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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규제 풀고 자유 경쟁 체제에서 건전한 발전 유도
한국마사회는 책임경영구현과 효율적인 조직 관리를 위해 지난 달 인력 재정비와 직제개편 등을 단행, 기획조정실장이었던 조상록씨를 경마운영본부장(구 업무이사)에 임명했다.
평소 시원스런 업무 처리와 큰 스케일로 호평을 받았던 조상록 본부장에 대해 한국마사회는 물론 경마계 안팎에서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
경마운영본부장은 경마관련 단체를 총괄해 공정하고도 효율적인 경마 시행의 책임을 지게 되는 주요 직책이다.
경마문화는 지난 5월 28일(월) 오전 한국마사회 경마운영본부장실에서 조상록 본부장과 김문영 본지 발행인의 특별 대담을 마련, 앞으로 펼쳐질 경마 산업 전반에 걸친 정책 방향과 산적한 문제의 돌파구에 대해 진단했다.
―(김문영 발행인=이하 김) 우선 경마운영본부장에 취임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직원 출신 이사로서 앞으로 모든 업무를 총괄하게 됐습니다. 평소 스케일이 크고 업무 추진이 치밀하며 또 대담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데, 경마 발전을 위한 포부를 밝혀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조상록 경마운영본부장=이하 조) 경마산업은 그간 고속 성장을 거듭해 왔고 또 앞으로도 무한한 성장이 가능한 분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개혁과 경마팬 중심의 경마 시행 마인드가 매우 중요할 것으로 봅니다.
저는 그동안 경마파트에서 오랜 기간 근무해 왔고 또 지난 96년에는 선진 경마시행국인 미국에 연수를 다녀와 삼관경주를 모두 지켜보며 우리가 가야할 목표를 설정할 수 있었습니다. 일시에 그들과 똑같아 질 수는 없겠지만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개혁 노력을 기울인다면 머지 않은 장래에 세계의 경마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분들의 도움이 필요할 것입니다.
―(김) 경마산업은 지금 많은 현안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경마상금에 대한 재검토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만, 앞으로 상금 확대 및 개선을 위해 구상중인 정책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조) 상금은 내부적으로 경주마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이자, 경마 단체의 화합을 이끌어 내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따라서 상금의 문제는 그 규모가 어떤지, 또 배분방식은 어떤지 등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의 경주당 상금은 결코 적은 액수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습니다만, 경주질 향상이나 서비스 증진을 위해 장기적으로는 상금 규모가 좀 더 커져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단 지난해까지 경상비로 분류됐던 상금이 이제 매출원가 개념으로 산입되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며 앞으로 꾸준히 연구하고 검토하겠습니다.
배분 방식에 있어서는 경마의 원리가 지켜질 수 있도록 효율적인 분배를 이뤄야 할 것으로 보며 이 부분은 매년 조금씩 제도 보완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김) 요즘 서울경마장의 마방 부족 사태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승마훈련원 쪽의 마방을 일단 대체 가용하는 등의 전향적인 대책이 필요한데요, 계획하고 있는 방안은 무엇입니까?
▲(조) 경주마 수급에 관한 부분은 세밀한 계획 하에 진행되는 사업입니다. 따라서 계획대로 진행되면 아무 문제가 없을 텐데, 지난해에는 그렇질 못했기 때문에 금년 들어 마방 부족이 심화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작년에는 외산마 도입 일정과 더불어 국산마 경매까지 지연됐기 때문에 이같은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되며 이제부터는 반드시 마필 도입계획에 따라 철저히 진행돼야 할 것으로 봅니다. 또한 제2육성목장과 내륙의 트레이닝센터 건립도 서둘러 추진해 효율적인 경주마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입니다.
그리고 승마훈련원쪽 마방의 임시 가용에 대해서는 우리도 생각지 못했던 부분인데, 좋은 의견 주셔서 감사드립니다(웃음). 관련 부서와 함께 상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김) 육성목장 건설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만, 현재 익산 지역으로 내정됐던 육성목장과 트레이닝센터 건립 문제가 난항에 부딪혀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으로 보십니까
▲(조) 제2육성목장 건설은 서울경마장도 문제지만 오는 2004년에 개장할 부산·경남경마장의 수요 때문이라도 서둘러 매듭지어야 하는 사안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익산 지역 주민의 반대로 현재 부지 매입이 여의치 않아 갈등 중이며, 오늘(28일) 중으로 익산에서 해결 가능한 안을 내면 우리쪽에서 신중히 검토키로 했습니다. 적합성을 고려해 최대한 빠른 시일내로 매듭지을 예정이니 지켜봐 주십시오.
