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공원의 신사, 김택수 기수  
평생 잊지 못할 ‘금탑’, 이희영 선배님 감사합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들을 한두가지씩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런 추억중에서도 특히 가슴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처음’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서울경마공원에는 70명의 기수들이 매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승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년을 훌쩍 넘긴 고참부터 이제 2년차를 보내고 있는 신인까지 각기 경주로에서 보낸 시간들은 다르겠지만, 첫 우승에 대한 추억은 비슷할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경마공원과 인연을 맺은 이후 꼼꼼하게 자신의 삶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김택수 기수를 만나 그의 첫 승에 대해 들어보기로 하자. 〈편집자 주〉

김택수 기수는 정규 12기로 경주로에 데뷔했다. 그러나 그의 동기는 수많은 우여곡절을 거두면서 현재 단촐하게 3명만이 기수로 활동을 하고 있다.
그가 첫 인연을 맺은 것은 20조(전 김관홍 조교사)로 이희영 현직 조교사의 후임으로 데뷔를 했다. 첫 승에 대한 질문에 답변에 앞서 낡은 노트를 펼쳐보였는데, 거기에는 첫 기승부터 3년여 동안 기승했던 경주에 대한 상세한 기록들이 적혀 있었다.
첫 우승을 안겨준 마필은 ‘금탑’으로 6전째 기승한 마필이다. 당시 그가 기록한 내용을 보면 「뒤에서 때려 주었다. ∼ 뒷말 견제하지 못하고 너무 크게 이긴 것 같다」라고 되어 있다.
‘금탑’은 충분히 우승 가능성이 있던 마필인데, 이희영 선배가 그에게 양보한 것이다. 경주전 열심히 타라는 선배의 말에 김기수는 우승을 하면 기수대기실에서 숙소까지 업고 가겠다고 약속을 했다. 결국 선배 말대로 여유있는 우승을 차지했지만 숙소까지 업고 가겠다는 약속을 지키진 못했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조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희영 선배를 만나면 그 때를 회상하며 서로 웃음을 나눈다.
아마도 김기수가 후배를 남달리 챙기는 것은 이희영 조교사가 베풀어준 후배사랑을 잊지 않고 이어가고자 하기 때문일 것이다.
첫 승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것은 정이 듬뿍 담긴 까닭이 크겠지만 곧바로 다음 경주에서 ‘호걸호’라는 마필로 2경주 연속 우승이라는 신인으로는 이루기 힘든 경험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16년의 짧기 않은 경력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경주마는 짧은 기간동안 대활약을 보여준 ‘훌라밍고’다. 그에게 97년 SBS배 우승을 안겨준 마필이다. 그에 반해 가장 안타까운 경주마로 기억되는 것은 ‘슈퍼크라운’이다. 뛰어난 성적에도 불구하고 ‘핵탄두’라는 명마와 같은 시절을 보내면서 빛이 바랜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
8월부터 데뷔전을 치르는 20기 후배들에게 그가 부탁하는 것은 ‘일생의 목표를 세워라’다. 기초가 튼튼해야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듯이 조급함을 버리고 참고 인내하면서 자신을 채찍질하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생활을 하면서 자칫 나태해질 수 있는데, 평생을 신인기수의 마음으로 살라고 한다.
자신이 보내온 경험을 토대로 선배가 그랬듯이 후배들에게 하나라도 보탬이 되고자 하는 김택수 기수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바탕으로 오늘도 신인으로 돌아가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권순옥 기자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