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마의 등용문 경매…지금까지 어떤 말 배출했나>
―경매가 낳은 최고 스타 ‘자당’…최저 평균가 기록됐던 98년 2차 경매마
―상장두수 적은 3차 경매마는 대부분 부진 보여
―경매가와 성적 비례하지는 않아…‘선체이서’‘기쁨마음’등 부진

경주마 자급을 위한 국산마 장려 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된 경매가 올 해로 시행 3년째를 맞았다. 국산마 경매는 생산자와 구매자간 불만족과 불협화음을 야기하며 올 해에는 당초 3차례로 예정된 것이 단 한번에 그치는 등의 불행한 사태를 초래하기도 했지만 우수한 국산마 의 양적 질적 확대라는 취지는 어느 정도 살려주고 있는, 명실상부한 국산마의 등용문으로 자리잡았다.
지난 7차례의 경매를 살펴보면 처음에는 경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정확한 능력검증과 자질 가늠이 덜 된 상태에서 특정말에게 구매자의 관심이 집중되며 경매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고 평균가도 필요이상으로 높게 책정되는 등 부작용을 낳았으나 이후 점진적으로 경매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과천벌을 대표하는 경주마를 해마다 다량 배출해 냈다는 점에서 경매에 대한 각계의 관심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7번의 경매가 열리는 동안 어떤 말들이 과천벌에 모습을 드러내고 두각을 나타냈는지 살펴본다.

경매문화의 신호탄, 98년 1차 경매
―최대 실패작 ‘선체이서’…역대 네 번째로 높은 경매가 기록
98년 1차 경매에서 낙찰된 말들은 경주력으로 볼 때, 전반적으로 지금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당시 압도적 차이로 최고가를 기록했던 ‘선체이서’는 현재까지 25전을 뛰는 동안 단 1승에 그쳐 마주를 비롯한 주변의 관계자들에게 많은 실망을 안겼다. 이밖에 2천만원 이상 고가의 낙찰가를 기록한 ‘쎈토’‘뜨는흑진주’등도 이렇다할 걸음을 보이지 못했다.
특별히 걸출한 스타를 배출해내지 못한 98년 1차 경매는 그나마 ‘승리신화’와 ‘여걸’이 1군까지 승군하면서 꾸준한 능력을 선보여 제몫을 톡톡히 해낸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높은 경매가, 그러나 수준이하의 경주마, 이것이 첫 경매에 대한 보편적인 인상이었으며 향후 보다 나은 국산마 배출을 위한 시행착오였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보다 훌륭한 국산마는 없다”…‘자당’의 등장으로 급반전한 2차 경매
1차 경매를 교훈 삼아 같은 해 7월에 열린 2차 경매에서는 전체적으로 경매가가 상당 부분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최고가가 불과 1천8백만원대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단 2두에 그쳤으며 7백만원대의 경주마도 있었다.
1차 경매를 비교적 실패작으로 평가한다면 2차 경매는 가격면에서 생산자들의 높은 불만을 샀음에도 불구하고 걸출한 명마를 여럿 배출하면서 지금까지 내용면에서 가장 알찬 경매였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고가를 기록했던 ‘정과정’‘승전봉’등이 그저그런 능력을 선보였던 반면, 당대 최고의 스프린터로 각광받는 ‘자당’과 그의 라이벌‘무비동자’, 지난해 더비 우승마 ‘만석꾼’등이 모두 이 시기에 도입됐다는 점에서 높은 관심을 모았었다.
이들 외에도 ‘새한빛’‘에루화’‘개포성’‘왕발산’등 1군까지 진출한 말들이 많아 내용면에서 매우 실속있었던 경매로 평가된다.

