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제도개혁안」 이대로 수용할 수 없다>
―마주협, 수용불가 입장
―논의에서 배제된 생산자협회도 난색 표명
―기수협·조교사협회도 그대로 수용하기에는 어려움 따를 듯
―경마발전 전제 하에 각 단체 이익 접고 논의해야

중장기적인 경마발전을 위해 한국마사회가 고심 끝에 내놓은 경마제도개혁안이 각 단체의 반발로 수용 여부가 불투명하다.
개혁안 내용 중 가장 많은 부분에 해당하는 마주협회는 자체 회의와 상금위원회를 열어 협회원의 의견을 수렴한 끝에 전면적인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이같은 내용을 마사회에 알렸다.
이에 대해 마사회는 마주협회와 21일(토) 협의를 갖고 의견차를 조율, 개혁안 시행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했으나 의견차가 워낙 커 조율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직접적으로는 논의 대상에서 제외됐던 경주마생산자협회도 내부적으로 의견을 모아 마사회에 반대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고 조교사협회와 기수협회 역시 제도적인 보완 장치 없이 당장 2002년부터 개혁안을 시행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고 밝히고 있어 각 단체간 협의에서 난항이 예고된다.
경영합리성 제고와 중장기 발전계획 부재를 타개하고자 지난 3개월간 마사회 각 실무부처에서 심사숙고,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낸 경마제도개혁안은 경마산업 전 분야에 걸쳐 개혁하려는 시행체와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그러나 이익이 상충되는 부분에 있어 각 관련단체의 반발이 거세짐에 따라 마사회와 관련 단체간 협의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마주협회는 일단 상금 부분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상금책정방식, 상금 항목별 책정안 중 재해위로금 부분, 마주의 재투자준비금 삭감, 협회운영비의 폐지, 상금배분방식 개선, 경쟁성상금에 대한 제고 등 전반적으로 개혁안과 그동안 마주협회가 개진한 내용 간 정면으로 배치되는 측면이 크다.
한편, 생산자협회는 생산 기반이 온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마사회가 당장 육성 분담 비율을 현행 50%에서 10%로 대폭 하향조정 한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영 생산자협회장은 또한 생산발전기금이나 육성책이 제시되지 않고 생산자에게 전가될 위험부담만 높인다면 당장 국산마 수급체계에 어려움이 따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지난주까지 이사회를 열어 의견수렴 작업을 마친 기수협회는 미기승 기수에게 지급되는 20%의 순위상금을 폐지하겠다는 개혁안에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섰고 조교사협회 역시 마주로부터 개인재산(경주마)을 위탁관리하는 입장에서 전적으로 시행체의 의견만을 수용하기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마제도개혁안에 대한 각 단체의 입장을 들어보자.

<마주협회>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개혁안 필요
―현 상금규모, “경마시행에 크게 부족한 실정”
크게 3가지 항목으로 집약할 수 있는 개혁안 중 외국산마의 질적향상에 대해 마주협회는 궁극적으로 반대할 이유 없음을 내세우지만 당장 실현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고 덧붙였다.
즉, 고가의 경주마를 외국으로부터 수입할 시에는 위험부담이 훨씬 증가하지만 이에 따르는 재해위로금은 오히려 감액되는 한편, 국내 경마시설 환경개선과 대비책도 마련되지 않았고 또한 외국 경마시장의 사전 조사도 완전히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에 앞으로 국내외적 사전 필요조치를 취하고, 현행 상금규모를 지난 98년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한편, 현행 공동구매와 개별구매를 병행 실시해 갑작스런 개선으로 인한 시행착오를 줄이자는 입장이다.
국산마 생산 및 수급체계 개선에 있어서는 경마상금에 반영하는 국산마 구입가를 생산원가로 반영할 게 아니라 실거래가로 반영해 달라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경마상금제도 개선에 있어 “마필 가격은 원가계산방식으로 산출하고 기타 항목은 동결 또는 전년대비 일정률 인상방식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그동안 상금규모가 원가에 크게 부족한 실정이고 정부의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상금의 무리한 삭감이 이뤄져 실질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98년 이후 무리하게 삭감된 경마상금을 마권매출액에 연계하는 정률제 방식으로 전환하자는 게 마주협회의 요구다.
장기적으로 폐지 혹은 축소될 재해위로금, 사양보건관리비, 마주가처분재원(재투자준비금 혹은 마주이익분), 협회운영비 등의 항목도 마주들의 재투자 의욕마련과 원활한 경주마 수급체계 확보, 경마발전 등을 이유로 수용키 어렵다고 마주협회 관계자는 밝혔다.
이밖에 상금배분에 있어 출전료를 폐지하고 출전장려금을 부활시킨다는 항목에 대해서도 국내 경마환경의 특수성을 들어 경쟁성 상금의 강화를 실현하기 어려우므로 현행과 같이 출전료를 지급해 안정적인 경마발전에 기여토록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생산자협회>
―생산자는 도외시한 채 경마발전 협의 “불가능”
―긍극적으로는 경주마 생산 민간에 조기이양 환영, 그러나 기반 마련이 우선
현대영 경주마생산자협회장은 우선 이번 경마제도개혁안이 생산자들을 도외시한 채 논의됐다는 것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개혁안 내용에 대해서는 국산마 생산을 민간에 조기이양키로 한 부분에 대해 궁극적으로는 환영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자체 육성 시설이 미흡하고 자본력과 기술에 채 갖춰지지 못한 민간농가가 향후 국산마 수급체계를 전담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상황이라고 밝히는 한편, 기술과 자본이 완전히 뒷받침된 후라야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일본과 같이 축산발전기금을 마련해 농가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면서 시행체에서는 마필교체보조, 시설비보조 등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위험부담이 크고 장기간 소요되는 경주마생산 기반 마련을 위해 정책적인 측면과 제도적인 측면에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내륙에도 생산자협회를 구성해 내륙목장의 불필요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경매시행 주체도 다양화하겠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고려할 수 있지만 당장 한 목소리로 생산기반을 외쳐야하는 생산자 입장에서는 주체의 이원화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생산자의 마주 참여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던 생산자협회는 최소한 15%에서 20%까지는 비율이 확대되야 한다고 주장, 10%에 불과한 개혁안은 수용할 수 없음을 시사했다.

