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페이지 - ‘내가 거둔 첫 승’
역전노장, 김성현 기수  
‘팔방미인’, 가슴 졸이던 기억속의 첫 승

사람이 살아가면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들을 한두가지씩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런 추억중에서도 특히 가슴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처음’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서울경마공원에는 70명의 기수들이 매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승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년을 훌쩍 넘긴 고참부터 이제 갓 첫 승에 도전하고 있는 신인까지 각기 경주로에서 보낸 시간들은 다르겠지만, 첫 우승에 대한 추억은 그 어느 경주보다 기억이 남다를 것이다.
이번 호에는 24년이란 세월 속에서 기수로서의 영광과 좌절을 겪었고, 최고참의 위치에서 후배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김성현 기수를 만나 그의 첫 승과 애마에 대해 들어보자. 〈편집자 주〉

김성현 기수는 24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첫 승에 대한 기억은 결코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당시의 일을 잊지 못하는 것은 첫 승이 너무나 감격에 겨워서도 아니고, 경주에 대한 기억이 생생해서도 아니다.
기수로 데뷔한 지 한달이 되던 때, 그는 ‘팔방미인’이란 말에 기승하게 된다. 고참기수가 몇 번에 걸쳐 부진을 보였던 말로 기대치도 없던 말이다. 경주에서 어떻게 기승했는지 지금은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다. 다만 우승을 하고 나자 업무부장이 오라는 호출을 받았다.
당시는 심판업무를 경마과에서 총괄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긴장을 해야했다. 지금과 달리 그때는 기수대기실과 심판실의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모든 경마가 끝나고 나중에 제재를 받았기 때문.
오전경주에서 첫 승을 하고 하루종일 마음을 졸이다가 찾아간 업무부장은 그에게 한 장의 흑백사진을 건넸다고 한다. 바로 그가 첫 승을 거둘 때의 결승선 사진이었다.
지금도 빛바랜 당시의 흑백사진을 보노라면 아련한 기억들이 떠오르곤 한다.
김성현 기수는 두 번의 그랑프리 우승 경험이 있다. 마사회 전산자료가 85년 이후 자료만을 전산입력해 92년 우승밖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83년에 이미 첫 그랑프리 우승을 기록한 경험이 있다.
당시 신규조교사였던 김충근(33조) 조교사와 함께 했던 ‘금란초’가 바로 그에게 첫 그랑프리의 영광을 안겨준 마필이다. 가장 인기가 없던 ‘금란초’에 기승했던 그는 인기마가 4코너에서 외측사행을 하는 틈을 타 선두로 올라섰고, 결국 이변의 우승을 기록했다.
92년의 경우도 비슷했다. 그가 당시 기승했던 ‘춘풍’은 쟁쟁한 말들에 밀려 인기 꼴찌를 기록했지만, 치열한 선행경합으로 무너지는 인기마를 바라보며 욕심없이 뒤따르던 그가 우승을 했던 것.
‘춘풍’의 우승으로 그는 기수복을 입은 채로 관람대 6층에 마련된 만찬에 참석하는 행운을 안기도 했다.
김은 자랑할만한 성적을 올리진 못하지만 신인 못지 않은 꾸준한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바로 남다른 애정을 보이는 등산으로 체력을 비축하기 때문이다. 최근 덕유산 종주를 다녀왔다는 그는 변함없는 자신을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부탁한다.
【권순옥 기자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