―(김) 부산·경남경마장이 오는 7월부터 착공에 돌입합니다. 앞으로 상주경마인지 아니면 순회경마로 시행되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조) 그 문제는 제가 기획실에서 근무했던 지난해까지도 많은 검토가 따랐던 사안입니다. 일단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마필 수송 문제나 이 과정에서 소요되는 재원 등을 고려했을 때, 현재로선 순회경마가 어려울 전망입니다. 물론 경주마 자원 활용이나, 주로 개보수 등 나름대로 이점도 많겠지만 충청·전라권에 제3경마장이 생겨 완충 역할을 맡아주기 전까지는 순회경마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김) 지난 91년 많은 폐단을 일으켰던 민간지점을 마사회 직영으로 바꾸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당시로선 획기적인 일이었던 만큼 어려움도 컸으리라 짐작됩니다. 어떠셨습니까
▲(조) 원래는 마사회의 빈약한 재정을 메우기 위해 민자유치라는 측면에서 지점의 민간 운영을 인가한 사업이었습니다만, 마권발매 전산화와 미디어 산업의 발달로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민간 운영자들의 수익도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많은 폐해가 속출했습니다. 나중에는 지점 운영권의 전매와 잇권화, 그리고 주변 폭력조직과의 연계 등 그 폐단이 극에 달해 결국 민간지점을 정리하고 본사 직영체제로 전환하게 된 것입니다. 이때는 민간 업자들의 회유와 협박이 매우 심했으며 심지어는 국회를 통한 로비까지 이뤄지는 등 많은 어려움이 따랐었지만 결국 전 임직원의 노력으로 경마수익의 고른 분배라는 대전제를 실천할 수 있었습니다.
―(김) 한국마사회법상 각종 규제가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전문지관리규정이나 마권구매상한선제 등은 특히 불합리한 규제로 볼 수 있는데요, 앞으로 개선할 의향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조) 한국마사회는 법령에 준거해 운영하는 공기업이며 그 가운데 한국마사회법이 가장 중요합니다.
현재로선 불필요한 규제나 경마산업 육성·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요소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 전문지관리규정이나 마권구매상한선제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되며 상위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지의 판매 여부를 마사회가 법으로 정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저 개인적으로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마권구매상한선제도 마찬가집니다. 따라서 가급적이면 불필요한 규제는 풀고 각 전문지간 자유경쟁을 통한 시장경제 원리를 지켜나가도록 하는 것이 마사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일 것으로 판단됩니다.
한국마사회법은 지난 90년 8월 수정된 이래 10년 이상 유지되고 있으므로 올 정기국회 때 법 개정을 목표로 추진 중에 있습니다.
다행인 점은 지난 2월 한갑수 농림부 장관께 업무보고 했을 당시 장관께서 마사회와 농림부의 역할을 구분해 마사회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약속하신 점입니다.
―(김) 마권구매상한선제와 더불어 승식 다양화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요, 현재 어디까지 진행됐습니까
▲(조) 마권구매상한선제는 우리에게만 있는 특이한 제도입니다. 중요한 점은 대다수 경마팬은 상한선과 무관한 베팅을 하고 있다는 점이며 단지 극소수의 팬만이 상한선 이상 마권을 구매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어쨌든 그로 인해 경마일 창구 혼잡 등으로 경마팬의 불편을 야기하고 있는 만큼 차별화된 서비스는 제공하지 못할망정 악법은 폐지돼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현재 국회나 관련 단체로부터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는 만큼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해 봅니다.
또한 승식 다양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승식이 4가지에 불과해 지나치게 복승식에 편중된다는 느낌이 있는데 이는 경마의 원리에 비춰봐도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빠른 시일내에 일단 복연승식(2두가 3위내 입상)이라도 추가 도입하는 한편, 경마의 재미를 한층 확대할 수 있는 정책을 입안하겠습니다.
