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기수 대열에 우뚝 서다, 양희진 기수  
‘성은’, 데뷔전 우승의 영예 선사

사람이 살아가면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들을 한두가지씩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런 추억중에서도 특히 가슴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처음’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서울경마공원에는 70명의 기수들이 매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승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년을 훌쩍 넘긴 고참부터 이제 2년차를 보내고 있는 신인까지 각기 경주로에서 보낸 시간들은 다르겠지만, 첫 우승에 대한 추억은 비슷할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데뷔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지금은 인기기수 대열에 우뚝 선 양희진 기수를 만나 첫 승에 대해 들어보기로 하자. 〈편집자 주〉

요즈음 96년 기수양성소 17기로 경주로에 데뷔한 양희진 기수를 모르는 경마팬은 없다. 그만큼 인기기수 대열에 있는 양희진 기수는 출발부터 운이 상당히 좋았던 축에 포함된다.
96년 7월 14일 대망의 첫 기승을 앞두고 양기수는 기승횟수가 상당한 수에 달하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 때는 달리기 경주를 앞두고 출발선에 선 사람처럼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손에 잔뜩 땀이 밸 정도로 긴장을 해서 출발을 어떻게 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4코너를 돌았는지 생각이 안날 정도였다. 결국 결승선을 통과하고 기수대기실로 돌아오자 선배들과 동기들이 첫 데뷔전에서 첫 우승을 했다고 축하인사를 하면서, “내가 1등을 했구나”하며 흥분이 몰려 왔었다고 한다. 그러나 경주에 대한 자세한 기억을 못할 정도로 긴장했던 터라 남들은 결승선을 통과하며 짜릿한 쾌감을 느꼈다고 하는데, 그런 느낌을 가질 기회가 없었다.
그에게 첫 승을 안겨준 ‘성은’이라는 말은 첫 소속조였던 19조(당시 최충언 조교사) 마필로 그다지 큰 능력은 없었던 마필이었다. 선입에 조금 추입력을 가진 마필이었는데, 레이스 운이 따르면서 우승이 가능했던 것이다. 당시 9두가 출전한 가운데 단승식 배당이 26배 정도가 나왔을 정도로 인기는 그다지 없었다.
이후 그에게 첫 승을 안겨주었던 ‘성은’에 4번 정도를 더 기승했지만 최하위를 면하질 못했다. 19조가 해체된 후 ‘성은’은 33조로 옮겨갔고, 별다른 성적없이 퇴사하고 말았다.
양희진 기수에게는 현재 소속조인 7조가 고향인 셈이다. 첫 소속조인 19조가 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해체되는 바람에 7조로 옮긴 후 지금까지 줄곧 인연을 맺어왔다.
짧은 기간이지만 기수생활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마필은 그에게 첫 경마대회 우승을 안겨준 ‘언지퍼’라고 한다. ‘언지퍼’는 그가 기승했던 마필중 가장 선행력이 좋았던 마필로 선행에 성공해서 단 한번도 져본 일이 없을 정도로 우수한 마필이었다.
그리고 추입마 중에서는 ‘백만대군’이 가장 좋았다고 기억하는데, 성적에 관계없이 추입할 때 만큼은 자기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던 마필이었다고 회상한다.
8월이 되면 양희진 기수는 자신의 고향과도 같은 7조를 떠나 35조에서 새로운 인연을 맺는다. 양기수는 ‘감회가 새롭다’며 데뷔할 때 마음가짐으로, 그리고 신인시절 한 마리의 말이라도 얻어타기 위해 노력하던 때를 생각하며 제2의 도약기를 만들어 가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권순옥 기자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