<기수·조교사협회>
개혁안에 대한 내부적인 검토가 덜 된 기수협회는 아직까지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으나 경마발전을 위한 개혁 자체는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는 한편 세부적으로는 협회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부분이 있어 많은 논의가 뒤따를 것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기수협회 관계자는 또한 “모순된 경마제도의 개혁에는 적극 동참할 것”이라면서도 “현실을 무시한 채, 기수들의 생계가 위협받는 불합리한 개혁안에는 따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미기승 기수에게도 지급했던 20%의 순위상금 지급을 폐지하고 기승기수에게 100% 지급하겠다는 내용과 출전료를 폐지하면서 출전장려금을 신설하겠다는 부분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기수협회는 25일(수)과 26일(목) 이사회를 열어 최종 입장을 정리하고 마사회에 전달, 내주중으로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기수협회에서 전면적으로 수용키 어렵다고 지적한 미기승 기수 순위상금 지급제도 폐지는 현행 기승기수분 20%에서 앞으로 실기승 기수에게 전액 지급으로 가게됐을 시, 훈련만 담당하고 실전에 기승할 수 없는 기수의 입장에서는 훈련에 몰입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는 것. 또한 과다한 기수 후보생 배출로 기승 기회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는 현시점에서는 지방경마장 운영과 연계해 한시적으로나마 제도조정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다.
그밖에 국내 경마의 현실적인 부분을 감안할 때 지나친 경쟁성 강화는 부정경마 발생 소지 등을 비롯해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수협회는 기승료를 폐지하고 출전장려금을 신설한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순위별 상금 차등 지급은 긍정적으로 검토하지만 경주로내에서 발생하는 각종 위험요소를 감안할 때 여타 출전료와 개념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한편, 지난주에 입장정리를 마친 조교사협회는 상금부분과 경마제도개혁안을 분리해서 마사회와 협의할 계획이며 개혁안 내용 중에서는 조교사의 출전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부분과 주로 개방시간 단축에 대한 부분이 최대 쟁점사항이라고 전했다.

<마사회와 마주협회간 협의 결과가 최대 변수>
지난 21일 1차 협의를 마친 마사회와 마주협회는 이번 개혁안 시행의 최대 열쇠를 쥐고 있는 단체다. 서로간 양보의 여지가 남아있어 어떤 부분을 양보하고 어떤 부분을 관철하는 지에 따라 개혁안의 최종적인 모습이 드러날 전망이다.
근본적인 대안이나 중장기 발전을 요구하는 생산자협회, 기수·조교사협회에 비해 마주협회가 요구하는 사항은 구체적이면서도 이익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려있기 때문에 마주협회와 마사회간 의견조율은 이번 개혁안 내용에 상당부분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상금부분이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경주마 도입가 반영분, 마주가처분재원 부분, 재해위로금 산출방식 등은 경마상금 책정방식 자체를 바꿀 중요한 변수다.
내주중으로 2차 협의를 가질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마사회와 마주협회가 어떤 카드를 가지고 협의에 임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작 성 자 : 이희경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