 대략 30여회를 넘게 기승했는데, 첫 승 이후에도 많은 승을 안겨주었다. 다만 1000m 거리에 한해서...
14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마필은 ‘적토마’라고 한다. 과천에 와서 1군까지 올라갔던 마필로 도입때는 별로 좋지 않아 보였지만 경주를 하면서 힘과 주폭이 좋아진 마필이다. 아마도 직접 마필능력을 키웠다는 점에서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다고 한다.
현재 3조에 소속된 조기수는 항상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신인보다 오히려 더 열심히 할 것임을 다짐한다. 그리고 올해 안에 경마대회 시상식에 최영주 조교사와 나란히 서는 것이 그의 바램이다.
향수 어린 첫 우승의 추억을 발판삼아 더욱 정진해 나가는 조용배 기수를 지켜보도록 하자.
【권순옥 기자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