―(김) 제가 얼마전 홍콩 경마장을 다녀왔는데, 그곳에서는 마권구매표를 마권으로 그대로 활용해 자원의 낭비를 막고 있다는 점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된다면 지금 경마일마다 버려지고 있는 수많은 마권구매표도 상당수 절약할 수 있을텐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 저는 처음 듣는 소리입니다만 매우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휴지조각처럼 버려지는 마권구매표를 볼 때마다 아깝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요, 관련 부서와 검토해 보겠습니다. 자원 절약의 측면에서 많은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김) 장외지점의 확대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조) 장외지점 설립은 지난 98년 수립된 중장기 계획에 따라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단 서울 수도권 지역의 13개 낙후 지점의 연차적 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으며 경마장 개장을 앞둔 부산경남 지역에도 지점을 우선 설립한다는 계획입니다. 또한 영남 지역 및 각 광역시와 지방 대도시에도 순차적으로 지점을 설립할 예정입니다.
―(김) 상금문제와 더불어 세제문제도 경마산업의 심각한 문제로 지적됩니다. 아무래도 정부의 의지와 이해가 선결되어야 하는 문제라고 봅니다만, 협의는 진행되고 있습니까
▲(조) 옳은 말씀입니다. 지금의 경마팬은 경마장 입장시, 또 마권구매시, 그리고 고배당 적중시까지 모두 3번에 걸쳐 세금을 내고 있습니다. 국가의 필요에 의해 세수가 정해지는 것이겠지만 현재 경마팬의 부담이 너무나 과도하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난해 교육세 1% 인상분에 대해 자체 수익금을 감소시키면서 팬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력했습니다. 정부의 이해를 거듭 당부하며, 우리도 지속적으로 경마팬의 입장을 알리는데 주력하겠습니다.
―(김) 개인마주제 시행 9년째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제대로 제도 정착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팽배해 있는데다, 최근에는 마주가 경주작전에 직접 개입하거나 차명·대리마주까지 있다는 소문이 항간에 돌고 있습니다. 진상은 어떠합니까
▲(조) 중요한 지적입니다. 마주제 전환이후 경마산업은 대변혁을 맞고 있으며 많은 준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각 경마 단체간 이해와 공감이 부족한 듯한 느낌입니다.
9년이나 제도 정착을 위해 모두가 노력해 왔지만 아직도 왜곡된 부분이 있으며 앞으로는 우리 현실에 충실한 제도로 발전 시켜 나갈 수 있도록 모두가 합심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차명·대리마주가 있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전혀 보고 받은 바 없습니다. 그러나 사실이라면 진상 파악에 나서 증거가 확보되면 당사자는 물론 그 관련자도 법에 따라 제재를 받게 될 것입니다.
―(김) 정보화 시대를 맞아 경마산업도 정보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마사회는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또한 경마전문인력 양성 기관의 설립에 대해서도 많은 요구가 일고 있는데 계획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조) 작년부터 마사회는 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전사적 정보관리에 돌입했으며 경마팬에게도 입체적이고 생생한 정보전달을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경마팬의 궁금증을 한번에 종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며 앞으로 많은 관심과 역량을 집중할 분야이기도 합니다. 물론 과거에 비해 정보 제공의 범위가 포괄적으로 확장됐다는 점은 자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경마전문인력 양성에 관한 부분은 저도 그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최근 각 대학마다 특수과나 전문분야에 대한 연구 및 인력 양성이 이뤄지고 있는데, 아직 경마 분야는 그렇질 못합니다. 이는 경마에 대한 사회적 인식으로 인해 경마의 학문적 접근이 이뤄지지 못한 데서 기인한 것이며 하루 빨리 경마도 아카데미즘 속으로 편입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그래야 공정 경마 시행도 가능하며 보다 우수한 인재를 확보해 경마산업의 진일보를 이룰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신 와중에 대담에 응해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한국경마 발전을 위해 부단히 애써주십시오. 저 개인적으로는 본부장님께 거는 기대가 상당히 큽니다
▲(조) 우리 경마 발전을 위해서는 시행체를 비롯해 모든 경마단체들이 힘을 모아 건설적인 방향으로 시행체를 돕고 또 때로는 감시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언론의 역할이 크며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많은 도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리=이희경 기자 pinklady@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