98·99 3차 경매…상장두수 적고, 내용도 부실
상반기에 열리는 1·2차 경매에 비해 연말에 개최되는 3차 경매는 전반적으로 경주마의 수준이 앞선 경매에 비해 부실한 게 사실이다.
98년에도 숱한 3차 경매마 가운데 ‘사랑과꿈’만이 1군까지 진출하며 인상적인 활약을 보였을 뿐 여타 말들은 거론하기조차 어려운 부진을 보였다.
이같은 현상은 99년에도 마찬가지였다. 경매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아 3천만원 이상 초고가가 세차례나 기록됐지만 실질적으로는 당시 기대를 모았던 ‘비바도나’‘빛과승리’‘금빛축제’등이 제몫을 충분히 못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일단 1차와 2차 경매를 통해 좋은 말들이 상당수 빠져나갔고 또 남아 있던 말들은 3차 경매가 열리기도 전에 개별거래로 팔려감에 따라 내용면에서 구매자들의 욕구를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99년 3차 경매의 히어로는 단연 ‘연승시대’다. 지난주 열린 SBS배에서 아쉬운 머리차로 ‘합천’에 패배를 당하긴 했으나 최하위권에서 추격을 위해 역주하는 모습은 경마팬들의 뇌리에 인상적으로 남게 됐다.

새천년 국산마 무대 뒤흔든  `99 1·2차 경매마
새로운 밀레니엄을 연 올 시즌에는 단연 `99 1·2차 경매마들의 화려한 활약으로 수놓아 졌다.
최고가를 기록했던 ‘글로벌스타’와 ‘미디어’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사이 ‘선봉대감’‘핵돌풍’‘합천’등은 한국판 3관 경주로 불리는 코리안옥스, 코리안더비 그리고 SBS배를 나란히 거머쥐는 대 활약을 펼쳤다.
99년 1차 경매마였던 ‘선봉대감’은 2천6백여만원에 도입돼 첫 시행된 코리안옥스를 제패함에 따라 단숨에 마필가 이상을 벌어들이는 수확을 올렸고 도입당시부터 제2의 ‘새강자’로 기대를 모았던 ‘합천’은 4전 5기의 근성을 발휘하며 마침내 지난주 열린 SBS배에서 머리차 짜릿한 우승을 거둬 초대형급 마필로의 성장을 예고했다.
새천년 첫 더비 우승마 ‘핵돌풍’은 올 해 최고의 3세마로써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매 경주, 매 대회 꾸준한 활약과 성적을 기록했다.
이들 외에 금번 경매마 특별경주의 유력한 우승후보 ‘금은동’‘정안장군’‘자활’등도 99년 1차에 나란히 도입된 동기생인 셈이다.
따라서 올 해를 시발점으로 내년에는 이들 99년 1·2차 경매마들이 종횡무진 과천벌을 휘저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상 최고가 탄생시킨 2000년 경매
세 번에 걸쳐 나눠 상장됐어야 할 경매마들이 2000년에는 이런 저런 이유로 한꺼번에 몰아 경매시장에 나섬으로써 올 해 경매는 양적인 면과 질적인 면에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낙찰된 말만해도 무려 2백여두에 달하니 이중에 숨겨 있는 ‘진주’는 과연 누구일지 관심이 모아지지 않을 수 없다.
그 중에서도 단숨에 최고가 기록을 경신해 버린 ‘로스트마운틴’자마는 무려 4천8백60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에 경마장 입사를 기다리고 있다.
그간의 기록을 살펴보면 경매가와 성적 사이에는 큰 연관이 없는 듯 보이지만 몇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대부분의 전문가가 인정한 말은 뭔가 특별한 게 있다는 것을 입증했던 만큼 이번 최고가 마필에 거는 기대는 그 어느때 보다 크다고 할 수 있는 것.
규모와 내용이 어땠든지 간에 매 경매 때마다 한 둘 씩 걸출한 명마는 탄생했었다. 이들 가운데 누가 과연 제2의 ‘새강자’와 ‘자당’으로 주목받을지 지켜보도록 하자.

【이희경 기자 pinklady@krj.co.kr】