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마의 심장 뉴마켓, 도시 전체가 경마 박물관

런던 북동부에 위치한 뉴마켓은 경마의 도시다. 도시 규모자체는 작지만 ‘세계 경마의 수도(Horseracing Capital of the World)’라 불려질 만큼 자타가 인정하는 경마 최대 도시라 할 수 있는 것.
뉴마켓에는 영국 경마계를 총괄하는 자키클럽을 비롯해, 국립종마소와 경주마연구소도 있어 다양한 연구, 시행이 이뤄지고 있다.
풍부한 경주마 자원에 많은 기수가 있고 많은 마사가 있으며 구릉과 초지등 경주마를 위한 광활한 훈련여건도 갖춰져 있다.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직접 경마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말과 관련한 도구의 가게를 운영하거나 말관련 전문 서적 판매, 종마소나 연구소에 근무하는 등 도시전체가 경마로 생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
뉴마켓의 봄은 경주마 경매로 시작돼 4월, 7월, 9월, 10월 그리고 12월 말에도 각각 풍부한 경주마 자원을 바탕으로 경매가 활발히 이뤄진다.
이곳에서 열리는 대규모 경마대회 중 최고의 축제는 바로 영국 5대 클래식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2000기니와 1000기니.
각각 지난 1808년과 1814년에 시작된 두 대회는 특이한 코스를 가진 것으로도 유명하다.
메인코스와 거기서 갈라진 코스, 2개로 이뤄진 뉴마켓 경마장은 로리마일인 메인코스에서 봄 가을용으로 이용된다. 깊은 잔디와 긴 직선코스에 경사가 심한 오르막, 5화롱(1000m)∼2와 1/4마일(3600m)레이스도 원만한 커브를 한 번 돌뿐이다.
따라서 2000기니, 1000기니 경마대회는 이 로리마일의 싸움이라고 일컬어진다.
3세 암·수말이 1600m레이스에서 접전을 펼칠 2000기니는 지난호에 소개한 엡섬더비와 함께 영국 경마대회의 양대산맥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에는 ‘아일랜드 샌즈(Ireland Sands)’라는 걸출한 우승마를 배출해낸 바 있고 올 해에도 오는 5월 6일 펼쳐질 예정이다.
경마의 메카인 영국에서조차 경마의 수도로까지 여겨지는 이곳 뉴마켓의 역사는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고대 로마 영웅 카에잘이 기원전 43년 이 지역에 들어와 기마민족인 이키니를 다스리게 됨으로써 말을 손에 넣을 수 있었고 적보다 1초라도 빨리 달릴 수 있는 말을 구하고자 했던 로마 전차 군단에게 유익하게 작용할 있었던 것이다.
당시 뉴마켓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질좋은 목초가 무성해 말이 자라기 좋은 여건을 형성하고 있었다.
중세 1605년 겨울, 국왕 제임스 1세가 요크에서 런던으로 돌아가는 도중 이곳 뉴마켓에서 1박하며 아름다운 풍경과 여우 사냥감이 많은 것에 감탄하게 돼 이곳으로 사냥을 자주 옴으로써 뉴마켓의 번영이 시작됐다.
그 후대 왕들도 이곳을 좋아했고 드디어 제임스 1세의 손자 찰스 2세가 소위 3대 시조인 씨수말을 육성, 생산하며 본격적인 경주마 생산에 박차를 가했다. 이때부터 뉴마켓은 서러브렛의 메카로 우뚝 서게 된 것이다.
이 시기에는 경마장의 경주코스가 만들어졌는데 뉴마켓의 로리마을은 찰스 2세의 닉네임, 올드로리에서 유래한다고 알려졌다.
18세기 말 더비가 시작돼 50년간 정도는 뉴마켓의 말이 압도적으로 승리했으나 19세기 중반쯤 접어들어 30∼40년간은 이곳에서 생산된 말들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기도.
이에따라 자연히 뉴마켓은 폐허와 같이 변해갔다.
그러던 중 19세기 후반 스코트랜드인들이 유입, 예전의 실패를 거울삼아 토지, 목초의 개량, 말 육성방법 개선 등 연구 노력을 거듭함으로써 뉴마켓은 부활, 경마의 수도로서 입지를 굳혀가게 된다.
【이희경 기자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