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다크호스, 문제복 기수  
비련의 첫 우승마 ‘영암산’

사람이 살아가면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들을 한두가지씩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런 추억중에서도 특히 가슴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처음’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서울경마공원에는 80명의 기수들이 매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승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년을 훌쩍 넘긴 고참부터 경주로에 신선한 충격을 더해주고 있는 20기 신인까지 각기 경주로에서 보낸 시간들은 다르겠지만, 첫 우승에 대한 추억은 비슷할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서울경마공원 최고의 파워그룹 13기로 데뷔한 문제복 기수가 기억하는 첫 승을 살펴보도록 하자. 〈편집자 주〉

데뷔 첫 해인 87년, 많은 동기들이 쾌속의 질주를 하고 있었지만, 문기수에겐 이렇다할 기회가 오지 않았다.
해를 넘기고 꽃피는 3월이 되자 드디어 그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그에게 첫 승을 안겨준 마필은 ‘영암산’이라는 마필이다. 데뷔부터 3년간 인연을 맺었던 30조(정지은 조교사) 소속 마필로 500kg이 넘는 거대한 체구의 마필이었다.
경주로에 첫 발을 디딘 이후 약 6-7개월이 지났을 즈음, 거대한 체구의 ‘영암산’에 기승할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뚝섬시절은 열악한 환경속에서 경마가 진행되었던 만큼 전반적으로 경주마들의 체구가 작았는데, 유독 ‘영암산’만은 듬직한 체구를 자랑했다.
첫 기승에서 5등급 1200m에 나서 감량이점을 살리면서 큰 어려움 없이 우승을 차지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얻은 첫 승의 기쁨은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자신에게 첫 승을 안겨준 ‘영암산’에 대한 고마움 또한 대단했다.
하지만 ‘영암산’에 대한 기억의 후속은 안타까움으로 끝맺음을 하고 말았다. 이후 다른 선배 기수가 기승을 하면서 그에겐 기승기회가 오지 않다가 두 번을 더 기승하게 된다.
‘영암산’에 세 번째 기승한 것이 ‘영암산’의 마지막 경주가 되었다. 이후 ‘영암산’은 질병으로 인해 시름시름 앓았고, 결국은 500kg이 넘게 나가던 말이 뼈만 앙상하게 남은 모습을 보이고는 사망한 것이다.
그에게 첫 승을 안겨주었다는 이유에서가 아니라 마필능력과 체구 등을 고려할 때 충분히 최고의 대열에 오를 수 있는 잠재력이 있던 말이 안타까운 모습으로 그의 곁에서 떠난 것이 첫 승을 기억하는 그에게 하나의 아련한 슬픈 기억으로 남는 것이다.
최근 발목부상으로 인해 장기간 경주로에 설 수 없던 문제복 기수는 아직은 완전히 회복된 상태는 아니지만 오랜 기간의 공백을 염려하여 서서히 적응단계에 돌입하고 있다.
소속조의 마필두수 부족으로 인해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최근 신마확보가 이뤄지고 있고, 기대를 가져볼만한 신마들도 눈에 띄고 있어 후반기쯤에는 상승세를 기대하고 있다.
  
【권순옥 기자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